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속에 존재하는 대장균으로 휘발유를 만들 수 있다는 듣고도 믿기 힘든 일이 일어났습니다. 오늘날 기술의 발달은 이런 거짓말 같은 이야기를 현실로 만들고 있습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 기술이 바로 우리나라 과학자들에 의해 세계 최초로 개발됐다는 점입니다. 화석연료로만 인식됐던 휘발유를 대장균으로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은 지속가능한 에너지를 찾는 인류에게 중요한 발견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한때 대장균은 설사와 복통을 일으키는 유해 세균의 대명사로 지목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여러 연구를 통해 이 미생물이 단지 해만 끼치는 세균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대장균은 음식 섭취를 통해 얻을 수 없는 비타민K와 비타민B5, 바이오틴을 합성해 대장에서 흡수되게 하는 역할을 합니다. 또 대장균은 병원성 세균이 대장을 통해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방어군 역할도 합니다. 알고 보면 이처럼 인체에 유익한 이 세균이 과학자들의 연구 대상이 되면서 또 한 번 인류에게 유익한 선물을 주고 있는 것입니다. 대장균은 분자생물학 분야에서 대표적으로 사용되는 실험기법의 하나인 클로닝(필요한 유전자의 수를 증폭하는 방법)의 주요 대상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클로닝의 대표적인 예가 1970년 사람의 인슐린 유전자를 대장균에 주입해 그 수를 증폭시킨 후 분리해 사용하는 인슐린 치료제 개발방법입니다. 대장균에서 휘발유를 만드는 방법도 바로 이와 비슷한 방식이 적용되었습니다.
카이스트 이상엽 교수 (사진: 카이스트)
하지만 이 교수팀의 이번 연구는 이런 문제점들은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습니다. 이 교수측은 실험을 통해 대장균이 자라는 1L의 배양액 당 580mg의 휘발유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는 미국이 미생물로 만든 디젤보다 훨씬 효율이 높지만 양으로 따지면 약 한 방울이 채 안 되는 분량입니다. 학자들은 이 교수팀이 개발한 방식이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적어도 1L에 3g의 휘발유가 추출돼야 한다고 합니다. 따라서 연구진은 향후 추가 연구를 통해 추출 수치를 지속적으로 높여나갈 계획이라고 합니다.
이상엽 교수는 대장균에서 휘발유를 추출하기에 앞서 지난 2009년 8월에는 대장균에서 나일론의 원료가 되는 다이아민을 뽑아내기도 했습니다. 석유화학공정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다이아민이 생산된 것은 당시로선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이 교수팀이 다이아민을 생산한 기술 역시 대사공학에 의해서였습니다. 대사공학이란 세포나 균주에 유전자 재조합기술과 분자생물학, 화학공학 기술을 적용해 새로운 대사회로를 원하는 방식으로 만들거나, 기존 대사회로를 제거, 증폭, 변경하는 기술을 뜻합니다. 대사공학을 통하면 원하는 물질의 대량생산이 가능하며 휘발유, 디젤, 플라스틱, 섬유 등의 새로운 대사산물을 생산할 수 있습니다.
또 이 기술로는 기존 물질에 필요하지 않은 부분을 제거할 수도 있습니다. 이것은 대사공학이 산업과 에너지 등 여러 측면에서 파급효과가 크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앞으로 다양한 미생물의 유전자 염기서열이 밝혀지면 지금보다 더 많은 대사회로 조작이 가능해 질 전망입니다. 이 때문에 대사공학은 현재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많은 연구개발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있습니다. 대장균의 경우만 해도 약 2,000여개의 대사회로 반응이 일어납니다. 따라서 연구자들이 원하는 대사회로 조작 방식을 알아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말하자면 대사공학 분야는 아직 풀어야 할 숙제가 많은 개척 단계의 분야인 것입니다. 그러나 이상엽 교수팀 같이 인류 공통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훌륭한 과학자들이 계속 나타난다면, 가까운 미래에는 대사공학을 통해 하찮은 미생물로부터 금을 만들어 내는 진짜 연금술이 발견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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