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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내어 놓을 때 기적 일으켜”

복음생각

by 巡禮者 2010. 7. 30.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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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내어 놓을 때 기적 일으켜”

발행일 : 2006-07-30 [제2511호]

십시일반의 기적

요즘에는 대부분의 학교에서 점심식사를 급식으로 하고 있어서 도시락에 얽힌 추억이 많지 않을 것입니다. 배고픈 학창시절에 도시락은 가장 큰 위안이며 즐거움 중의 하나였습니다.

점심시간이 되기도 전에 도시락을 다 까먹고 젓가락만 들고 다른 친구들의 도시락을 전전하는 얄미운 친구들도 있었지만, 학생들 중에는 정말로 집안이 어려워 도시락을 싸오지 못하고 점심시간이면 수돗가에 나가 물로 배를 채우는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도시락을 싸오지 못한 친구들을 위해 서로 한 숟가락씩 모으면 금방 도시락 한 개가 새로 만들어져 굶는 친구의 점심을 마련하곤 했던 기억이 납니다. 열 숟가락의 밥을 모으면 한 그릇의 밥을 만든다는 십시일반(十匙一飯)의 사랑이 현실이 되곤 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가르침을 듣고자 몰려든 사람들을 사랑하는 마음에 음식을 드실 겨를조차 없이 바쁘신 중에 모처럼 마련한 휴식도 포기하시고 사람들에게 하느님 나라의 신비에 대해 가르쳐 주셨습니다. 예수님은 이제 그들에게 하늘나라의 신비를 직접 체험하게 하는 엄청난 표징을 보여주십니다. 하느님나라의 식탁이 차려지는 기적입니다.

예수님은 넌지시 필립보에게 물으셨습니다. “저 사람들이 먹을 빵을 우리가 어디에서 살 수 있겠느냐?” 필립보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질문이었습니다. 장정만도 오 천 명이 넘는 군중을 먹일 빵을 어떻게 마련하겠다는 말씀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필립보의 대답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으로 결론지어졌습니다.

안드레아가 예수님께 가지고 온 한 아이가 내어놓은 ‘보리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는 몰려든 군중을 먹이기에는 거의 아무 것도 아닌 것이었습니다. 아마도 안드레아가 가져온 보잘 것 없는 빵과 물고기는 불가능을 역설적으로 드러내는 것이었습니다. “저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이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안드레아의 대답은 필립보 보다도 훨씬 절망적인 항변이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당신께 오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그것을 마련하는 길을 보여주시기로 마음의 결정을 하셨습니다. 그러나 복음서에서는 어떻게 해서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수 천 명이 먹고 남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전하고 있지 않습니다. 단지 그 결과만을 알려줍니다. 모두들 배불리 먹었고 남은 것을 거두어들이니 열두 광주리를 채웠다는 이야기만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군중들이 먹고도 남을 것을 마련하실 방법을 알고 계셨습니다. 그것은 십시일반의 정신이었습니다. 자기의 것을 내어 놓을 때 모든 이가 함께 누리고도 남는 기적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계셨습니다. 먼 길을 떠나 예수님께로 몰려든 사람들이 자기 배를 채울 것을 마련하지 않고 올 리가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수없이 많은 사람들 틈에서 자기의 것을 내어 놓을 용기가 없었을 뿐입니다.

서로가 자기의 빵만을 움켜쥐고 있을 때에는 모두가 부족하지만, 가진 것을 내어 놓으면 모두가 충분히 먹고도 남는다는 것을 알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작은아이가 내어 놓은 빵과 물고기는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열게 하였고 예수님께로부터 듣고 배운 사랑에 대한 가르침을 실천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다 배불리 먹고도 남는 사랑의 기적을 스스로 체험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진정한 사랑은 자신의 것을 내어 놓고도 그것을 구실 삼아 다른 이들 위에 군림하려 하지 않습니다. 세상에는 빵을 던져주고 그것을 미끼로 사람들 위에 군림하고자하는 거짓 사랑도 많이 있습니다. 예수님은 그러한 거짓 사랑에 대한 유혹 앞에서 단호한 모습을 보이십니다.

예수님을 억지로 모셔다가 왕으로 삼으려는 사람들의 시도는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사랑의 능력을 인간적이고 세속적인 만족을 채우는 일에 머무르도록 하는 유혹입니다. 광야에서 마귀가 예수님을 돌을 빵으로 만드는 구세주로 만들려 했던 유혹과 똑같은 유혹입니다. 사랑을 베풀 때에 겸손하지 못하면 사랑을 구걸하는 사람들의 왕으로 군림하게 됩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께서 사람들 안에 이루어 내신 빵의 기적이 단순히 육신의 배를 채우는 빵이 아니라 영원한 생명의 빵을 찾도록 하시기 위한 것임을 알리기 위하여 혼자서 산으로 물러가셨습니다. 그곳에서 예수님은 오천 명을 먹인 기적보다도 더 큰 기적-당신의 몸과 피를 다 내어 놓으시고 목숨마저 내어 놓아 마련하신 영원한 생명의 식탁을 준비하십니다.

사랑은 자기가 쓰고 남은 것을 던져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가장 소중한 것을 내어 놓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가르쳐 주신 사랑은 자신의 모든 것을 송두리째 내어 놓는 사랑이었습니다. 성체성사 안에 당신의 몸과 피를 모두 내어 놓으셨고, 십자가 위에서 당신의 생명마저 우리를 위해 내어 놓으셨습니다. 예수님께서 내어 놓으신 봉헌으로 세상은 생명을 얻게 되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모두가 나누고도 남을 만큼 충분한 은총을 베풀어 주십니다.

김영수 신부 (전주 용머리본당 주임 henkys@hanmail.net)

※ 지금까지 집필해 주신 김영수 신부님께 감사드립니다. 8월 13일자부터는 춘천교구 배광하 신부님(겟세마니 피정의 집 원장)께서 집필해 주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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