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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에게도 새생명을 준 2015 노벨 생리의학상

노벨상(Nobel)

by 巡禮者 2015. 10. 6.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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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에게도 새생명을 준 2015 노벨 생리의학상

 

앞으로 개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줄 하느리예욤! 잘 부탁해잉♥ - 오세희 제공
앞으로 귀여운 애완동물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줄 하느리예욤! 잘 부탁해잉♥ - 오세희 제공

 

 

 

 

주인님과 함께 산책하는 것은 참 좋습니다. 나를 보며 감탄하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느끼는 것은 정말 짜릿합니다. 질리지 않고, 언제나 좋지요.

 

 

헌데 오늘 산책은 코스가 좀 이상합니다. 아뿔싸! 동물병원을 가는 길이었습니다. 동물병원은 제가 결코 좋아하는 장소가 아닙니다.

 

흰 옷을 입은 수의사 선생님이 귀에 무엇인가를 넣거나(미니카메라로 귓속을 들여다 보거나 약품으로 귀를 청소하는 것), 온몸을 주무릅니다(내장이나 관절에 이상이 없는지 촉진하는 것). 제가 싫어하는 것만 골라서 하는 거죠. 게다가 때로는 억지로 입에 무엇인가를 집어넣기도 합니다. 영문 모르고 일단 꿀꺽 삼키게 되는데, 저도 ‘자유의지’가 있는 동물인지라 그 때마다 기분이 참 불쾌합니다.

 

○개에게 치명적인 기생충, 심장 사상충

 

 그런데 오늘은 좀 다릅니다. 수의사 선생님은 그저 덩어리 하나를 제 앞에 놓아둘 뿐, 억지로 먹이려 들지 않습니다. 그 덩어리에서는 아주 맛있는 냄새가 나네요. 아마 우리 개들이 좋아하도록 약과 맛있는 간식을 섞어놓은 모양입니다. 이런 약이라면 몇십 개도 먹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단숨에 우적우적 씹어 먹었으면서 얼핏 들었는데, 이게 심장사상충이라는 개에게 치명적인 기생충을 예방할 수 있는 약이랍니다.

 

심장사상충은 심장에 기생하는 사상충을 말합니다. 사상충은 ‘실 사(絲)’와 ‘모양 상(狀)’이라는 한자를 씁니다. 말 그대로 실 모양 기생충이지요. 사람에겐 피부나 눈, 림프절과 같은 곳에 기생을 합니다만, 개에게는 특이하게도 심장(정확히는 폐동맥)에 기생을 합니다. 그래서 개사상충이라고 하면 보통 심장사상충을 말합니다. 모기에 의해 감염되며, 유충(마이크로필라리아)일 때는 큰 문제가 없지만 성충이 되면 혈관을 막아서 심부전이나 대정맥증후군 등 혈관이 막혔을 때 생기는, 생명에 치명적인 기생충 질환입니다.

 

견체(?)의 중요한 부위에 기생하는 만큼 치료하는 것보다는 예방이 최고입니다. 성충이 되기 전에 유충 단계에서 없애버리는 거지요. 바로 ‘구충제’를 이용해서 말이에요.

 

 

개들에게 쉽게 감염되는 심장사상충을 예방할 수 있는 약, 하트가드. 주 성분은 2015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물질인 이버멕틴이다.  - (주)동아사이언스 제공
개들에게 쉽게 감염되는 심장사상충을 예방할 수 있는 약, 하트가드. 주 성분은 2015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물질인 이버멕틴이다. - (주)동아사이언스 제공
○ 노벨상 수상자, 개의 수명을 늘려주다

 

 

2015년 10월 5일, 스웨덴 노벨상위원회는 2015 노벨 생리의학상에 기생충의 일종인 회선사상충을 예방할 수 물질을 발견한 두 사람(윌리엄 C. 캠벨, 오무라 사토시)과 말라리아 치료제를 새로 찾아낸 사람(투 유유)가 노벨상 수상자로 선정했더군요.

 

3명의 과학자 가운데 개들의 삶을 크게 개선시킨 분이 계십니다. 바로 윌리엄 C. 캠벨과 오무라 사토시입니다. 이들이 찾아낸 물질인 ‘아버멕틴’(Avermectin)이 사상충의 유충을 없애는데 매우 효과적입니다. 아버멕틴은 화학적인 작용을 가공을 거쳐 ‘아이버멕틴’(Ivermectin)이라는 약물이 됐습니다. 개를 잘 아는 독자 여러분이라면 조금 다른 형태로 들어봤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바로 ‘먹는 심장사상충 예방약, 하트가드’라는 이름으로 말이지요.

 

심장사상충이 가장 좋아하는 숙주는 개입니다. 여러 조사에서 시중에 있는 개 중 20~40%는 심장사상충에 감염돼 있다는 결과가 나올 정도입니다. 반면 길고양이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감염된 고양이가 3%도 채 안됐고요. 즉 심장사상충을 얼마나 예방하는 가에 따라 개의 수명이 달라진다는 의미입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아이버맥틴이 들어있는 구충제를 사람에게 쓰지 않습니다. 노벨상 수상자들이 예방하고, 치료하고 싶었던 회선사상충은 우리나라에는 없고 아열대 아프리카 저지대 강 유역과 중남미의 고산지대에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개사상충은 어느 곳에나 있습니다. 그래서 개에게는 아이버멕틴 성분이 들어있는 사상충 예방약을 먹는 것이지요. 모기가 본격적으로 활동하는 4월부터 먹도록 하는데, 사상충뿐만 아니라 다른 기생충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에 구충제 대신 심장사상충 예방약을 먹곤 합니다.

 

이쯤해서 이 글을 읽는 분들은 궁금증이 하나 생겼을 듯합니다. ‘심장사상충이 사람에게 기생하면 어쩌지?’라고 말입니다(제가 이래 봬도 과학기자를 주인으로 둔 개입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사람에게 감염이 안 되는 것은 아닌데, 사람에게 들어온 심장사상충의 유충은 성충이 되기도 전에 인간의 면역체계에 의해 제거된답니다.  

 

자문=문기호 닥터M동물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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