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FP 연합뉴스 |
●광부 전원 가족 품으로… 구조임무 종료
지난 8월 5일 광산 붕괴사고 이후 69일 동안 어둠 속에서 사투를 벌였던 광부 33명은 모두 무사히 가족 품으로 돌아갔다. 구조 장면을 지켜보던 광부 가족들은 샴페인을 터뜨리며 쉬지 않고 “치치치 레레레”를 외쳤다.
미리 구조돼 병원으로 이송된 광부들의 가족들도 마지막까지 구조현장을 떠나지 않고 한 명씩 구조자가 늘어날 때마다 함께 울고 웃으며 기쁨을 나눴다. 매몰된 광부들을 위해 구조 캠프 옆 언덕에 휘날리던 칠레 국기 32개와 볼리비아 국가 1개도 가족들과 전세계 취재진들 머리 위로 휘날렸다. 광부 가족과 친구들이 많이 사는 인근 코피아포 아르마스 광장에서는 1만명이 넘는 시민들이 성대한 축제를 시작했다. 수도 산티아고 주요 광장과 거리에선 시민들이 경적을 물리고 국기를 흔들며 이날을 즐겼다.
칠레 광부들이 보여준 감동 드라마는 전세계 사람들의 눈과 귀를 집중시켰을 뿐 아니라 칠레 국민들을 하나로 뭉치게 만들었다. 외신들도 일제히 “산호세 광산이 오랜 독재정권이 남긴 상처와 극심한 양극화로 갈라져 있던 칠레를 단결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칠레에게 올 한해는 고난의 연속이었다. 무엇보다도 리히터 규모 8.8로 세계에서 역사상 다섯 번째로 강력했던 지난 2월 지진은 500명이 넘는 사망자와 300억 달러에 이르는 엄청난 경제적 타격을 줬다. 매몰 광부 가운데 한 명인 라울 엔리케스 부스토스 이바네스도 이 때 발생한 쓰나미로 하루아침에 실업자 신세가 됐다.
산호세 광산 드라마는 그동안 고질적인 갈등을 이어왔던 칠레와 인접국 볼리비아 사이의 갈등을 풀어주는 실마리 역할을 함으로써 남미 대륙간 단합에 이바지할 것으로 보인다. 1879년 전쟁을 치렀던 두 나라는 1978년 이후로는 아예 상호 대사관도 두지 않을 정도로 앙숙 사이다. 이번에 칠레 정부가 매몰 광부 가운데 한 명이 볼리비아 국적인 카를로스 마마니 솔리스를 네 번째로 구조하는 등 성의를 보였다.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도 구조 현장을 찾아 기쁨을 함께 나눴다.
▲ “비바 칠레” 칠레 코피아포 산호세 광산에서 매몰 광부 33명의 구조작업이 성공적으로 끝난 13일(현지시간) 밤 주민들이 국기를 흔들며 기뻐하고 있다. 코피아포 AFP 연합 |
●광부들 이젠 후유증 막는 게 급선무
칠레 정부에 따르면 69일 동안 지하 700m 속에 갇혀 있다가 구조된 광부 33명은 대체로 건강이 양호한 상태다. 하지만 문제는 이제부터다. 전문가들은 갑자기 환경이 바뀐 광부들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나 불면증 등 후유증으로 길게는 수년간 고통받을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미국 텍사스 주 존슨 우주센터 마이클 덩컨 박사는 “(구조) 작업은 광부들이 광산에서 나오는 순간부터”라면서 장기적인 관찰과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CNN 방송이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