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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황사에 좋다며 삼겹살을 즐기는 사람이 많다. 이에 대해서는 과학과 의식동원(醫食同原)의 식의학적 전통 사이에 시각차가 크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탄광촌에서 일하던 광부들이 진폐증의 공포를 이기고자 돼지고기를 즐겨 먹던 모습은 기억 속에 생생하다. 하지만 현대의학은 아직도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았다거나 호흡기관인 기도와 음식이 들어가는 식도는 아예 다른 기관인데 삼겹살을 먹는다고 도움이 될 게 뭐 있느냐고 따진다.
그렇다면 한의학은 이를 어떻게 바라볼까. 손이 더러워지면 물로 씻듯 코와 목으로 이어지는 호흡기에 붙은 이물질을 흡착하고 씻어내는 것은 물이다. 특히 흡착하는 것은 반드시 기름기가 있는 물이어야 가능하다. 인체에서 기름기가 있는 물은 바로 점액이다. 돼지고기는 바로 기름기 있는 점액을 보충해 주는 좋은 식약이다.
점액층은 비강·부비동·이관·기관지의 점막 표면을 덮고 있는 끈끈한 겔층으로, 섬모 끝에 놓여 코팅한 것처럼 꽃가루나 황사를 방어하고 포착한다. 바로 면역반응의 최일선에서 활동하는 것이다. 좋은 강아지를 사려면 코가 촉촉한 강아지를 사야 한다는 옛말이 빈말이 아닌 것이다.
돼지는 성질이 차고 냉하며 기름기가 많다. 뱀과 돼지는 천적이다. 어떤 사람이 무인도를 사서 농지로 개간하려 했는데, 섬이 뱀의 천국이었다. 돼지를 10마리 사서 섬에다 풀어두고 다시 돌아오니 뱀은 한마리도 보이지 않고 통통하게 살이 찐 돼지들이 반갑게 인사하더라는 얘기가 있다. 뱀은 양기의 상징이다. 뱀이 차고 습기 있는 음지로만 다니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뜨거운 자신의 내부를 식히기 위해서다. 남성들이 뱀 보신을 하려는 것도 뱀의 뜨거운 양기로 회춘하겠다는 이류보류(以類補類·같은 종류에서 같은 효능을 얻음)의 욕구인 것이다.
돼지고기를 한약과 같이 먹지 못하게 하는 것은 차고 냉한 성질이 위장의 기능을 떨어뜨려 약의 흡수를 방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돼지비계와 관련해 약효를 설명한 사람은 여럿 있다.
위염정은 “신장으로 들어가서 음액을 자양하고 체표로 뚫고 나와서 사기를 흩어 버린다”고 했고, 가운백(柯韻伯)은 “돼지 진액은 피부에 있다. 허해서 상초로 떠오른 화(火)를 치료한다”고 말했다. 비계가 붙은 삼겹살이 신장의 기능을 도와 체표에 있는 코·목 부분의 점액을 보충하고 외부 이물질을 없앤다는 약효를 설명한 것이다. 돼지비계나 기름을 코 치료 처방에 쓴 기록도 <동의보감>에는 많다. 봄철 황사와 꽃가루도 알고 보면 두렵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