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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7) 천국의 열쇠를 차지하는 행복/ 최인각 신부

복음생각

by 巡禮者 2011. 8. 30.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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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생각 (737) 천국의 열쇠를 차지하는 행복/ 최인각 신부

연중 제21주일 (마태 16, 13-20) 천국 열쇠
발행일 : 2011-08-21 [제2759호, 10면]

누군가 ‘무엇이든 다 이룰 수 있는 행운의 열쇠’를 나에게 준다면 얼마나 행복할까요? 갖고 싶은 것을 다 가질 수 있고, 하고 싶은 일을 모두 할 수 있고, 되고 싶은 것을 다 이룰 수 있으니 말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라고 물으시자, 베드로가 “스승님은 살아 계신 하느님의 아드님 그리스도이십니다”라고 대답합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너는 행복하다! 살과 피가 아니라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께서 그것을 너에게 알려 주셨기 때문이다. 너는 베드로이다. 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울 터인즉, 저승의 세력도 그것을 이기지 못할 것이다. 네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매면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고, 네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릴 것이다”라고 베드로에게 말씀하시며, 하늘나라의 열쇠를 주시겠다고 약속하십니다.

이처럼 베드로가 신분이 바뀌고, 하늘나라의 열쇠를 받게 된 것은 예수님이 ‘하느님의 아들 그리스도’이심을 제대로 알아보았기 때문입니다. 우리도 예수님을 제대로 알아볼 수 있다면, 우리에게도 그러한 열쇠를 주시리라 믿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을 ‘하느님의 아들 그리스도’로 바라보기가 쉽지 않음이 복음서 곳곳에서 드러납니다. 제자들은 예수님을 하느님의 아들로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여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실 때는 도망까지 갑니다.

이는 우리와 같이 인간의 육신을 취하신 예수님 안에서 하느님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나와 같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내 주위의 이웃을 ‘하느님의 아들’로 바라보고, 그를 ‘하느님의 아들’로 인정하기 어려운 것과 같습니다. 지위가 높고 가진 것이 많은 사람이 가난하고 불쌍한 처지에 있는 이들을 ‘하느님의 아들’로 바라보기는 더욱 쉽지 않습니다.

『천국의 열쇠』라는 소설의 주인공 프랜치스 치셤 신부는 가는 곳마다 사람들에게 환영받지 못하고, 하는 일마다 거듭 실패하는 삶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그는 사람들의 화목과 사랑을 위해 충실한 하느님의 사제로 묵묵히 살아갑니다. 치셤 신부는 양심의 가책(呵責)을 받지 않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이들에게 천국의 열쇠가 주어질 것이라 확신하고, 그 누구도 차별하지 않고 모든 이를 귀하게 여깁니다. 한편, 그의 동료 안셀모 밀리는 약삭빠르게 행동하고 요령을 부리며 출세의 계단을 밟고 올라가 높은 지위와 명예를 얻습니다. 밀리는 입으로는 하느님과 교회를 사랑한다고 하면서 정작 인간은 사랑하지 않습니다. 그는 자신의 책임보다는 세상 권세에 관심을 더 기울이는 삶을 살아갑니다. 소설 속의 그는 인간적인 영예를 누리는 듯 보이지만, 천국의 열쇠를 획득하는 삶과는 무관한 모습으로 그려집니다.

오늘 복음을 묵상하면서, 특별히 라우렌시오 성인이 기억났습니다. 285년경에 순교한 라우렌시오 성인은 로마제국의 박해시기에 교황님을 돕는 부제였습니다. 로마 황제가 성인에게 ‘교회의 보물’을 모두 내놓으라고 요구하자 3일의 시간을 달라고 한 후, 교회의 보물을 모두 팔아 가난한 이들에게 나누어 줍니다. 그리고 3일 후, 가난한 이들과 함께 황제 앞에 나아와, “이들이 바로 교회의 보물입니다”라고 말합니다. 이에 분노한 황제는 성인을 화형에 처하였지만, 성인은 이를 용감하고 기쁘게 받아들입니다. 가난한 이들을 소중히 여기고 교회의 보물로 여길 줄 아는 성인이야말로, 가난한 이들 안에 계신 예수님을 바라보며 천국의 열쇠를 차지한 분이었습니다.

자신의 능력과 재산과 권력을 자신의 인격과 동일시하는 사람을 주변에서 종종 봅니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그것들을 통해 자신의 높은 인격을 잘 드러낼 수도 있지만, 저질 인격이 드러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정의를 간직하면서도 가련하고 불쌍한 이들을 품어 안을 수 있을 때, 그 사람은 천국의 열쇠를 쥐고 있는 이로 존경을 받습니다.

그렇습니다. 누군가를 제대로 알아본다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닙니다. 겸손하지 않으면 알아볼 수 없습니다. 아무런 힘도 없어 보이는 불쌍한 이들을 주님으로 알아보고 겸손하게 무릎 꿇을 수 있을 때, 우리는 진정으로 그분께 신앙을 둔 사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천국의 열쇠를 차지하는 사람이 될 수 있으리라 봅니다.

저도 바쁜 일상이지만, 『천국의 열쇠』를 다시금 읽으며 또 다른 방법으로 다가오시는 예수님을 발견하고 그분을 경배하렵니다. 여러분을 그 자리에 초대합니다. 천국의 열쇠가 여러분의 것이 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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