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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28주일-나병환자 열 사람

복음생각

by 巡禮者 2010. 7. 30.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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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28주일-나병환자 열 사람

발행일 : 2004-10-10 [제2418호]

“어떤 처지에서든 감사하자”



고마움을 느끼는 감사라는 말은 초월적 존재를 인정하는 모든 종교에서 나타나는 가장 보편적인 현상중의 하나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초월적 존재가 인간에게 부여하는 은총과 깊은 관계가 있습니다. 어원적으로 보아도 은총(charis)과 감사(eucharistia)는 같은 어근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거저 베푸는 선물인 은총과 감사가 동전의 양면과 같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인이란 다름 아닌 이 세상의 모든 것이 하느님께로부터 나왔고 인간의 삶 자체가 하느님의 섭리와 주관 아래 있다고 믿는 이들입니다. 때문에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여러가지 덕목이 필요하겠습니다만 이 감사의 덕만큼 더 기본적이고 중요한 덕목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 감사의 생활이 잘 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인간의 끝없는 욕심과 변덕스러움이 은총의 풍요로움을 가리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욕심과 변덕의 본능을 넘어섬, 그리고 이미 받은 것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는 여유로운 마음이 감사의 생활을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오늘 복음은 나병환자 열 사람을 고쳐주신 이야기로 내용은 이렇습니다.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으로 올라가시는 도중 나병 환자 열 사람을 만나 그들을 치유해주는데 그중 아홉은 그대로 돌아가 버리고 이방인 한 사람만이 치유자 예수님께 돌아와 감사를 드린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는 치유 그 자체보다는 치유 받은 이들의 대조적인 처신이 핵심이고, 또 거기에 더해지는 예수님의 말씀, 『몸이 깨끗해진 사람은 열 사람이 아니었느냐? 그런데 아홉은 어디 갔느냐? 하느님께 찬양을 드리러 돌아온 사람은 이 이방인 한 사람밖에 없단 말이냐!』라는 말씀 때문에 감사를 드리는 한명에게서는 교훈을, 다른 아홉에게는 뭔가 모르는 아쉬움을 느끼는 것이 오늘 복음을 읽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입니다.

그러나 다시 한 번 이 이야기를 보면 이 복음은 이러한 표면적인 교훈을 넘어서는 무엇이 있습니다.

사실 치유받은 아홉이 감사를 드리지 않은 것을 배은망덕으로 몰아세울 수도 있고 또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 하면서 아쉬움을 느낄만한 충분한 이유도 있습니다만 그러나 그 당시 나병이 가지고 있었던 환경과 치유과정을 생각하면 어느 정도 이해 할 수 있는 면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당시 나병은 문둥병뿐 아니라 온갖 종류의 피부병을 나병이라 하였습니다. 그리고 이 나병은 전염성이 강하고 불결했기 때문에 사람들과의 접촉이 엄격히 금지되어 가족과 인간 공동체로부터 격리된 삶을 살았습니다.

그리고 이들이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오기 위해서는 치유되었다는 사실을 사제에게 인정을 받은 후에야 가능했습니다. 복음에서 예수님이 그들을 먼저 사제에게 가도록 요구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그러나 어떻든 이들은 사제에게 가는 동안 병이 낫게 되는데 한명은 예수님께 돌아와 감사를 드리고 아홉은 돌아간다는 것입니다.

사실 돌아온 한명이나 돌아간 아홉의 마음은 별반 다르지 않았을 것이고 그 기쁨의 크기도 거의 같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한명과 달리 다른 아홉에게는 이미 받은 것을 볼 수 있는 여유가 없었고, 또 감사를 드리는 일보다는 해야할 중요한 또 다른 일들이 너무나 많았습니다. 사제의 확인을 통해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가는 일,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들과의 상봉, 자신들 앞에 펼쳐질 핑크빛 미래를 준비하는 일들이 그것일 수 있습니다. 이 모습은 어려울 때는 주님을 찾지만 정작 문제가 해결되면 또 다른 일에 얽매여 주님을 잊고 사는 바쁜 오늘의 우리 모습이기에 우리는 여기서도 많은 교훈과 함께 삶의 지침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감사를 드리지 않은 이 아홉의 행동이 문제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사실 기적적인 치유보다 더 감사해야할 일은 치유받을 필요가 없는 상태입니다. 즉, 치유가 「정말 감사해야할 일」이라면 치유 받지 않아도 되는 건강한 몸만도 「정말 정말 감사해야할 일」입니다. 사실 우리는 물론 저의 입장이겠습니다만 「정말 정말 감사해야할 너무나 많은 일(은총)」들에 둘러싸여 살아갑니다. 그러나 역설적인 사실은 정말 감사해야할 일을 하지 않은 아홉에게는 진한 아쉬움을 가지면서도 자신은 정작 감사의 생활을 하지 않을 뿐 아니라 불평과 불만 속에서 또 다른 감사의 조건과 상황을 찾는 어리석음을 범한다는 사실입니다.

겨울에 봄을 찾고 봄이 오면 여름을, 여름이 오면 가을을 찾는 마음입니다. 지금 가지고 있는 현재의 아름다움을 누리기보다는 가지지 못한 계절의 장점에 집착하는 병적인 인간의 욕심이 이러한 변덕스러움의 원인입니다.

『어떤 처지에서든지 감사하십시오.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를 통해서 여러분에게 보여주신 하느님의 뜻입니다』라는 바오로 사도의 말씀을 가슴에 새겨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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