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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의 연금술 - 분자생물학] 대장균에서 휘발유, 나일론을 만든다고?

醫學 자료/분자생물학

by 巡禮者 2015. 10. 11.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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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속에 존재하는 대장균으로 휘발유를 만들 수 있다는 듣고도 믿기 힘든 일이 일어났습니다. 오늘날 기술의 발달은 이런 거짓말 같은 이야기를 현실로 만들고 있습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 기술이 바로 우리나라 과학자들에 의해 세계 최초로 개발됐다는 점입니다. 화석연료로만 인식됐던 휘발유를 대장균으로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은 지속가능한 에너지를 찾는 인류에게 중요한 발견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한때 대장균은 설사와 복통을 일으키는 유해 세균의 대명사로 지목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여러 연구를 통해 이 미생물이 단지 해만 끼치는 세균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대장균은 음식 섭취를 통해 얻을 수 없는 비타민K와 비타민B5, 바이오틴을 합성해 대장에서 흡수되게 하는 역할을 합니다. 또 대장균은 병원성 세균이 대장을 통해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방어군 역할도 합니다. 알고 보면 이처럼 인체에 유익한 이 세균이 과학자들의 연구 대상이 되면서 또 한 번 인류에게 유익한 선물을 주고 있는 것입니다. 대장균은 분자생물학 분야에서 대표적으로 사용되는 실험기법의 하나인 클로닝(필요한 유전자의 수를 증폭하는 방법)의 주요 대상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클로닝의 대표적인 예가 1970년 사람의 인슐린 유전자를 대장균에 주입해 그 수를 증폭시킨 후 분리해 사용하는 인슐린 치료제 개발방법입니다. 대장균에서 휘발유를 만드는 방법도 바로 이와 비슷한 방식이 적용되었습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고자하는 인간의 꿈은 오래전 연금술로 시작됐습니다. 납을 금으로 바꾸려는 연금술의 오랜 연구는 화학의 발전을 가져와 20세기의 석유화학문명이 가능하게 만들었고, 오늘날의 연금술인 분자생물학은 미생물에서 인류에게 필요한 자원을 뽑아내는 연구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카이스트의 이상엽 박사팀이 대장균에서 휘발유를 추출하는 기술을 개발한 것은 그러한 21세기 연금술의 현실화에 한 발 다가서게 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인류는 휘발유를 원유에서 추출하는 방법으로 얻어왔습니다. 휘발유는 원유를 섭씨 30~140도로 가열할 때 발생하는 기체로, 폭발성이 매우 높은 연료입니다. 디젤은 원유를 250도 이상 가열하면 나오는 기체를 통해 얻는데, 휘발유와의 차이는 탄소의 숫자에 있습니다. 두 연료 모두 탄소와 수소로 이뤄진 사슬 구조의 탄화수소 화합물인데, 휘발유는 탄소수가 4~12개, 디젤은 13~17개로 디젤이 더 긴 사슬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카이스트 이상엽 교수 (사진: 카이스트)



카이스트 이상엽 교수팀의 연구는 바로 이 사슬구조에 착안했습니다. 식물의 포도당을 먹고 탄소 16~18개로 이뤄진 지방산을 합성하는 대장균의 특성을 파악, 이 미생물의 유전자를 변형해 탄소 10~12개짜리 휘발유를 만들어낸 겁니다. 효모가 당분을 먹고 알코올을 생성해 맥주를 만들어 내듯이 이 교수팀이 만들어 낸 대장균은 잡초나 나무 찌꺼기를 먹고 휘발유를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미국의 경우 지난 2010년 역시 같은 대장균을 통해 디젤을 만드는 방식을 최초로 개발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위와 같이 탄소 사슬이 디젤보다 더 짧은 휘발유를 미생물로 만든 사례는 우리나라가 처음입니다.  


        대장균을 이용한 바이오 매스로부터 short-chain alkane(가솔린)을 생산하는 대사회로
(사진: 카이스트)


특히 이번 연구는 식용이 불가능한 식물 자원에서 자동차의 연료나 플라스틱 같은 석유화학 제품을 얻을 수 있게 하는 실마리를 제공해, 미래 에너지난과 환경 문제 해결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한 쾌거로 큰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이 교수팀의 연구 결과는 이런 가치를 인정받아 세계 양대 과학저널인 사이언스지와 네이처지에 모두 게재됐습니다. 

이제까지는 옥수수나 사탕수수를 미생물로 발효해 바이오 에탄올을 생산해왔습니다. 이 물질은 대체 에너지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지만, 원료가 되는 곡물 가격의 급등과 농지 확보를 위한 자연 파괴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게다가 바이오 에탄올로는 휘발유를 완전히 대체하지 못한다는 물리적인 한계도 있습니다. 


short chain alkane을 생산하는 발효 공정 시스템(사진: 카이스트)


하지만 이 교수팀의 이번 연구는 이런 문제점들은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습니다. 이 교수측은 실험을 통해 대장균이 자라는 1L의 배양액 당 580mg의 휘발유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는 미국이 미생물로 만든 디젤보다 훨씬 효율이 높지만 양으로 따지면 약 한 방울이 채 안 되는 분량입니다. 학자들은 이 교수팀이 개발한 방식이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적어도 1L에 3g의 휘발유가 추출돼야 한다고 합니다. 따라서 연구진은 향후 추가 연구를 통해 추출 수치를 지속적으로 높여나갈 계획이라고 합니다.    




이상엽 교수는 대장균에서 휘발유를 추출하기에 앞서 지난 2009년 8월에는 대장균에서 나일론의 원료가 되는 다이아민을 뽑아내기도 했습니다. 석유화학공정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다이아민이 생산된 것은 당시로선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이 교수팀이 다이아민을 생산한 기술 역시 대사공학에 의해서였습니다. 대사공학이란 세포나 균주에 유전자 재조합기술과 분자생물학, 화학공학 기술을 적용해 새로운 대사회로를 원하는 방식으로 만들거나, 기존 대사회로를 제거, 증폭, 변경하는 기술을 뜻합니다. 대사공학을 통하면 원하는 물질의 대량생산이 가능하며 휘발유, 디젤, 플라스틱, 섬유 등의 새로운 대사산물을 생산할 수 있습니다. 





또 이 기술로는 기존 물질에 필요하지 않은 부분을 제거할 수도 있습니다. 이것은 대사공학이 산업과 에너지 등 여러 측면에서 파급효과가 크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앞으로 다양한 미생물의 유전자 염기서열이 밝혀지면 지금보다 더 많은 대사회로 조작이 가능해 질 전망입니다. 이 때문에 대사공학은 현재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많은 연구개발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있습니다. 대장균의 경우만 해도 약 2,000여개의 대사회로 반응이 일어납니다. 따라서 연구자들이 원하는 대사회로 조작 방식을 알아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말하자면 대사공학 분야는 아직 풀어야 할 숙제가 많은 개척 단계의 분야인 것입니다. 그러나 이상엽 교수팀 같이 인류 공통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훌륭한 과학자들이 계속 나타난다면, 가까운 미래에는 대사공학을 통해 하찮은 미생물로부터 금을 만들어 내는 진짜 연금술이 발견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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