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수정 추기경도 TV속보 통해 임명 소식 알아
12일 염수정(안드레아) 새 추기경 임명 소식에 서울대교구는 물론 한국교회 신자들과 국민들은 "염 추기경의 임명은 한국천주교회의 경사이자 온 국민이 축하할 일"이라며 크게 환영했다.
▲ 염수정 추기경이 13일 교구청 앞마당에 모인 기자들과 축하객에게 머리 숙여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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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 대주교의 추기경 임명 사실이 발표된 이날 밤 8시, 염 추기경 본인은 물론 온 국민이 깜짝 놀랐다. 추기경 임명 발표가 임박했다는 분위기는 있었으나 주일에 프란치스코 교황이 직접 발표할 것이라고는 누구도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당사자인 염 추기경 자신도 추기경 임명 소식을 숙소에서 TV 뉴스 속보를 보고 알았을 정도였다. 염 추기경은 "텔레비전 속보를 보고 어리둥절해 있던 차에 누군가 황급하게 문을 두드려 열어보니 수석비서 허영엽 신부가 '속보를 보셨냐'고 물었다. 허 신부도 얼마나 당황했는지 맨발이었다"며 "요즘 10대들 표현으로 '멘붕'이었다"고 말했다.
정진석 추기경도 "9시 뉴스를 보다 알게 됐다"며 "성탄시기 마지막 날인 주님 세례 축일에 추기경으로 임명된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축하했다.
주교황청 김경석(프란치스코) 대사 역시 "로마 현지에서는 22일 추기경 회의를 소집하기 때문에 12일이나 늦어도 19일에는 추기경 임명 발표가 있을 거라는 말이 있었다"며 "저도 대사관 직원이 속보 소식을 전해줘 알게 됐고 인터넷으로 바티칸 홈페이지에 들어가 확인할 수 있었다.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털어놓았다.
▲ 13일 아침 교구청 소성당에서 염수정 추기경이 추기경 임명 후 첫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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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하지 않은 소식에 서울대교구청 보직 사제들은 밤 11시까지 염 추기경과 함께 축하 인사를 나누고 다음 날 있을 공식 서임 발표 일정을 조율한 후 교구청 소성당에서 감사 기도를 올렸다.
○…"잘 주무셨습니까? 저는 잠을 설쳤습니다. 너무 갑자기 돼서…"
13일 아침 7시 30분 교구청 소성당에서 추기경 임명 후 첫 미사를 주례한 염 추기경이 교구청 신부들에게 던진 첫 마디였다. 이날 미사 복음은 마침 주님께서 안드레아와 시몬, 야고보와 요한을 사도로 부르시는 내용이었다. 절묘한 타이밍이었다.
세례명이 안드레아인 염 추기경은 이날 강론에서 "우리를 삯꾼이 아니라 참으로 사랑하는 제자로 불러주신 주님의 부르심에 응답하며 사는 삶이 우리의 소명"이라며 "저도 그렇게 살 수 있도록 기도하고 함께해 달라"고 교구청 사제들에게 요청했다.
미사 후 염 추기경은 평화방송ㆍ평화신문 기자들에게 "중책에 불러주신 하느님과 교황님께 감사드린다"면서 "이 부르심의 의미는 온 마음을 다해 하느님과 교회, 그리고 인류를 위해 헌신하고 교황님께서 착한 목자로서 사명을 다 할 수 있도록 협력하고 도와드리라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 13일 서울대교구청 앞마당에서 열린 염수정 추기경 임명 축하식에 많은 기자들이 모여와 추기경 탄생 소식을 취재 보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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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아침부터 서울대교구청과 명동주교좌성당 일대는 환호와 축하 물결로 넘쳤다. 교구청과 명동대성당 마당엔 평화방송 TV는 물론 공중파와 케이블방송 중계차량이 즐비하게 서 있고, 교구청 입구엔 100여 명의 기자와 300여 명의 축하객으로 북적였다.
이날 오전 10시께 교구청에 도착한 정진석 추기경과 주한 교황대사 파딜랴 대주교, 서울대교구 조규만ㆍ유경촌 주교는 염 추기경의 손을 잡고 기쁘게 축하 인사를 건넨 뒤 교구장 집무실에서 30여 분간 환담했다.
이 자리에서 파딜랴 대주교는 정 추기경을 증인으로 염수정 추기경에게 프란치스코 교황의 추기경 임명 문서를 전달했다.
정 추기경은 "염 추기경 임명으로 서울대교구장이 당연히 추기경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게 됐다"며 "이는 서울대교구가 아시아뿐 아니라 세계교회 안에서 굳건히 자리매김한 증거"라고 평했다.
정 추기경은 덧붙여 "앞으로 서울대교구가 세계교회 안에서의 위상에 걸맞게 신자들의 신앙생활이 질적으로 향상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염 추기경에게 당부했다.
조규만 주교는 "역대 세 분 교구장께서 추기경이 되시어 서울대교구의 위상은 굉장히 높아졌지만, 염 추기경의 어깨는 무거워졌다"며 "교황님께서 방한 선물을 미리 주셨다"고 기뻐했다. 이어 "모두 좋아하지만 나만 그렇지 않다"며 염 추기경이 중책을 맡은 중압감을 토로하자 정 추기경은 "하느님께서 선택하셨으니까 뒤에서 밀어줄 것"이라며 "너무 걱정 말라"고 격려했다.
▲ 염수정 추기경이 임명 축하식에서 교구청 직원에게서 축하 꽃다발을 받고 있다. 백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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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 추기경과 정 추기경 등은 이날 오전 11시 신문ㆍ방송 기자 100여 명이 대기한 교구청 앞으로 나와 감사인사를 전했다.
서울대교구 대변인 허영엽 신부 사회로 진행된 이날 축하식은 주님의 기도로 시작해 △염수정 추기경 임명 발표 △축하 꽃다발 전달 △정진석 추기경 축사 △염 추기경 임명 소감 순으로 이어졌다.
교구 사무처장 임병헌 신부는 "우리 한국교회에는 커다란 경사요, 우리나라에는 큰 기쁨이 아닐 수 없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2014년 1월 12일 어제, 주님 세례 축일에 한국시각 오후 8시, 로마시각 낮 12시에 서울대교구장인 염수정 안드레아 대주교님을 추기경님으로 임명하셨습니다"라고 말하며 새 추기경 탄생 사실을 공표했다. 이어 "하느님께 감사드리고 교구 신자들과 사제단을 대표해서 새 추기경님께 축하의 인사를 드리며 모든 교구민의 기도를 부탁합니다"라고 축하 인사를 전했다.
정진석 추기경은 축사에서 "염수정 추기경 임명으로 한국교회는 새로운 시대를 맞았다"며 "한국교회는 한층 더 분발해 국민 전체의 도덕과 복지를 향상시킬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새 추기경 탄생의 기쁨을 국민과 함께 나눴다.
염 추기경은 이에 대해 "모든 사람이 화해하고 일치하고 공존하는 사회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인사했다. 염 추기경은 또 "교회는 더욱 더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돌보고 주님을 닮은 겸손하고 사랑을 실천하는 교회가 돼야 한다"면서 "시대의 징표가 무엇이고 어떻게 복음의 빛을 밝혀야 할지를 끊임없이 찾아갈 수 있도록 기도해 달라"고 요청했다.
○…염수정 추기경 임명 소식을 들은 신자들과 각계 인사들은 새 추기경에 대한 축하와 함께 다양한 바람을 전했다.
서울대교구 황인국 몬시뇰은 "평양교구장 서리로서 한반도 통일에 큰 역할을 해주실 것을 진심으로 바란다"고 축하인사를 했다.
한홍순(토마스) 전 주교황청 대사는 "개인적으로 이날이 오길 손꼽아 기다렸다"면서 "추기경은 교황의 최측근 자문위원인 만큼 교황님의 사도적 활동이 아시아와 한국에서 실현될 수 있도록 앞장서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전국가톨릭경제인협의회 유영희(프란치스코) 회장은 "교회 안팎으로 혼란과 갈등이 많은 시기에 임명되신 염수정 추기경님께서 21세기에 찾아오신 예수님이 되셔서 평화와 화목, 일치를 위한 참된 가르침을 전해주시길 바란다"면서
"우리는 추기경님을 중심으로 참 그리스도인으로서 세계에 모범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꾸르실료 한국협의회 장주영(요셉) 회장은 "복음에 목말라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위해 많은 고뇌와 희생을 봉헌하는 일이 무겁고 힘드시겠지만, 그만큼 추기경님을 사랑하고 기도해드리는 이들이 많다는 것을 잊지 않으셨으면 한다"면서
"소통하기 위한 노력을 소홀히 하지 않는 멋진 지도자로, 사랑의 따스함을 느낄 수 있는 어르신으로 변함없이 저희 곁에 계시길 기도드린다"고 말했다.
두산그룹 박용만(실바노) 회장은 13일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 임명 기자회견에 앞서 서울 명동 주교관 집무실을 방문해 염 추기경에게 직접 축하 인사를 전했다. 박 회장은 "한국교회에 이미 두 분 추기경님께서 계셨고, 이어서 세 번째 추기경님이 나셨으니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며 "새 추기경님께서 이땅의 많은 이들에게 하느님 은총과 축복을 가져다 주시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김영희(체칠리아, 55)씨는 "소외되고 가난한 사람, 그리고 북한 주민들을 위해 많은 일을 하시는 추기경이 돼 달라"고 말했다.
김용주씨는 "사회나 정치 문제가 긍정적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여러 조언을 해주셨으면 좋겠다"며 "추기경의 지혜로 국민 모두가 화합하는 길이 열리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리길재 기자 teotokos@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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