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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박눈이 내리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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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巡禮者 2013. 1. 16.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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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박눈이 내리던 날 큰 아버지의 생신에 있었던 일입니다 친척들 모두가 정선 시골집으로 모이기로 한 날 아침부터 서둘러 찾은 할아버지 할머니 댁은 텅 비어 있었습니다 두 분 다 휴대전화가 없으시니 달리 연락할 방법도 없고 아마도 큰아버지네 식구들을 마중 나가신 게 아닌가 싶어 일단 기다려보기로 했습니다 대문 앞에서 한참을 서성거리고 있는데 옆집 할머니께서 두 분 계신 곳을 알려 주셨습니다 "오늘 장터에 나가시는 날인데 몰랐나 보네." 동생과 나는 두 분이 계시다는 장터로 갔습니다 어렵지않게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찾은 우리는 두 분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따뜻한 국과 밥, 나물 반찬을 사람들에게 무료로 나눠 주고 계셨습니다 "근데 정말 돈 안 받으시는 거 맞죠?" "네, 맞아요. 그러니까 마음 편하게 식사하고 가세요." 공짜라는 말이 못미더운지 꼬치꼬치 캐묻는 사람들에게 돈 걱정은 말고 밥 한 그릇 배불리 먹고 가라며 국과 밥을 퍼주시는 두 분의 정겨운 모습도 사람들이 먹고 간 빈 그릇을 보는 두 분의 환한 표정도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웠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 저희 왔어요." 우리를 보신 두 분의 입가에 더욱 환한 미소가 피어났습니다 들통 가득 담아온 밥과 국이 모두 동이 나자 우리는 집에 가기 위해 할아버지 할머니를 도와 빈 그릇을 챙겨 들었습니다 그리고 막 장터를 떠나려는데 하늘에서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할아버지는 눈내리는 보얀 하늘을 물끄러미 바라 보시더니 아득한 옛이야기를 풀어놓으셨습니다 "옛날에 말이다. 네 큰 아버지가 태어나던 날 그날도 이렇게 함박눈이 펑펑 내렸었지......." 장터까지 걸어다녀야 했던 아주 오래전 옛날 두 분이 함께 장에 다녀오시다가 산달을 며칠 앞둔 할머니가 갑자기 배를 움켜쥐고 쓰려지는 통에 산속에서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셨다 날은 점점 어두워지는데 눈은 하염없이 쏟아지고.... 그때 눈앞이 캄캄했던 두 분 앞에 마침 장사를 마치고 지나가던 떠돌이 상인이 구세주처럼 나타났습니다 그분의 도움을 받아 무사히 집에 올 수 있었는데 마지막 기차를 타야한다며 그분이 서둘러 떠나는 통에 붙잡지도 못했다고 하셨습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고맙다는 인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생명의 은인을 그렇게 보낸 것이 두고두고 마음에 걸리셨다고 합니다 "그 사람이 아니었다면 네 할머니도 네 큰 아버지도 어떻게 됐을지 모른단다." 그날의 고마움을 잊지 못하고 가슴에 묻고 살아오다가 그 은혜를 갚기 위해 몇 년 전부터 큰아버지의 생일이면 두 분은 장터에 나와 사람들에게 밥 한 끼를 대접하셨던 것입니다 이름모를 사람에게 받은 친절을 이렇게라도 되갚고 싶은 마음에 시작했지만 혹시라도 그 떠돌이 상인을 다시 만날지 모른다는 기대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말이다, 받는 것보다 나눠 주는 것이 더 신이 나더라. 허허허..." 그 덕에 뒤늦게 나누는 기쁨을 알게 되셨다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집에 돌아오자마자 벌써부터 내년 음식을 계획하시는 두 분의 모습이 새하얀 눈처럼 눈부셨습니다

    ***tv동화 행복한 세상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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