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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주의적 신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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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巡禮者 2013. 1. 6.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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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 공동기획

- 신앙의 해, 신앙의 재발견 -

 

 

개인주의적인 신앙

 

‘우리’ 사라지고 ‘개인’이 하느님 앞서는 현상 대두
개인주의화로 인해 미사·성사 참여 줄고 냉담 비율 증가
기복적 신앙과 개인주의 성향 결합 … 자기숭배 우려도

한국교회는 신앙의 해와 더불어 ‘새로운 복음화’를 기치로 내걸고 있다. 신앙의 해를 맞아 새로운 복음화가 요청되는 분야들 중에서도 문화부문의 세속주의는 시급한 문제이다. 그만큼 세속주의는 ‘새로운 복음화’ 및 신앙의 해에 ‘신앙의 재발견’을 거스르는 가장 큰 위험요소로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세속주의의 결과로 왜곡된 개인주의적인 영성이 교회 안에서도 깊게 파고들고 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제13차 세계주교대의원회 개최와 관련한 한 인터뷰에서 ‘소극적이고 개인적인 신앙생활’을 교회 안에서 볼 수 있는 신앙의 장애로 지적한 바 있다. ‘세속화’ 문제와 함께 거론되는 ‘개인주의적인 신앙’ 은 어떤 것이고, 그로 인해 파생되는 것들은 어떤 점들일까. 이의 극복을 위한 교회의 노력은 어떻게 전개될 수 있을 것인가. 총 2회에 걸쳐 이 문제를 다뤄 보고자 한다.



■ 이기주의화·기복화의 현상들

지난해 6월 27일 주교회의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 주최로 열렸던 제13차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의제개요’ 답변서 마련을 위한 워크숍에서 강철현 신부(마산교구 성소국장)는 “‘세속화의 심화’를 ‘오늘날 하느님 문제를 제기하는데 가장 큰 장애와 어려움’으로 꼽으면서, 그 영향으로 인해 성스러운 영역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가속화되고 있고, 자신의 이익과 만족을 극대화하려는 극단적인 이기주의가 팽배하여 자신의 이익과 만족을 추구하는 데 방해가 되는 것이라면 그것이 아무리 절대적이고 성스러운 영역이라 할지라도 멀리하거나 거부하려는 움직임이 커진다”고 했다.

한국교회 역시 ‘세계화’ 영향 속에서 개인주의화의 영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사례로 읽을 수 있는 부분이다.

학자들은 ‘개인주의화’가 “미래사회의 인간을 읽는 핵심적인 열쇠의 하나로 대두될 만큼 근대화 과정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꼽고 있다. 특히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고 장차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개인주의화의 근본 특징은 “각 개인이 자신의 삶을 자율적으로 규정하고 고유하게 구성해 가는데 있다”고 학자들은 밝힌다. 그만큼 그 과정 속에서는 전통적 삶의 형태와 사회적 관계, 전통적인 사회 규범들이 약화되거나 무력화되고 개인의 욕구와 자율성이 삶의 방식과 태도, 사회적 관계까지 선택하고 규정한다는 것이다.

김정용 신부(광주가톨릭대학교 교수)는 지난 2007년 서울대교구 통합사목연구소 주최 세미나를 통해 “종교의 영역에서 개인주의화 역시 이 같은 개인주의화 영향을 깊게 받는다고 볼 수 있는데, 서구의 종교적 개인주의화는 ‘종교적 주체화’라 할 수 있는 종교적 실천 영역에서의 자율성, 자유의 확대 부분과 하느님과의 관계, 구원 신앙을 개인의 사사로운 일로 환원시키고 신앙의 사회적 차원을 배제하는 ‘종교의 사사화’(私事化)로 나눠볼 수 있다”고 제시했다.

 ▲ 신앙의 개인적 차원은 자기 수양과 수련, 성화를 지향하는 올바른 의미를 지녀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에 지적되는 신앙의 개인주의화는 ‘우리’보다는 ‘나’가 삶의 중심에 있으면서, 종교도 하느님 중심이 아니라 개인을 중심으로 하는 사고로 팽배한 현상을 야기한다. 이러한 개인주의적 신앙관은 이기주의적 신앙과 함께 신앙의 기복화를 부추기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교회의 상황은 어떠할까. 김 신부는 이와 관련 “서구의 종교적 개인주의화 근거를 한국교회 안에 잣대로 적용하기는 어려운 면이 있으나 주일미사 참례율 및 판공성사 참여율의 지속적인 하락세, 냉담교우 비율의 지속적인 증가 등 현상은 원인이 무엇이든 간에 개인주의화 현상이 오래전부터 파고들기 시작했다는 증거로 읽을 수 있다”고 밝힌다.

김정우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대신학원장)는 “포스트 모더니즘의 영향으로 ‘우리’라는 단어보다는 ‘나’라는 단어가 삶의 중심에 있으면서 종교나 신앙의 영역에서 말하는 ‘우리’는 사라지고, 이러한 것으로부터 독립된 생활관을 갖게 되면서 종교도 개인을 중심으로 하는 사고가 팽배해 있다”고 밝혔다.

앞서 김정용 신부가 지적한대로 ‘한국교회의 냉담교우와 이탈 신자의 증가’는 그러한 개인주의적 신앙관이 드러나는 한 표증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개인주의적인 신앙관은 이기주의적인 신앙과 함께 신앙의 기복화를 부추기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가톨릭신앙생활연구소가 1998년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기도’에 대한 지향 부분에서 “자신의 복을 위해서”라는 답이 44.8%로 거의 절반을 차지했다. 그 다음이 ‘가정’(39.6%), ‘이웃’(5.2)을 위한 순서 였다. ‘나’와 ‘나의 가정’을 위한 지향이 기도의 대부분이라는 결론이다. ‘나만을 생각하고 나만의 현실적 복을 비는 이기적인 기복신앙’를 드러내는 방증으로 풀이될 수 있는 사례다.

김정우 신부는 “전통적으로 기복적인 신앙을 지니고 있던 한국의 민간신앙과 개인주의적 성향이 부각돼 결합됨으로써 더욱 더 자기자신만을 생각하는 이기적 신앙으로 변화되고, 심지어는 자기숭배에 빠지는 우상숭배에 도달하는 심각한 현상이 드러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가톨릭신문사 창간 80주년기념 신자 의식 조사보고서 「가톨릭 신자의 종교의식과 신앙생활」 내용에서, 특히 ‘영성생활과 신앙공동체 생활 조사’ 부분을 맡았던 박문수(한국가톨릭문화연구원 부원장) 박사는 “천주교 신자들이 본당·개인 중심으로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다”는 결론을 냈다. 예를 들어 ‘본당 신자와의 공동체 의식 정도’ 조사에서는 1987년, 1998년, 2006년 세 차례 조사결과를 볼 때, 73%-63.3%-38.6% 순서로 10년마다 점차 약화되고 있음이 확인됐다.

여기서 박문수 박사는 추세 조사 관점에 대해 “전반적으로 한국교회에는 통계상 신자 숫자는 늘어나고 있음에도 ‘소속감’은 약화되고 ‘종교성’, ‘신앙의 투신도’는 모두 낮아지고 있는 현상”을 지적했다.

하느님 백성인 교회, 사귐의 신비인 교회, 사랑의 공동체인 교회 본질 회복이 시급한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다.

 

공동체 안에서 신앙적 기쁨 누리는 극복방안 필요
사회교리 교육·소외된 이 돕는 교회 관심 등 절실
친교 공동체 실현하는 ‘소공동체’ 활성화 이끌어야

 ▲ 한 사목자는 신자들이 개인주의적 성향에서 벗어나기 위해 본당 모임이나 축제 등을 ‘체험’함으로써 신앙적·공동체적 기쁨을 누리는 것이 중요하며, 교회가 앞장서야 함을 강조했다. 사진은 부산 토현본당의 소공동체 성탄 축.제 모습
 
■ 개인주의 인정 … 이기주의 극복

캐나다 신학자 라투렐은 21세기를 사는 인간에게서 드러나는 나약한 영적 특성에 대해 17가지로 요약하고 있는데, 그중 하나는 ‘통교불능의 익명성’에 관한 것이다. 라투렐은 “통교불능의 익명성으로, 산업화로 인해 이웃과의 접촉이 없거나 피상적으로 알고 지낼 뿐이며, 안다는 것도 그가 무슨 일을 하는지, 지위가 무엇인지, 재산이 많고 적음에 대한 것 뿐이다”라고 지적했다.

라투렐이 언급한 것처럼, 21세기를 사는 현대사회 안에서 개인주의화 현상은 무차별적인 극복 대상이 아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오늘날의 현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만큼 개인주의(Individualism)화되고 있는 세상의 흐름은 인정해야 하지만 왜곡된 개인주의적 신앙이라 할 수 있는 이기주의(Egoism)는 극복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한편 개개인이 성화돼야 공동체도 성화될 수 있다고 한다면, 이러한 왜곡된 개인주의적 신앙은 왜 바람직하지 못한 것일까.

가톨릭대사전에서는 ‘교회와 개인주의’ 문제와 관련해서 ‘개인 구령주의(救靈主義)’는 “하느님 백성으로서의 교회, 사귐의 신비로의 교회, 사랑의 공동체로서의 교회의 본질을 증거하는데 저해가 된다”고 언급, “하느님 계획은 자기 중심주의에서 탈피해 타인 중심주의로 인간을 성화시키는 것이며, 그리스도의 죽음은 자기 중심주의에서 타인 중심주의로의 삶을 보여 줌으로써 모두에게 개인주의를 극복하도록 가르친다”고 명시하고 있다. 신앙의 공동체성에 대한 교회의 입장은 특히 제2차 바티칸공의회 사목헌장과 사회교리 문헌들을 통해서도 자주 언급되고 있는 부분이다.

사목자들은 이러한 왜곡된 신앙의 개인주의화 경향이 왜 발생했느냐 먼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힌다. 특히 대부분 입교를 위해 성당 문을 두드리는 이들이 개인적인 이유와 동기에서 또 약간은 이기적인 동기에서 시작된다고 볼 때, 정말 중요한 것은 그 신앙이 자라나면서 서서히 이타적이며 공동체적으로 탈바꿈하고, 또 성숙될 수 있도록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는 것이다.

손희송 신부(서울대교구 사목국장)는 “현재 한국교회에서 나타나는 이기주의적이고 개인주의적 신앙 행태는 신앙이 성숙되지 않고,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하고 “아이가 성숙하지 못하면 나이가 들어 몸집만 커져서 자기 생각만 하는 것처럼, 한국 신자들 대부분이 그런 모습인 것 같다”는 의견을 드러냈다.

한국교회 신자들의 개인주의화되고 이기주의화된 신앙관·구원관은 한편 ‘교회의 개인주의화된 신앙관·구원관의 거울’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신자들의 신앙관 형성에 일차적 책임은 교회에 있다는 말이다.

김정용 신부(광주가톨릭대 교수)는 “전례의 영성은 개인주의화된 전례거행으로 인해 그 충만함이 재현되기보다는 딱딱하고 건조한 의식으로 약화돼, 신자들의 삶과 신앙을 근원적으로 고양시키지 못하고 있다”며 “교회의 기본적인 신앙교육 요청을 만족스럽게 담아내지 못하면서 본당 사제 개인의 취향과 관심이 압도하는 신앙교육은 한국교회 개인주의화와 사사화 과정에 핵심적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것 또한 부인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 신앙에 대한 근본적 접근을

교회 내 관계자들은 ‘조금 늦더라도 보다 근본적으로 접근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힌다. 신자들이 그리스도교 신앙, 특히 가톨릭 신앙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파악할 때 공동체를 향해 열린 모습으로 나아가게 된다는 것이다.

아울러 가르침과 함께 체험도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신자들이 ‘개인’으로서 뿐만 아니라 공동체적 신앙인이 될 수 있도록 인도해야 하는 만큼, 공동체성을 부여하는 모임이나 축제 등을 통해 개인주의를 심화시키는 사회구조를 극복할 수 있도록 격려하는 노력들이 활성화 돼야 한다는 것이다.

한 사목자는 “본당 행사를 통해 공동체가 함께한다는 것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는 ‘부담과 수고’를 뛰어넘는, ‘신앙적 기쁨과 공동체적 뿌듯함’의 보상으로 주어진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견해다.

김정용 신부는 ‘신앙의 사회적 차원을 소홀히하거나 배제하는 종교적 사사화 경향의 극복이 교회의 가장 핵심적인 과제의 하나’라고 제시하면서 ‘사회교리 교육의 강화’, ‘사회적 약자에 대한 교회의 관심’ 등을 종교적 이기주의를 극복하는 구체적 방안으로 내놓는다.

특히 올해로 한국교회가 ‘소공동체’ 활성화를 교계 차원에서 도입한지 20주년이 되는 해라는 면에서 교회의 새로운 존재방식으로 평가되는 소공동체는 개인주의적인 신앙을 거슬러 가는데 큰 자극을 줄 수 있는 공동체 형태라는 소신도 나오고 있다.

강영옥 박사(가톨릭대 김수환추기경연구소 책임연구원)는 “하느님 사랑을 깊이 체험하고 그 사랑을 세상에 보여주는 공동체로서의 교회의 본질적인 모습을 실현시키기 위해 제안된 것이 소공동체 사목이라 할 때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제안하는 친교의 공동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한국형 교회의 모습으로 받아들여진다”고 전했다.

그러나 한국교회 거의 모든 교구가 소공동체 활성화를 목표로 하고 있음에도, 재평가와 구체적 보완을 거쳐 새로운 시도로 접근해 가야 한다는 의견이 일고 있는 시점에서 전문가들은 “소공동체 사목 역시 한국의 사회·문화적 환경 안에서 ‘새로운 방식’과 ‘새로운 표현’을 찾는 노력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견지를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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