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을 빼닮은 상추...숙취해소에도 좋답니다
[음식속숨은이야기]
'상추' 신경안정·통증완화 효과 입증…눈건강에도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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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 폭염에 이어 폭우까지 계속되면서 채소 가격이 폭등하고 있는 가운데 26일 오전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상추코너를 둘러보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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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스1) 이은지 기자 = 쌈 채소 중 최고는 단연 상추다. 삼겹살과 최상의 궁합을 이루는 것은 물론 조린생선, 밥을 싸먹을 때에도 상추는 유용한 채소다. 음력 정월 보름날 복을 싸먹는다는 뜻으로 밥에 상추를 싸먹는 '복쌈'의 전통도 있다. 상추의 기원지는 유럽과 북아프리카 사이의 지중해 연안으로 추정된다. 가장 오래된 기록으로는 4500년 전 이집트 벽화에서 상추로 보이는 식물이 발견되며 인근 그리스 등에는 기원전에 전파된 것으로 보인다. 기원전 430년 경 히포크라테스가 상추의 진통 효과에 대해 언급한 기록이 남아있다. 동양권는 페르시아를 경유해 인도를 거쳐 실크로드를 통해 중국으로 전파됐으며 우리나라에는 삼국시대(6~7세기)에 도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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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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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에서 분류하는 상추는 6종으로 나뉜다. 결구상추는 유럽에서 유래한 것으로 대부분 유럽종이며 다시 단단하게 결구하는 아이스버그와 바타비아종으로 구분된다. 버터헤드 상추는 보통 살라다나 등으로도 불리는데 여름재배형과 겨울재배형의 2가지로 유럽, 미국에 흔하다. 코스 또는 로메인으로 불리는 상추는 옛날부터 지중해 연안에서 많이 재배하던 종으로 터키의 코스섬에서 이름이 유래됐다. 국내에서 흔히 보는 잎상추는 커팅상추라고도 하는데 잎 모양이 매우 다양하며 우리나라의 주재배종이다. 줄기상추는 다른 말로 아스파라거스 상추라고도 하는데 잎을 떼어낸 모양이 아스파라거스와 비슷한데 중국에서도 재배된다. 라틴상추는 글라세 상추라고도 하는데 유럽 원종이지만 남미와 북미 일부에서 많이 재배되며 생김새는 코스상추와 비슷하다. 상추는 조선시대에 흉년을 넘기는 방법을 자세히 기록한 역사서에 빠지지 않고 나오는 작물이다. 그만큼 가혹한 환경에서도 빨리 잘 자라며, 배고픔을 잊게 할 뿐 아니라 영양분까지 갖췄기 때문이다. ◇약이야 채소야? 기혈순환, 숙취해소, 치아미백, 신경안정고의서에 약재로 써왔던 기록이 있을 만큼 기능성도 뛰어나다. 중국의 본초강목에 '가슴에 뭉쳐진 기를 풀어주며 막힌 경락을 뚫어준다'고 기록돼 있다. 가슴이 답답하며 열이 뻗치는 증상을 풀어주기 때문에 소양인에게 좋은 음식으로 꼽힌다. 동의보감에도 '힘줄과 뼈를 든든하게 하고 오장을 편안하게 하며 기가 막힌 것을 통하게 하고 경맥을 통하게 한다'고 설명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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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채소코너를 둘러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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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추는 민간처방으로도 유용한 작물이다. 과음으로 머리가 아프거나 소화가 안될때 상추 즙을 내어 마시면 두통과 소화불량이 빠르게 가라앉는다. 스트레스가 심해서 뼈마디가 쑤시거나 혈액이 탁해졌을 때, 산후 스트레스로 모유 분비가 적고 젖몸살이 온 때에도 상추 생즙 0.5ℓ를 하루 동안 나눠 마시면 좋다. 상추는 미백 효과도 뛰어나 잎과 뿌리를 말린 가루를 치약과 함께 사용하면 치아가 희게 된다. 목구멍이 붓고 아파 음식을 삼키기 어려울 때 뿌리나 씨앗을 구워 가루를 먹으면 가라앉는 효과가 있다. 과거 히포크라테스는 상추의 진통, 진정효과를 발견하고 수술할 때 상추를 먹게했는데 이 점은 현대과학에서도 증명됐다. 락투신과 락투코피크린이 중추신경계에 작용해 신경안정과 통증완화의 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확인됐다. ◇ 비타민 A, B 칼슘 풍부...꿀과 당근은 같이 먹지 마세요상추는 비타민 C를 제외한 A, B군이 풍부하고 철, 칼슘, 엽산의 함량도 높아 곁들여 먹는 채소로서는 최고의 영양분을 갖췄다. 특히 비타민 A와 루테인 함량이 높아 눈건강에 좋고, 한 주먹(약 100g)정도만 먹어도 1일 권장섭취량인 20mg을 충족한다. 칼슘과 철분함량이 높은 상추는 빈혈이나 골다공증이 생기기 쉬운 여성들에게 특히 좋으며, 다이어트 식단으로도 활용할 수 있어 닭가슴살, 익힌 통곡물 등을 싸먹으면 영양과 포만감을 동시에 잡을 수 있다. 상추와 궁합이 맞는 식재료로는 족발, 쑥갓, 생강 등이 추천된다. 양상추의 경우는 팥, 셀러리, 닭간 등이 잘 맞는다. 족발과 상추, 민들레와 상추는 임산부의 젖을 잘 돌게 하며, 쑥갓은 신경안정 효과가 높아지고 몸이 차지는 것을 방지한다. 상추를 오이와 함께 먹으면 소변이 잘 나오고 붓기가 빠진다.쇠비름도 상추와 궁합이 좋아 여드름이 심한 증상을 완화시키며 같이 즙을 내 밀가루, 우유와 섞어 팩을 하면 피부를 진정시켜 좋게 한다. 양상추와 팥을 각각 달인 후 섞어 마시면 오줌을 잘 나오게 하며, 양상추와 무를 같이 먹으면 열을 내리고 구취를 없애준다고 한다. 양상추와 파슬리를 먹으면 두 채소가 모두 철분이 풍부해 빈혈에 좋다. 반대로 궁합이 좋지 않은 식재료로는 상추에는 꿀이, 양상추에는 당근이 서로 어울리지 않는다.상추와 꿀은 복통이 생길 수 있으며, 양상추와 당근은 정력이 약해진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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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들이 지난 5월 서울 청계광장에서 시민들에게 상추 모종을 나눠주고 있다. © News1 양동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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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상추 재배면적은 엽채류 재배면적의 8%, 생산량의 3.5%에 불과하나, 국민이 사랑하는 삼겹살의 빠질 수 없는 친구다. 상추의 연간 생산액은 2014년 기준 1257억원이다. 1인당 상추 소비량은 2kg(2013년 기준)으로 배추의 5.7% 수준으로 1998년 이후 연평균 2.1%씩 감소하고 있다. 상추의 유통기간은 여름 파종 재배는 1~2일, 봄·가을 파종 재배의 경우 4∼5일, 겨울은 1주일 등으로 짧은 편이다. 상추는 우리 식단이 서구화되면서 더욱 긴요해진 채소로 활용성과 확장가능성이 매우 높다. 장석우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박사는 "상추를 다양한 이야기와 GAP(농산물우수관리인증) 등 신뢰를 높이는 인증제를 엮으면 소비를 더욱 늘릴 수 있을 것"이라며 "상추의 국산 종자 개발을 위해 국가 연구기관 중심의 연구정책과 상품화를 위한 지원정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le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