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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정 따라 한 '까치발 들기', 발은 골병든다

건강 의악 정보

by 巡禮者 2025. 2. 12.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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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 박의현의 발 이야기(81)

무리한 카프레이즈 운동 시 단축 경직으로 인해 아킬레스건이 짧아질 수 있음. /연세건우병원 제공

 

의학의 발전으로 이제 인간은 백세시대를 바라보게 되었다. 당연하게도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건강하게 잘 사는 것을 준비해야 한다. 건강한 백세시대를 위해서는 잘 걸을 수 있는 발을 만들고 좋은 보행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우선이다. 인간 행동의 기초가 '걷기'이기 때문이다.

 

족부전문의인 필자로서는 건강한 발과 올바른 걷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이 반갑기만 하다. 야외에서의 맨발걷기가 주목받기 시작했을 때도, 필자는 이 칼럼을 통해 긍정적인 측면과 함께 주의사항을 꾸준히 알려왔다.

 

◇'까치발 들기' 무리하면 안돼

최근에는 발뒤꿈치를 들었다 내리며 종아리를 단련하는 '카프레이즈(Calf Raise)'운동이 각광받고 있다. 소셜미디어나 인플루언서 등의 영향으로 종아리 근육을 강화하는 운동이 다리 모양을 예쁘게 만들고, 운동 능력 향상·혈액순환 개선 등의 여러 이점이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었다. 흔히 '까치발 들기' 운동으로 잘 알고들 있다. 하지만 잘못된 방법으로 무리하게 카프레이즈 운동을 하면, 발 건강과 걷기의 기본인 '엄지보행'을 해칠 위험이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무리하게 카프레이즈 운동을 지속하면 종아리 근육과 연결된 아킬레스건이 과도하게 수축된다. 아킬레스건이 늘어나지 않으면서 발목을 위로 젖히는(배굴) 동작이 어려워진다. 위·아래로 움직이는 발목관절의 중심축은 아킬레스건에 있다. 아킬레스건의 수축과 이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발목 움직임 자체가 둔해지고, 방치하면 아킬레스건염이나 파열 같은 심각한 문제로도 이어진다.

 

타이트해진 아킬레스건으로 인해 발뒤꿈치가 땅에 먼저 닿는 정상적인 보행이 어려워지면, 발 앞쪽으로 체중이 쏠리는 전족부 보행을 하게 될 수 있다. 이렇게 발가락과 발볼 쪽에 체중이 집중되면 발가락까지 이어지는 신경에 가해지는 압력을 증가시킨다. 과도한 압력은 신경을 자극하고 염증을 유발하며, 방치 시에는 신경이 두꺼워지는 지간신경종으로 이어진다.

아킬레스건이 경직되어 발바닥 특정 부위에만 지속적으로 충격이 가해지면, 족저근막도 미세 손상을 입어 근막을 구성하는 콜라겐의 변성이 생긴다. 결국 염증이 나타나 족저근막염이 유발된다.

 

아킬레스건이 건강하지 않으면 걸을 때 발목을 충분히 들어 올리지 못해 외측보행을 하게 된다. 그러면 몸무게는 발 바깥쪽으로 쏠리고, 접질리기 쉽다. 발목인대 손상과 같은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아진다. 반복될 경우 발목불안전증이 생기고, 더 진행되면 발목 관절염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바깥쪽 돌출 부위에 통증이 생기는 소건막류가 발생할 여지도 있다.

 

◇'과유불급'의 마음으로 꾸준한 스트레칭을

좋은 걷기의 기본인 엄지보행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보행 마지막 단계에서 엄지발가락이 충분히 몸을 지탱하고 바닥을 밀어줄 수 있어야 한다. 엄지발가락이 제 역할을 못 하면 추진력이 떨어지고, 걸음걸이가 어긋나면서 무릎과 발목, 나아가 전신 균형에도 부담을 준다. 아킬레스건이 경직된 상태에서 발뒤꿈치를 충분히 내리지 못하면, 이 엄지보행을 원활하게 수행하기 어렵다. 정상 보행 패턴이 깨져 발과 발목 특정 부위에 부하가 몰리면서 통증과 변형이 유발된다.

발의 건강과 좋은 보행을 위해서는 꾸준한 스트레칭과 적당한 부위별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전에는 계단에서 발목을 꺾어 아킬레스건과 종아리를 늘이거나 벽을 잡고 미는 방식을 자주 썼는데, 최근에는 '아킬레스 보드' 같은 기구들을 활용해 집 안에서도 손쉽게 운동할 수 있게 되었다.

                                                                                       박의현 연세건우병원장

 

결국 카프레이즈 같은 종아리 강화 운동은 여러 장점을 가진 훌륭한 운동이지만, 코어 안정성과 발목·아킬레스건 유연성이 충분히 확보된 상태에서 적절히 진행해야 한다. 운동 중 발바닥이나 종아리에 통증·뻣뻣함이 생기거나, 발과 발목 주변에 이상이 생기면 무리한 반복 운동을 잠시 멈추고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이를 방치한 채 "운동이 답이다"라는 생각만으로 진행하다가는 되레 아킬레스건 파열과 다양한 족부 질환을 부를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지나치지도, 덜하지도 않아야 한다. 조금이라도 이상이 느껴지면 발의 해부학적 구조와 생체역학적 원리를 이해하고 적합한 술기를 시행할 수 있는 경험 많은 족부전문의를 찾길 권한다. 제대로 걷는 법, 엄지 보행을 통해 백세시대를 '잘 걷고, 건강하게' 맞이하시길 바란다.

 

박의현 연세건우병원장  2025. 2. 12.

출처 :  헬스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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