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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우주는 신의 창조물이 아니라고?

신학 자료

by 巡禮者 2010. 10. 8.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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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우주는 신의 창조물이 아니라고?

 

 

 ▲ 가톨릭교회는 하느님이 우주 만물을 지으셨다는 창조론을 믿지만 과학적으로 입증된 생물학적 진화론을 배격하지 않는다. 그림은 미켈란젤로의 걸작 '천지창조' 중 아담의 창조 부분(바티칸 시스틴경당)
 
 
영국의 천체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가 새 저서 「위대한 설계(Grand Design)」를 통해 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듯한 주장을 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매일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를 생산해내야 하는 강박증에 시달리는 언론들은 '과학과 종교의 대충돌'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

 호킹 박사의 주장은 크게 두 갈래다.

 "우주를 탄생시킨 대폭발(빅뱅)은 신이 아니라 무(無)의 상태에서 중력의 자연법칙에 의해 저절로 생긴 현상"이라는 것과 "인간은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입증할 수 없지만, 과학은 신을 불필요하게 만들 것"(미국 abc 뉴스 인터뷰)이라는 주장이다.

 # 창조론과 진화론의 충돌?
 
하느님이 우주 만물은 지으셨다는 천지창조설을 믿는 그리스도교 신자들에게는 혼란을 초래할 수 있는 발언이다. 이 논란은 한편으로 창조론과 진화론, 과학과 종교의 관계에 대한 명확한 이해를 필요로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가톨릭교회는 과학적으로 증명된 진화이론을 부정하지 않는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1996년 교황청 과학원 위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오늘날 새로운 지식은 진화이론을 하나의 가설 이상으로 인정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진화이론에는 다양한 해석이 있다"면서 물질이 우연히 또는 저절로 결합해서 생명체가 생겨났다고 보는 무신론적 진화론 같은 과격한 이론을 경계했다.

 그럼 성경 맨 첫 장 "한처음에 하느님께서 하늘과 땅을 창조하셨다"(창세 1,1)는 말씀에 기초한 하느님의 천지창조론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이는 만물이 어떤 식으로 창조되었는가 하는 창조의 '방법'을 설명한 게 아니라 인간을 비롯한 만물이 하느님께 그 근거를 두고 있음을 천명하는 것이다. 즉, 창조론은 기본적으로 세상 기원이 '어디에' 있느냐에 관한 것이고, 진화론은 세상이 '어떻게' 진화했는가에 관한 것이다.

 가톨릭대 신학대학 박준양 교수신부는 이렇게 말한다.

 "하느님의 창조 이야기(창세 1-11)는 창조 역사에 대한 실제적ㆍ객관적 보도가 아니라 당시 고대 근동 설화들을 원용해 하나의 이야기를 재구성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이스라엘 백성의 구체적인 역사적 상황 속에서 작성되고 기록된 신앙 고백적 성격을 지니고 있는 것이지, 우주 생성과 과정을 직접 목격한 누군가가 마치 실제적 사건 보도를 하듯이 기록한 것은 아니다. 이러한 신앙 고백적 내용을 두고서 창조론과 진화론 중 양자택일을 하라는 식의 선택을 강요할 수 없다."(저서 「창조론, 아름다운 세상의 회복을 꿈꾸며」)

 또한 그리스도교 창조론은 하느님의 창조사업이 태초의 천지창조 단 한 번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고 본다. 하느님의 창조사업은 역사를 통해 새롭게 계속되고 있으며 역사의 종말에 가서야 궁극적으로 완성된다는 것이다.

 # 과학 속에서 신을 만났다
 
아울러 언론들이 보도하듯 종교와 과학은 간극을 좁히기 힘든 대립 관계가 아니다.

 교회는 인류 발전에 기여하는 과학에 대해서는 초지일관 협력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교회가 최근 생명복제나 유전공학 등 생명과학의 급진전에 우려하는 것은 그것이 인류 발전은커녕 파멸을 초래할 수 있는 비윤리적ㆍ반생명적 시도이기 때문이지 다른 이유가 없다.

 세계적 과학자들 중에는 "오묘한 우주 질서와 자연 법칙을 알면 알수록 하느님 존재에 대한 믿음이 강해진다"고 고백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은 "과학 없는 종교는 장님이고, 종교 없는 과학은 절름발이다. 우리가 사는 물질주의 시대에 진지한 과학도야 말로 깊은 신앙심을 가진 사람"이라고 말했다.
 
2003년 인류 최초로 31억 개 유전자 서열을 해독해 인간게놈 프로젝트를 완성한 세계적 유전학자 프랜시스 S. 콜린스 박사는 "생명의 암호가 작동하는 완벽하고 정교한 질서 속에서 인간을 창조할 때 사용한 신의 언어를 발견했다"고 털어놓았다.

 천체물리학자 로버트 제스트로의 고백은 더욱 겸손하다. 우주 존재 이유 등 과학자가 답을 찾아내지 못하는 데서부터는 신학자 영역이라는 것이다.

 "지금 같아서는 과학이 창조의 신비를 가린 커튼을 걷어 올릴 수 있을 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 무지의 산을 오르던 과학자가 이제 막 정상을 정복하려고 마지막 바위를 짚고 서는 순간, 이미 수백 년 전부터 그곳에 앉아있던 신학자 무리가 그를 반기기 때문이다."(저서 「신과 천문학자」)

 #신앙과 이성은 진리를 향한 두 날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회칙 「신앙과 이성」(1998년) 첫 장에서 "신앙과 이성은 인간 정신이 진리를 바라보려고 날아오르는 두 날개와 같다"고 천명했다.
 
교황은 또 "신앙과 이성을 어떤 식으로든 대립 구도로 몰아가는 것은 근거 없는 일"(17항)이라고 지적했다. 한 과학자의 주장에 교회 반박을 유도하며 논란을 증폭시키는 언론들이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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