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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목사는 ‘정치를 종교화’하고 보수 목사는 ‘종교를 정치화’하지 않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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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巡禮者 2024. 7. 5.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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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신학자·여성 신학자가 한국교회에 부친 서간집 두 편

                                                                                         게티이미지뱅크


공공신학자와 두 명의 여성 신학자가 한국교회에 부친 서간집 두 편이 도착했다. ‘네덜란드 수상이자 신학자, 언론인인 아브라함 카이퍼(1837~1920)가 작금의 한국교회에 고언을 건넨다면’이란 가정에서 시작하는 책 ‘한국교회를 위한 카이퍼의 세상 읽기’(IVP)와 한국교회의 ‘성경적 여성상’을 21세기에 맞게 재정의한 책 ‘너는 주의 완전한 딸이라’(홍성사)다.

권력 아닌 공공선을 목표로

 

                                                                             카이퍼의 세상 읽기/김은득 지음/IVP

“삶의 모든 영역을 통치하는 그리스도께서 ‘이는 내 것이라’고 외치지 않는 영역은 단 한 치도 존재하지 않는다.” 카이퍼가 1880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자유대 설립 당시 했던 연설 일부다. 이 문구로 카이퍼는 세계적 명성을 얻었지만 일각에선 ‘신정주의자’란 비난도 받았다. 오랜 시간 정치에 몸담은 그가 추구하는 건 결국 ‘신정주의적 기독교 정부 설립’이란 오해에서다. 기실 카이퍼는 네덜란드 개혁파 교회가 공공신학을 추구해야 함을 강조하기 위해 한 말이었다. 정치 경제 문화 예술 등의 분야에 하나님의 주권이 드러나려면 기독교인이 세상의 빛과 소금이 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공공신학자 김은득 백석대 조직신학 교수는 카이퍼에 얽힌 선입견을 벗겨내는 동시에 그의 공공신학을 한국교회에 올바르게 적용키 위해 이 책을 썼다. 독특한 건 저자가 카이퍼의 입을 빌려 이 목적을 달성한다는 것이다. 미국 캘빈신학교에서 박사 과정을 마친 저자는 교리적 순수성을 추구하느라 공공성을 놓친 미국 복음주의 교회 사례를 전하며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을 것을 권한다.

 

한국교회의 정치 참여 현실을 논하는 대목에선 ‘정치적 편향’을 지적한다. 그에 따르면 국내 진보 목회자는 ‘정치를 종교화’하고, 보수 목회자는 ‘종교를 정치화’한다. 그가 “한국에선 목사가 직접 정치 무대에 나설 때 복음이 아닌 한 정파의 대변인이 된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저자는 좌우를 초월해 자유와 평등, 관용을 추구했던 카이퍼의 방식으로 한국교회가 공공선을 달성할 것을 조언한다.

 

교회의 정치 참여 목적이 권력 추구가 돼선 안 된다는 점도 강조한다. 저자의 말이다. “모든 영역에서 하나님의 주권이 드러나는 건 교회가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할 때가 아니라 오직 그리스도의 왕권 아래 살아갈 때다.”

기독 여성을 향한 격려 편지

너는 주의 완전한 딸이라/강호숙 박유미 지음/홍성사


“왜 치마 정장이 아닌 바지 정장을 입고 설교하느냐.” ‘너는 주의 완전한 딸이라’ 공저자인 여성 신학자 강호숙 박사가 전도사 시절 한 권사에게 들은 말이다. ‘강대상에 선 여성이 치마를 입지 않는 건 성경적이지 않다’는 전제로 한 질문이었다. 이에 저자는 “왜 교회에선 성경적 여성관을 논하면서 ‘성경적 남성관’은 아무도 말하지 않는가”란 의문을 품는다.

총신대 신학대학원을 졸업한 뒤 같은 학교 강단에 섰으며 함께 여성 안수 투쟁에 나선 저자들이 여성다움 비혼 비출산 등을 주제로 작성한 26통의 편지를 모았다. 이들은 성경 구절을 부분적으로 해석해 여성 차별의 근거로 삼는 ‘여성 한정 선택적 문자주의 해석’에 분연히 반기를 든다. 또 다른 공저자 박유미 안양대 구약학 겸임교수는 “성경 구절 몇 개를 문맥과 상관없이 따와서 규범화하는 것이 이른바 성경에 근거한 여성 차별의 실상”이라며 “성경적이라며 여성을 차별하거나 조종하려는 말에 고민할 필요가 없다”고 단언한다.

 

여성 차별 근거로 쓰이는 성경 구절의 원뜻을 밝히는 것 외에도 책에는 기독 여성이 실생활에서 참고할 만한 지점이 적잖다. 결혼과 출산에 대한 시각이 그렇다. 이들은 결혼과 출산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이 시대별로 변해왔음을 지적하며 이 둘은 하나님이 부여한 의무라기보단 개인의 선택에 달린 문제라고 본다. 그럼에도 ‘자녀가 있는 삶’은 “하나님이 인간에게 준 복 중 하나”이므로 비혼과 비출산의 길을 신중히 택할 것을 권한다. 그간 여성 차별에 앞장서왔던 교회가 “어쩌다 억압과 좌절을 주는 곳으로 변했는지”를 고민하는 기독 여성에게 위로와 격려뿐 아니라 용기를 전해주는 책이다.

 

2024. 7. 5.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출처 : 국민일보(ww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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