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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신앙: 천지창조의 열쇠

宗敎哲學

by 巡禮者 2012. 8. 18.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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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신앙] 천지창조의 열쇠
 
조경철
 
 
우리가 발을 딛고 서있는 지구는 언제 이 우주에 태어났을까? 창세기에는 하느님께서 그냥 태고 때 만들어놓으셨다고 기록되어 있다.
 
오늘날 과학이 발달하여 지구의 나이까지도 측정할 수 있게 되었는데, 지질학이나 물리학, 천문학적인 측정에 따르면 지구는 약 47억 년 전에 탄생하였다는 것이 판명되었다. 달도 하느님께서 만들어주셨다고 하지만 이 천체도 지구가 태어날 때 거의 같이 탄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 나아가서 태양이며 저 하늘에 무수히 떠있는 별들의 탄생 시기도 우리는 이제 짐작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이 별들도 하느님의 소산이 아니라 우주에 뿌려진 먼지들이 모여서 수십억 년 전에 탄생한 것이다. 그렇다면 그 먼지들은 또 언제 탄생하였을까? 이렇게 자꾸만 우주 속의 천체를 구성하는 물질의 근원을 파고들면 우리는 드디어 우주의 기원 문제에 이르게 된다.
 
과거 50여 년 동안 천문학자들은 망원경의 힘을 입어 우주의 구조를 어느 정도 해명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우주는 엄청난 진공의 공간이며, 그 공간 속에는 수천억 개의 별들로 구성되어 있고 대체로 원반 모양을 하고 있는 ‘은하’ 수천억 개가 분포되어 있다. 그 은하들은 지금도 계속해서 사방으로 날아가고 있음을 알았다.
 
우주는 반지름이 약 150광년쯤 되는 크기로까지 퍼져있는 공간이라는 것이다. 1광년은 빛이 1년 동안 달리는 거리를 말한다. 다시 말해 우주는 태초에 대폭발을 일으켜 150억 년을 거치는 동안 사방으로 날아가는 원시 물질이 진화되면서 먼지가 되고, 그 먼지로부터 별들이 탄생하면서 오늘날의 우주를 구성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우리는 아주 소박한 의문에 부딪친다. 태초에 대폭발은 또 어떻게 해서 일어났으며, 그 한 점보다도 작은 것에서부터 어떻게 수천억 개의 별들을 거느린 수천억 개의 은하들을 탄생시킬 수 있었는지 말이다. 또한 그 점은 어떻게 해서 탄생했을까? 여기서 우리 천문학자들은 말문을 찾지 못한다. 그러나 세 가지 증거인 은하들의 운동, 열역학의 법칙, 별들의 일생을 볼 때 우리는 이 우주가 태초에 창조되었음을 알게 된다. 그래서 몇몇 과학자들은 용기를 갖고 ‘그 창조 이전에는 무엇이 있었는가?’ 라는 문제에 도전해 보았다.
 
영국의 물리학자인 에드먼드 위태커는 종교와 천문학에 관한 “세계의 시작과 종말”이라는 책을 썼는데 거기서 다음과 같이 논술하였다. “그 이전에 물질과 에너지가 존재하고 있던 것이 갑자기 시동이 걸렸다는 근거는 아무것도 없다. 다만 무(無)에서부터의 창조 - 바로 무에서 자연을 창조한 신의 의지가 있었음을 인정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 아닐까.”
 
그러나 어떤 학자는 더 대담하게 “그렇다면 누가 창조주(원동력)냐?’ 하고 파고들었다. 영국의 에드워드 밀른은 상대론에 관한 논문을 썼다. 그 결론으로 “우주 창조의 첫 번째 원인으로 팽창 우주론을 들고 나서는 것은 자유이다. 그러나 우리의 우주관은 하느님 없이는 완결되지 못한다.”라고 하였다.
 
또한 이 문제에 관하여 재미있는 착상을 했지만 결국 해결하지 못한 사람도 있다. 아우구스티노 성인은 “하느님께서는 하늘과 땅을 창조하시기 전에는 무엇을 하고 계셨을까?’ 하고 자문자답하였지만 결국 얻은 답은 “그러한 질문을 하는 인간들을 위해 지옥을 만들고 계셨다.”는 것이었다.
 
여기서 관측된 엄연한 사실과 그 원인에 관하여 다시 한번 정리해 보자. 곧 오늘날 허블 망원경이 발견한 ‘팽창하는 우주’라는 과정에 우리가 놓여있다면 그 과정을 과거로 소급해 볼 때 팽창의 출발점이 있어야 하는데 그 150억 년 이전에는 무엇이 있었겠는가 말이다. 그래서 영국의 천문학자인 아더 에딩턴은 “나는 이 관측 사실을 부인할 도구가 아무것도 없다. 그러나 우주에 출발점이 있었다는 이야기는 수긍할 수가 없다.”라고 하였다.
 
미국 MIT 대학 교수인 필립 모리슨 박사도 “나는 태초에 우주가 한 점으로부터 대폭발로 창조되어 현재까지 팽창하고 있다는 것에 의문을 품게 되었다. 그것이 관측상으로는 팽창하는 것으로 보이겠지만 그렇다면 ‘시간’도 150억 년 전부터 시작되었다는 뜻인데, 시간이란 151, 152억 년 전에도 존재하였을 것이 아닌가.” 하고 말하고 있다. 곧 무한의 시간과 제아무리 기를 써서 공부해도 설명할 수 없는 우주 기원에 관한 문제는 현재 인간의 능력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것이다.
 
자연과학은 “모든 결과에는 원인이 있다.”라는 인과 관계에 서서 연구하고 있으며, 그 덕분에 오늘날 지구상에 일어나는 자연 현상과 그 관계를 이용한 기술의 발달로 풍족한 생활을 누리고 있기는 하다. 그렇지만 해결하지 못하는 하나의 문제는 그 최초의 원인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그것이 존재하면 반드시 그 이전의 원인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원인과 결과’라는 인과 관계가 성립하지 않는 세계가 있음을 인정해야 할 때 큰 상처를 입게 된다.
 
우리는 과학 기술의 만능 시대를 살고 있다. 유전자 조작으로 인간복제까지 가능하게 되었고 컴퓨터의 능력이 인간의 두뇌를 넘어설 때가 올 것이라는 예측도 가능한 이 시대에 인간의 사고 능력의 진화에 무서움까지 느낀다. 그러나 ‘인간이 어디서부터 왔는가.’ 하는 문제에는 과학자들도 결정적인 답을 주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생명과 우주의 탄생에 대한 현 시점의 진화 과정에 과학이 큰 공헌을 할 수 있었지만 창조 과정에 있어서는 전혀 맥을 못 추는 판국에서 이제 그 한계점을 스스로 느끼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 과학은 ‘천지창조’의 수수께끼를 풀 수도 없거니와 미래에도 결코 해결하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이 문제는 신학자의 영역이 되어야만 원만하게 마무리될 터이다. 곧 “이 우주는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것이다.”라고 말이다.
 
 
조경철/ 천문학 박사, ‘한국 우주환경과학연구소’ 소장
 
[경향잡지, 2000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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