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봉훈 주교의 자선주일 담화문 (요지)
우리 주위에는 아직도 빈곤과 소외로 고통받는 이들이 많이 있다. 비약적인 성장에도 불구하고 성장의 그늘에는 끊임없는 희생을 강요받아온 가난한 농민, 노동자, 빈민의 고통이 있어왔다.
근년의 금융위기의 최대 희생자 역시 가난하고 힘없는 이들이다. 세계화와 신자유주의의 물결은 이런 불평등을 가속화시키고 있으며, 이로 인해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하느님은 가난과 소외로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자비와 사랑을 실천 할 것을 촉구하신다. 자비로운 마음은 자비로우신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심어주신 것으로 하느님께로부터 오는 것이며, 이러한 마음을 열어주신 분은 그리스도이시다(자비로우신 하느님 2항).
진정한 자선행위는 인간을 끝까지 버리지 않으시는 하느님의 자비 하심을 따라 고통받는 이들의 고통이 끝날 때까지 베풀어지는 손길이며,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마태 6,3), 제한없이 베푸는데 있다.
그리스도인은 착한 사마리아인처럼 고통받는 이들에게 다가가는 사람이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은 고통의 현장에서 당장 필요한 손길을 내어줄 뿐 아니라, 필요하다면 다른 이에게 돌보아 줄 것을 부탁하면서까지 끝까지 함께 해주어야 한다.
교회는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여러 분야에서 사회복지활동을 펼치고 있다. 교회가 운영하는 600여 사회복지 시설에는 7000여명의 종사자들이 헌신하고 있으며 이러한 사업을 위해서는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다.
자선주일을 제정한 이유는 하느님의 자비하심을 따라 고통받는 이들에게 자선을 실천할 것을 일깨우려는 것이다. 그리스도인의 자선행위는 고통받는 이들에게 하느님이 자비하신 분 이라는 것을 전하는 일이다. 그리스도인의 자비로운 마음이 이들에게 전해질 때 이들은 하느님의 자비를 체험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대림시기는 가장 힘없고 가난한 아기로 오시는 주님을 맞을 준비를 하는 시기이며, 주님을 가장 합당하게 맞이하는 길은 고통받는 이들에게 베푸는 자선에 있다. 그리스도인은 착한 사마리아인처럼 고통받는 이들에게 다가가 자비로운 마음을 열어 그들의 고통을 주님의 고통으로 받아들이고, 주님께 해드리듯 그들의 고통을 어루 만져줌으로써 주님께 대한 사랑을 실천해야 한다.
새 세기의 첫 성탄을 앞두고 고통받는 이웃에게 하느님의 자비를 전하는 착한 사마리아인으로 거듭나기를 기원하며 자선주일에 적극적인 동참을 바랍니다.
2000년 12월 17일 대림 제3주일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 장봉훈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