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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대희 같은 '장량'이 더 나와야 한다

인물(People)

by 巡禮者 2012. 12. 22.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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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대희 같은 '장량'이 더 나와야 한다
<칼럼>청신(淸臣)이 자신을 던지면 국민이 잊지 않는다
전쟁은 장수가 하지만, 통치는 전문가에게 맡겨야 옳다



참 멋있는 분입니다. 진퇴를 이렇게 깔끔하게 하는 분이 아직도 있다니... 정치인은 가장 욕을 먹는 직업군입니다. 하지만 안대희씨의 아름다운 퇴장을 보면서 그래도 정치인 중에서 국민에게 희망과 감동을 주는 사람이 있구나 생각하니 모처럼 흐뭇합니다.

안씨는 대통령 선거일인 19일 하루 앞두고 18일에 여의도 새누리당사 사무실에 있던 자신의 짐을 꾸려서 나갔다고 합니다. 당 관계자도 몰랐다고 합니다. 주군이 대업을 성취하도록 충정지신(忠貞之臣)의 역할을 다하고 훌훌 자리에서 일어났더군요.

안대희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장. 그는 처음 박근혜 당선인 켐프에 합류했을 땐 깐깐한 법조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광옥 등 동교동계 인사 영입을 둘러싸고 박 당선인에게 ‘몽니’를 부릴 땐 주군을 위한 헌신보다는 자기 정치를 하려 하나 하는 불안감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박 당선인 뒤에서 충직하게 보필하며, 강도 높은 정치 및 검찰 쇄신 방안을 뚝심있게 내놓은 것을 보고 신뢰감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같은 듬직한 참모들이 있었기에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압도적 표차로 승리한 것 같습니다.

안위원장의 퇴장은 진한 여운을 남기고 있습니다. 마침 박 당선인이 후보시절 비서실장을 했던 이학재의원도 향후 5년간 일체의 임명직을 맡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박 당선인의 선거대책위 총괄본부장을 맡았던 김무성 전의원도 당분간 정치권을 떠나 있겠다며 잠적했다고 합니다.

안위원장과 이의원, 김 전본부장의 용기있는 행보와 기득권 내려놓기는 다른 참모들에게 많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모든 참모들이 전원 퇴진할 필요는 없습니다. 여전히 박 당선인이 성공한 대통령이 되도록 보필해야 할 분야가 많습니다.

하지만 대권을 쟁취하기까지 기여한 공신들과 훈구대신들은 이젠 주군에게 부담을 주지 않아야 합니다. 주군의 운신폭을 넓혀줘야 합니다. 주군이 폭넓은 대탕평 인사를 하도록 해야 합니다. 대화합 포용인사를 하도록 자중자애해야 합니다. 진정 주군에게 충신으로 남고 싶으면 때론 백의종군하는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마상(馬上)에서 권력을 잡을 수는 있지만, 마상에서 통치를 할 수는 없습니다. 공신이나 훈구대신들은 주군이 국리민복과 국민 모두의 행복을 위한 청와대행 티켓을 확보하는 순간 욕심을 거둬야 합니다. 전쟁을 할 때는 용맹무쌍한 장수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승리한 후 나라를 다스릴 때는 분야별 전문가들에게 맡겨야 합니다.

◇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지난 11월 6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안대희 정치쇄신특위위원장이 배석한 가운데 정치쇄신안을 발표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장량(張良)은 한고조 유방을 도와 천하패권을 놓고 다투던 항우를 깨트리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습니다. 그는 군막에서 천리 밖에서 벌어지는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전략과 계책을 세웠습니다. 유방이 천하통일하는 결정적인 기여를 한 셈이지요.

하지만 그는 유방이 황제가 되자마자 자신의 할 일은 끝났다면서 은거생활에 들어갔습니다. 쉽지 않은 결단이었습니다. 그는 전원생활을 하면서 천수(天壽)를 누렸습니다. 후손들도 대대로 봉록과 작위를 받고 영화를 누렸습니다.

반면 또 다른 훈구대신과 공신들은 어땠나요?

한신과 팽월 괴통 소하 등은 유방이 황제로 등극한 후에 제후 등의 자리를 탐하다가 역모혐의 등으로 몰려 참수당하거나, 영어의 몸이 되는 등 말로가 비참했습니다. 높이 나는 새가 모두 없어지면 좋은 활은 치워지기도 합니다. 명장 한신이 한 말이죠.

물론 박 당선인이 대선에서 기여한 공신들과 훈구대신들을 매몰차게 내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들도 필요한 분야에서 주군을 보필해야 합니다. 박 당선인의 국정철학을 누구보다 잘 아는 참모들이 필수적으로 맡아야 할 분야들이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공신들이 “내가 대업달성에 얼마나 기여했는데...”하면서 한자리 차지하겠다는 욕심들을 경쟁적으로 가지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권력의 단맛에 취하려한다면 나중에 독배로 변할 수 있습니다. 괜히 실세행세하면서 사고치고, 공치사하고 다닌다면 주군을 욕되게 할 것입니다.

권신들이 주군을 욕되게 하는 것은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대통령 등 역대 정부 때마다 되풀이됐습니다. 주군을 팔아 호가호위하며 온갖 권력장사, 검은 돈 받다가 뒤끝이 추했던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주군의 국정을 방해하고, 자신도 패망하는 권신들이 참으로 많았지요. 이명박정부들어서도 패가망신한 권신들을 숱하게 보고 있지 않습니까?

국민들은 안위원장이 아름답게 퇴장하는 것을 보고 주군을 향한 진정성을 느꼈을 것입니다. 진한 감동도 받았을 겁니다. 국민들은 안씨에게 더 중요한 역할을 맡길 것입니다. 박 당선인도 큰 공을 세우고도 미련없이 물러나는 그에 대해 마음의 빚을 갖고 있을 것입니다. 청신(淸臣)이 자신을 던지면 나중에 더 큰 것을 얻게 됩니다. 국민들은 그를 잊지 않을 것입니다.

노자의 '도덕경'에선 이를 공성신퇴(功成身退)라고 합니다. 공을 이루어 명성을 떨치게 되면 이내 뒤로 물러나는 것이 하늘의 이치에 부합한다고 하는 것입니다. 부귀하며 교만하면 스스로 허물을 남기게 됩니다. 박 당선인으로 하여금 1000리밖의 현인(賢人)을 맞도록 해야 합니다.

박당선인이 조만간 인수위를 꾸려야 합니다. 인수위원장을 둘러싸고 하마평이 벌써부터 무성합니다. 앞으로 인수위원을 출신, 학력, 대학등을 감안해서 화합인사를 하는 것도 큰 과제입니다.

첫 내각 조각은 더욱 중요합니다. 제2의 ‘고소영 내각’ 등의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박당선인이 갈라지고 찢어진 국민들의 마음을 얻는 인사를 하도록 해야 합니다. 훈구대신과 공신들은 이 점을 유념해서 처신했으면 합니다.[데일리안 = 이의춘 편집국장 jungleele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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