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4억 년 전부터 지구에 살기 시작한 거미는 여러 종류의 단백질을 이용하여 생존 도구인 다양한 거미줄을 만들어냅니다. 점도가 높은 실, 집짓기 용도의 물을 튕겨내는 실 등이 그것입니다. 거미줄에는 우리가 모르는 아주 놀라운 기능이 숨겨져 있는데요! 거미줄의 특성과 그에 따른 활용법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상처의 출혈을 멈추기 위해 거미줄을 상처 부위에 대고 눌렀고, 뉴기니 지역에서는 낚싯줄이나 고기잡이 그물에 거미줄을 꼬아 넣기도 했습니다. 또 남태평양 바누아투 군도에서는 담배나 화살촉의 쌈지를 만드는 재료로 거미줄을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이미 오래전부터 우리 생활 속에서 사용되어온 거미줄은 강철보다 20배 높고, 방탄복 소재인 케블라 섬유보다 4배 높은 강도를 자랑합니다. 탄력성은 나일론보다 2배 높을 뿐 아니라, 방수기능도 갖고 있습니다. 이밖에도 거미줄은 알레르기를 유발하지 않는 천연 단백질로 구성되어 있고, 생분해성이기 때문에 친환경적이라는 장점도 큽니다. 이러한 특성에 주목해 많은 학자들이 거미줄을 이용한 연구에 몰두해 왔습니다. 그러나 실험에 쓰기 위한 거미줄을 다량으로 얻어내기 위해서는 수많은 거미들이 필요한데 거미들은 서로 잡아먹는 특성이 있어 학자들은 그동안 거미를 대량으로 사육할 수 있는 방법 찾기에 골몰해왔습니다.
그러다가 지난 1989년 거미줄 연구에 일대 전기가 찾아왔습니다. 이 해에 거미줄을 구성하는 단백질 생성 유전자를 발견함으로써 인공 거미줄의 대량생산으로 연구 방향이 전환됐습니다. 그 후 인공 거미줄 대량 생산에 나선 많은 기업들이 주목할 만한 성과들을 거두고 있습니다. 한 예로 일본의 바이오벤처 기업 ‘스파이바’는 얼마 전 누에의 유전자를 조작해 이 누에가 단시간에 누에고치 형태로 거미줄과 같은 단백질을 대량으로 생산하도록 했고, 캐나다의 생명공학회사인 넥시아바이오테크놀로지는 염소의 유방세포 안에 거미줄 유전자를 넣어 염소가 젖으로 거미줄을 생성하는 단백질을 대량 분비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밖에 거미실크 유전자를 담배와 감자의 세포 안에 삽입하여 식물의 잎에서도 거미줄 단백질이 나오도록 한 기업도 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인공 거미줄의 활용범위는 매우 넓습니다. 거미줄은 앞서 말씀 드린대로 강철보다 강도가 훨씬 높고, 나일론보다 신축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거미줄을 섬유로 만들어 옷을 만들면 평생 입어도 헤지지 않는 옷과 절대 구멍 나지 않는 양말도 만들 수 있습니다. 또 가볍고 단단한 머리 보호용 헬멧이나, 방탄복의 소재로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거미줄은 또 낙하산이나 거미줄 총 등 군사용, 산업용으로도 활용이 가능합니다. ‘웹숏’이라 불리는 거미줄 총은 방아쇠를 당기면 3m 넓이로 두꺼운 거미줄이 퍼지도록 되어있어 적을 무력화시켜 사로잡을 수 있습니다. 웹숏의 위력은 대단합니다. 이 총에서 나오는 거미줄은 시속 70km로 달리는 3~4t 무게의 트럭도 꼼짝 못 하게 만들 정도라고 합니다.
자동차 차체에 거미줄 섬유를 사용하면 차체의 중량을 크게 줄여 현행 자동차보다 연비는 18% 향상시키고, 이산화탄소 배출은 15% 감축할 수 있어 자원절약과 환경보호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의료부문에서도 쓰임새가 다양합니다. 거미실크로 사람 눈의 각막을 개발한 미국의 생명공학자 데이비드 캐플런은 “거미줄은 인체에서 면역거부반응을 일으키지 않기 때문에 인공힘줄이나 인공장기, 수술부위 봉합사 등에도 다양하게 쓰일 수 있다”고 말합니다.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그 쓰임새가 나날이 늘어가는 거미줄이 앞으로 우리 생활에 얼마나 더 많은 혜택을 가져다줄까요? 아마 가까운 장래에는 우리가 가볍고 질긴 거미줄 옷을 입고, 거미줄로 만든 인공장기들을 몸에 달고 거리를 활보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되면 징그럽고 끔찍하게만 여겨져 천대받고 있는 거미가 무척 기특하고 고마운 존재로 인류의 사랑을 받게 될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