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 강화도 등 섬 지역에서 양귀비를 키워온 주민들이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혔다. 올해부터는 양귀비를 상비약으로 쓰겠다고 단 1뿌리만 키웠어도 형사 입건될 수 있다.
인천해양경찰서는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60대 여성 A씨를 비롯해 지역 주민 42명을 적발했다고 27일 밝혔다.
A씨는 인천 옹진군 연평도 자택 앞 텃밭에서 마약 원료인 양귀비를 몰래 재배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A씨 텃밭에서 양귀비 116주를 압수했다.
A씨를 비롯해 올해 밀경사범 42명이 적발된 이 지역의 단속 현황을 보면 2021년에는 2명, 2022년에는 5명이 적발됐다.
적발 건수가 급증한 이유는 최근의 엄정 대응 기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는 대검찰청 예규에 따라 양귀비를 50주 미만으로 재배한 주민에 대해서는 압수와 계도 조치로 끝났지만 올해는 단 1주만 재배해도 고의성이 입증되면 입건 대상이 된다.
진통제 귀해서 양귀비 길렀어도…"이유 불문 적발"
인천해경이 압수한 양귀비. /사진=인천해양경찰서 제공
양귀비는 일시적인 진통 효과가 있어 도서산간지역 고령층 주민들이 상비약 등으로 쓸 목적으로 몰래 길러왔다. 대검찰청은 2021년 마약류범죄백서를 내고 "마약사범의 대부분은 농촌, 산간 및 도서지역 등의 고령층 주민들이 관상용, 가정상비약 및 가축의 질병치료 등에 사용할 목적으로 양귀비를 밀경작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2021년 마약사범의 57.9%가 기소유예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목적에 상관없이 1주도 재배할 수 없다. 지난 23일 전남 여수해양경찰서도 여수지역에서 양귀비를 재배한 섬마을 주민 40명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5월 부산해양경찰서도 50대~70대 사이 연령의 주민 18명을 집 앞 텃밭이나 화분에 양귀비를 기른 혐의로 붙잡았다.
다만 적발된 경우에도 고의성이 확인되지 않은 경우에는 입건하지 않고 양귀비만 압수해 폐기한다. 양귀비 씨가 자연적으로 바람에 날려 자생했거나 새의 배설물로부터 자연적으로 자란 것으로 보이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양귀비를 마약류 취급 자격이나 재배 허가 없이 재배·매매·사용하다 적발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인천해경 관계자는 "올해부터는 이유 불문하고 양귀비를 1주라도 소지하면 단속을 실시해 조사하고 있다"며 "집 앞마당, 텃밭에 자연적으로 서식하는 양귀비를 발견하거나 불법재배가 의심되는 경우 인근 해양경찰서에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