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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2) 신앙의 참 정신을 잊지 말자/배광하 신부

복음생각

by 巡禮者 2010. 7. 30.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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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2) 신앙의 참 정신을 잊지 말자/배광하 신부

연중 제3주일 (루카 1, 1~4 4, 14~21) : 갈릴래아 전도를 시작하시다
발행일 : 2007-01-21 [제2534호, 6면]

- 신앙의 주제 : 자유와 해방 -

신, 구약 성경의 주제

구약성경은 총 46권입니다. 히브리어로 쓰여졌다는 사실을 다 알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그런데 창세기로부터 구약성경의 끝인 말라키 예언서에 이르기까지 구약성경의 그 방대한 양이 한결같이 기억하고 있는 구약의 위대한 사건이 있으니 ‘탈출기’가 그것입니다.

구약 야곱의 후손들이 이집트 노예였다가 하느님의 놀라운 권능과 은총으로 그 종살이에서 해방되어 자유의 몸이 되었다는 사실을 구약의 모든 성경이 기억하고 있는 것입니다. 때문에 구약의 주제를 말하라면 단연코 ‘탈출기(출애굽)’입니다.

신약성경은 총 27권입니다. 그리스어로 쓰여졌습니다. 신약성경 역시 마태오 복음서로부터 요한묵시록에 이르기까지 잊지 않고 있는 유일한 사건이 있으니, 그것은 ‘부활’입니다.

우리 주님께서 십자가에 죽으셨다가 다시 살아나셨다는 사건을 신약성경 모두는 기억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신약의 주제는 ‘부활’이 됩니다.

그런데 구약의 ‘탈출’을 ‘파스카’라고 부르고, 신약의 ‘부활’ 역시 ‘파스카’라고 부릅니다.

‘구약의 탈출=파스카’는 육체의 노예로부터의 해방, 자유며, ‘신약의 부활=파스카’는 죄의 노예로부터의 해방을 의미합니다.

때문에 신, 구약 성경 전체의 주제는 파스카, 곧 자유와 해방인 것입니다.

인간을 너무나 사랑하신 하느님께서는 인간이 육체와 죄의 종살이에서 허덕이는 모습에 견딜 수 없으시어 당신이 친히 이 세상에 내려오십니다. 그리고 당신께서 세상에 오신 까닭을 오늘 장엄하게 선포하십니다.

“주님께서 나를 보내시어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고, 잡혀간 이들에게 해방을 선포하며, 눈먼 이들을 다시 보게 하고, 억압받는 이들을 해방시켜 내보내며, 주님의 은혜로운 해를 선포하게 하셨다.” (루카 4, 18~19)

이 말씀에서 주님이신 예수님께서 이 세상에 오신 이유와 사명이 분명히 밝혀졌습니다. 그것은 인간의 자유와 해방을 가로막는 그 어떤 체제와 권력, 이념과 사상, 국가와 종교에 과감히 맞서시어 자유와 해방을 되찾아 주시겠다는 선언이신 것입니다.

이것이 복음이며, 기쁜 소식이며 또한 창세기의 인간 창조의 정신인 것입니다.

자유와 해방을 살아야 할 우리

지금으로부터 약 2천년 전, 숨막히던 식민지 시대에, 왕족과 귀족, 평민과 노예가 뚜렷했던 계급화 시대에, 남자와 여자의 불평등이 극심했던 시대에 폭탄과도 같은 혁명적인 선언이 선포됩니다.

“여러분은 모두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믿음으로 하느님의 자녀가 되었습니다. 그리스도와 하나 되는 세례를 받은 여러분은 다 그리스도를 입었습니다. 그래서 유다인도 그리스인도 없고, 종도 자유인도 없으며, 남자도 여자도 없습니다. 여러분은 모두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하나입니다.”(갈라 3, 26~27)

2천년 전 당시 이 같은 자유와 해방을 사도께서 자신을 가지고 이야기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바로 예수님께서 일찍이 선포하셨던 자유와 해방의 가르침이 그 밑바탕이 되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초대교회 공동체는 진실로 그 가르침에 충실히 살았습니다.

실로 그리스도교가 2천년 역사 동안 그토록 숱한 박해를 받았던 까닭도 이 자유와 해방을 만민 안에 끝까지 살고자 노력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뚜렷한 계급사회 안에서 그 모든 계급과 차별의 장벽을 걷어 내고자 애썼던 때문이었습니다.

조선시대 천주교 신앙을 받아들인 당대 최고의 유학자들도 이 같은 신앙의 참된 정신을 알았기에 양반과 상민의 구분을 없앴으며, 남자와 여자의 차별화된 사회에서도 서로 형제요, 자매로 인정하며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가 되려고 했었기 때문에 기득권을 지키려는 세력들의 표적이 되어 그 같은 심한 박해를 당해야 했던 것입니다.

그때에는 그 같은 자유와 해방을 살았는데, 신분 계급이 철폐된 오늘날 교회가 이 정신을 살지 못한다면 하느님 인간 창조의 정신은 물론, 그리스도의 강생 사건의 정신에 반대되는 삶을 사는 것입니다.

그때 우리의 심판은 불행해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오늘 교회는 또다시 그리스도 강생의 정신을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인간의 참된 자유와 해방을 교회가 먼저 충실히 살아야 할 것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교회의 문턱이 높아지고 교회안의 구성원들이 끼리끼리 어울려, 있는 사람들끼리, 배운 사람들끼리만 모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세례를 받은 우리는 분명 그리스도안에 자유와 해방을 살아야 하는 한 형제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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