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745) ‘거지’에서 ‘은인’으로/ 최인각 신부

복음생각

by 巡禮者 2011. 11. 21. 20:46

본문

복음생각 (745) ‘거지’에서 ‘은인’으로/ 최인각 신부

연중 제30주일 (마태 28, 16-20) 새 복음화의 방향
발행일 : 2011-10-23 [제2767호, 10면]

사회가 어려워지면서 생긴 현상 중 하나가 노숙자(露宿者)의 증가입니다. 노숙자들은 다양한 이유로 거리에서 잠을 청하며 살아가는 사람들로,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이들입니다. 얼마 전, 이들을 위하여 ‘꽃동네’ 신부님께서 봉사자들과 함께 400여 개의 침낭과 빵을 나눠주며, 그들의 애환을 듣는 위로의 자리를 마련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신부님께서는 도움이 필요하면 꽃동네에 삶의 자리를 마련해 주겠다고 제의하셨고, 여러 명이 이에 따라나섰답니다. 신부님께서 “얻어먹는 거지가 되고 싶습니까? 사랑을 베푸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까?” 하고 묻자, 이들은 ‘사랑을 베푸는 사람(은인)이 되고 싶다’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신부님께서는 사랑을 베푸는 사람이 되기 위해 ‘나누는 삶’을 산다면, ‘거지’에서 ‘은인’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오늘 전교주일을 맞이하며 우리가 나아가야 할 복음화의 방향을 생각해 봅니다. 복음화는 우리가 복음을 받아들여 내적으로 변화되어 하느님의 구원계획에 따라 완전한 그리스도인으로 성장하고 성숙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하느님의 말씀과 구원계획에 반대되는 인간의 판단 기준?가치관?관심?사상?생활방식 등을 복음의 힘으로 바로잡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목표에 따라 인류는 이천 년 이상 그 임무에 충실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 수고로 많은 이가 구원을 맛보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이미 복음화 된 개인이나 공동체가 예수님께서 원하시는 복음화에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새 복음화’라는 푯말을 들고 복음화에 더욱 매진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복음화는 구원의 선물인 기쁜소식(福音)을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주시는 ‘내리사랑적인 또는 하강적인’ 형식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죄 많은 인간에게 뿐만 아니라 하느님 아버지께도 기쁨의 존재가 되셨습니다. 여기서 새 복음화의 방향이 드러납니다. 우리의 창조주이며 구원자이신 하느님으로부터 구원을 받고 기쁨을 얻음과 동시에, 피조물이며 죄인인 우리 인간이 하느님을 기쁘게 해 드리는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사두가이들의 말문을 막아 버리셨다는 소식을 들은 바리사이들은 예수님을 시험하려고 “스승님, 율법에서 가장 큰 계명은 무엇입니까?”라고 묻습니다. 이에 예수님께서는 “‘네 마음을 다하고 네 목숨을 다하고 네 정신을 다하여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 이것이 가장 크고 첫째가는 계명이다. 둘째도 이와 같다.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온 율법과 예언서의 정신이 이 두 계명에 달려 있다.”라고 말씀하십니다.

하느님을 기쁘게 해 드리는 것과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은 일맥상통하는 것입니다. 하느님을 기쁘게 해 드리는 일 중 하나는 하느님께서 당신 모상대로 창조하고 사랑하시는 인간(우리의 이웃)을 사랑하고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입니다. ‘새 복음화’의 방향은 분명합니다. 마음과 목숨과 정신을 다하여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과 또 다른 하느님의 자녀인 이웃을 사랑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하느님과 인간에게 진정한 기쁨을 주는 것이며, 진정한 의미의 복음화라 할 수 있습니다.

복음화와 영혼구원은 선언이 아니라 실천 사항입니다. 복음화와 영혼구원은 나의 행복과 구원에 그 초점이 맞추어져 있지만, 그 근원은 하느님으로부터 출발하고, 그 답 역시 하느님에게 있습니다. 하느님과의 인격적 만남, 관상을 통해 교류하면서 살아갈 때, 비로소 공유하는 자유, 함께하는 기쁨, 나누는 생명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까지의 복음화와 영혼구원의 방향이 하느님께 청하고 받는 거지 인생이었다면, 이제부터는 하느님과 세상과 모든 영혼을 기쁘고 행복하게 해 주는 은인 인생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하느님과 세상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기쁨과 행복의 은인이 되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생애를 면면히 살펴보면, 인간을 위한 십자가 상 희생제사에 초점을 맞춘 삶이었다기보다는 하느님 아버지의 뜻을 실현하기 위한 삶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들인 예수님께서 몸과 마음과 영혼을 다 바쳐 아버지의 뜻을 따르고 이룩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하느님의 마음은 감동 그 자체였을 것입니다. 하느님을 기쁘게 해 드리고 감동시키기 위해 하느님 아버지의 마음을 읽고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는 자세, 이것이 복음화의 최고 단계이며 관상의 기도가 아닌가 합니다. 이렇게 산다면, 그 영혼은 지상에서부터 천국까지 구원을 맛보며 행복한 웃음을 지으며 걸어갈 것입니다. 그 영혼이 바로 당신이기를 기도합니다.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