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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진 뜨자 도시가 들썩 "통영이 이렇게 난리 난 건 처음"

인물(People)

by 巡禮者 2017. 5. 8.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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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진 뜨자 도시가 들썩 "통영이 이렇게 난리 난 건 처음"

 

통영 찾은 피아니스트 조성진]


 

넉 달 만에 다시 선 국내 무대, 스쿨 콘서트와 리사이틀 열어.. 티켓 1109장, 79초 만에 동나
1300여 관객 기립박수·환호, 사인회선 아이돌 방불케 한 인기
"바빠서 대기실서 신곡 익히기도"

 

지난 6일 경남 통영에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다. 피아니스트 조성진(23)이었다. 한려수도의 비경이 내려다보이는 미륵산 자락. 그 언덕에 올라선 통영국제음악당에서 조성진은 오전엔 '스쿨 콘서트', 오후엔 '피아노 리사이틀'을 열었다. 롯데콘서트홀 독주회 이후 넉 달 만에 다시 선 국내 무대. 인구 13만의 작은 도시는 전국에서 몰려온 음악팬들과 황금연휴를 즐기러 온 인파가 맞물려 온종일 생기가 돌았다.

◇"조성진과 함께라면 우주쯤이야"

리사이틀 시작 두 시간 전부터 음악당 로비는 시끌벅적했다. 조성진의 얼굴이 담긴 대형 포스터 앞에서 사람들은 쉴 틈 없이 기념 촬영을 했다. 통영 충렬여중 교사 채향선(47)씨는 "통영이 이렇게 난리 난 걸 본 적 없다. 지난해 소프라노 조수미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고 했다. 서울에서 첫차를 타고 온 대학생 김수정(23)씨는 "조성진의 연주를 눈앞에서 볼 수 있다면 우주까지도 갈 수 있다"고 했다.

 

 

 

 

지난 6일 오후 통영국제음악당에서 조성진의 리사이틀이 끝나자마자 일부 관객은 앙코르도 건너뛰고 달려나와 사인회 줄에 섰다. 3층 복도 난간에까지 달라붙어 그를 기다리던 팬들은‘피아노계 수퍼스타’가 등장하자“꺄악!”소리를 지르며 반겼다. 이날 저녁 7시 지나 시작한 사인회는 8시 15분에 끝났다. /통영국제음악재단

 

'돌풍'은 두 달 전 예고됐다. 지난 3월 티켓 1109장은 온라인 판매를 시작한 지 79초 만에 전부 팔렸다. 세 배 이상 웃돈도 붙었다. 한 달 전 통영 강구안문화마당에서 잔여 티켓 200장을 현장 판매할 때는 대기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통영 다음 날인 7일 대구에서 열린 리사이틀 역시 800석이 50초 만에 매진됐다.

 

오후 5시, 조성진이 피아노 앞에 앉았다. 첫 곡은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12번. 단단하면서도 맑은 악상이 돋보였다. 드뷔시의 '영상 1·2권'에서 특유의 손놀림이 빛을 발했다. 인상주의 화가의 그림처럼 오묘한 색채로 피아노를 물들인 그는 오르내리는 화음으로 일렁이는 물의 파동('물에 비친 모습')을, 16분 음표들로 민첩한 질주('움직임')를 만들어냈다. 쇼팽 발라드 1~4번까지 연주를 마친 그에게 1300여 관객은 기립박수와 환호로 그 순간을 새겼다.

 

◇"바쁜 게 좋아서… 아프면 안 돼요"

이날 오전 11시, 리사이틀과 별개로 열린 스쿨 콘서트엔 통영 초·중·고생 900여명이 함께했다. 드뷔시가 딸을 위해 작곡한 '어린이 차지' 모음곡과 쇼팽의 폴로네이즈로 조성진은 학생들의 호기심을 깨웠다. 그 사이에 피아노를 전공하는 박수민(16·충렬여고 1)양이 있었다. "처음으로 피아니스트가 치는 걸 가까이에서 봤다"는 수민양은 "'떨리고 행복했다'고 오늘을 기억하고 싶다"며 수줍게 웃었다.

 

 

6일 통영국제음악당에서 리사이틀을 연 조성진. 그는“콩쿠르가 끝난 뒤 여행을 많이 다니지만 나 자체는 그때나 지금이나 변한 게 별로 없다”고 했다. /통영국제음악재단

 

스쿨 콘서트가 끝난 뒤 대기실에서 만난 조성진은 편안해 보였다. 어린 관객이 많아 몰입이 어려웠을 텐데도 "나 역시 어릴 때 음악회에 갔다가 힘들어한 기억이 떠올라 당연하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지난 2월 조성진은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한 지 1년 4개월 만에 음악가들에겐 '꿈의 무대'인 미국 뉴욕 카네기홀에서 첫 독주회를 열었다. 2000석 넘는 홀이 매진됐다. 지난해 그는 미국과 유럽, 아시아를 돌며 80회 연주했다. 사흘에 한 번꼴로 연주하느라 집에도 못 가는 게 처음엔 어색했지만 지금은 익숙해졌다고 했다. "바쁘게 지내는 게 좋아요. 올 들어 오늘이 마흔세 번째 연주예요." 그는 "올여름까지 바쁠 테지만 9월엔 연주를 절반으로 줄이고 새로운 레퍼토리를 익히며 휴식할 예정"이라 했다. "그동안 집에 갈 시간이 없어서 모차르트나 드뷔시, 베토벤의 소나타 등 새 곡들을 익히려면 연주하러 간 도시의 공연장 대기실에서 틈틈이 해야 했어요. 11월 미국 투어를 앞두고 집에서 차분히 연습해보는 게 가장 큰 바람이에요."

 

내년 1월 서울 예술의전당과 부산, 대구, 대전, 전주 등 5개 도시에서 처음으로 순회 연주를 갖는다. 다음 달엔 베를린에서 도이치 그라모폰과 드뷔시 음반을 녹음하고, 내년 4월엔 독일 가곡의 대가인 바리톤 마티아스 괴르네의 반주자로 오스트리아 빈 국립오페라극장에 데뷔한다. 요즘 이 청년의 고민은 체력. "아프면 안 된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지난 내한 때보다 어깨가 다부져 보였으나 조성진은 "그럴 리가 없다"며 손을 휘휘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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