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개의 삶, 남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
현대인들의 특징을 무감각 무감동 무관심 등 방관자적인 요소에서 찾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러한 말들의 의미는 약간씩 다릅니다만 공통점은 주위의 자극에 반응하지 못하는 현상, 가치 있는 일을 하지 못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현대인들이 이러한 현상에 쉽게 노출되는 것은 고도로 기계화된 사회에서 일어나는 반복적인 단순노동과 지식 정보화 사회에서 중요시되는 속도라는 요소가 이러한 현상을 낳게 되는 원인이라 합니다.
학자들은 이러한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아동기와 청소년기부터 타인에 대한 적절한 관심과 사랑의 자극을 주고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교육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합니다.
신학교 시절, 특히 소신학교 시절 너무나 자주 들었던 사랑의 반대는 미움이 아니라 무관심이라는 이야기나, 사랑의 생활을 위해서는 주위에 대한 세심한 관심과 아울러 주위의 사람과 사건 사물들을 하느님과 연결하여 볼 수 있는 삶이 사랑의 삶을 가능하게 한다는 이야기나 다 같은 맥락이라 생각해 봅니다.
오늘 복음은 부자와 거지 라자로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내용은 단순합니다. 호화로운 생활을 하는 부자와 아주 불행한 처지에 놓은 거지 라자로가 있었는데 죽음후에는 상황이 역전되어 라자로는 아브라함의 품에 안기게 되고 부자는 땅에 묻히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는 먼저 당시 사람들이 가지고 있던 관념, 부는 하느님의 축복이고 가난은 하느님의 벌이라고 생각하던 무의식적 관념에 대한 반박입니다. 즉, 거지와 부자의 극단적인 반전을 통해 물질적인 부와 가난을 가지고 하느님의 축복과 저주를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사실과 더불어 불행과 행복은 영원히 지속되는 것이 아니기에 현재에 안주해서는 안된다는 사실과 현재의 물질적인 상태를 가지고 하느님의 은총을 판단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요약하자면 현실적인 부와 가난은 하느님 은총의 기준이 될 수 없다는 사실, 그리고 현재의 상태는 일시적인 것이기에 예언자들의 가르침대로 내일을 위한 회개의 생활이 우리 삶의 숙제라는 사실이 이 이야기의 핵심입니다.
그러나 오늘 필자가 독자들과 함께 묵상해 보고 싶은 점은 부자의 모습입니다.
물론 오늘 복음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의 핵심은 부자의 윤리적인 모습은 아닙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부자의 모습을 우리가 묵상해 보고자 하는 것은 이 부자의 모습 속에는 오늘의 우리 모습이 너무나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오늘 복음의 부자가 죽어서 심한 고통을 당하게 되었다 합니다. 왜 그러한 고통을 받았는지 성서는 그 이유를 밝히지 않고 있기에 여기에서는 유추해 볼 수밖에 없는데 필자는 그 이유를 무관심과 무감각 등 구경꾼적인 요소에서 찾아보았습니다.
사실 부란 그 자체가 선이 아니듯, 역시 악이 되는 것도 아니기에 부 자체가 부자가 고통을 받는 원인일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다른 한편에서 보면 부자는 긍정적인 면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부자가 되기 위한 남들이 알지 못하는 나름대로의 노력, 그리고 거기에 더하여 거지 라자로를 대문간에 앉아 있는 것을 허락하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비록 식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일지라도 배를 채우도록 허락했다는 점을 보면 그렇게 나쁜 사람만은 아닐 수 있는 것이 복음에 나오는 부자의 모습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일부 긍정적인 요소에도 불구하고 부자의 모습에는 무관심으로 대표되는 「구경꾼적인 어떤 요소」들이 공통적으로 발견됩니다.
거지를 그 집 대문 앞에 두었던 것도 관용 때문만이 아니라, 거지의 삶에 대한 극단적인 무관심에서 나온 행동이요, 또 식탁에서 떨어지는 음식도 애덕의 산물이 아니라 남은 음식에 대한 무관심의 산물일 수 있다는 점입니다.
또 개들이 종기를 핥는다는 표현도 결국은 부자의 무감각을 드러내고, 어쩌면 이러한 삶이 물질적 부를 가능하게 하였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부자가 지옥에서 고통을 받게 되는 원인을 이것으로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만 분명한 사실은 이러한 부자의 무관심도 그 원인의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중요한 사실은 이 부자의 모습은 옛날의 어떤 사람의 모습이 아니라 바로 우리 자신, 남이야 어떠하든 자신만 똑바로 살면 된다는 고도로 기계화되고 민주화된 사회에서 선의의 많은 사람들이 이상적으로 그리는 삶의 모습이라는 점입니다.
『주위의 사건들과 사람들에 대해 좀 더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는 것』, 그리고 이러한 『관심에서 출발하는 사랑이라는 회개의 삶』, 부자와 거지 나자로의 이야기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라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