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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0) 변화와 진보를 두려워 마라/배광하 신부

복음생각

by 巡禮者 2010. 7. 30.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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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0) 변화와 진보를 두려워 마라/배광하 신부

주님 공현 대축일 (마태 2, 1~12) : 동방 박사들의 방문
발행일 : 2007-01-07 [제2532호, 6면]

- 구원의 별빛을 찾아서 -

동방 박사들

주님 공현 대축일에 우리가 처음 만나게 되는 성경의 인물은 세 명의 동방 박사들입니다. 이 동방 박사들은 바빌론에서 별을 관찰하며 시대와 역사의 흐름을 파악하던 점성가들일 수 있습니다.

유다인들은 기원전 597~538년 바빌론 유배를 끝내고 예루살렘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그때 조국으로 귀환하지 못하고 여러 이유로 바빌론에 정착하게 된 유다인들의 입을 통하여 동방 박사들은 그들이 장차 오시게 될 메시아를 기다리고 있었음을 들었을 것입니다. 동방 박사들은 하느님의 계시를 듣지 못한 이방인이었지만 창조의 자연 안에 울려 나온 하느님 구원의 뜻을 별을 통해 감지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사실 하느님께서 그것을 그들에게 명백히 드러내 주셨습니다. 세상이 창조된 때부터, 하느님의 보이지 않는 본성 곧 그분의 영원한 힘과 신성을 조물을 통하여 알아보고 깨달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로마 1, 19~20)

이제 하느님의 뜻과 그 부르심의 상징인 별을 보고 동방의 박사들은 길을 떠납니다. 그들은 인생의 가장 숭고한 길을 발견하였을 때, 안주하던 삶을 버리고 순례의 길을 떠난 희망의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게 됩니다.

크나큰 가치를 위하여 세상 것을 버렸을 때 만날 수 있는 분이 세상을 주관하시는 주님인 것입니다. 그분은 세상의 참된 왕(황금)이시며, 거룩하신 하느님(신성=몰약)이시며, 인간의 죽음(유향)까지 주관하시는 분이십니다.

세상 것이 아닌 천상 것을 추구하며 우리에게 비추는 빛을 따라 걸어야 우리는 끝내 그 영광을 볼 수 있음을 오늘 동방 박사들은 자신들의 삶을 통하여 우리에게 일깨워 주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구원의 빛은 세상 만민에게 열려 있음을 알리는 것이 주님 공현 대축일의 가르침입니다.

그 옛날, 그 아름다운 밤에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처음으로 보았던 소외되고 미천한 처지의 목동들부터 오늘 이방인 동방박사들에 이르기까지 모두에게 열려진 구원의 보편성을 사도 성 바오로는 이렇게 증언합니다. “곧 다른 민족들도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복음을 통하여, 공동 상속자가 되고 한 몸의 지체가 되며 약속의 공동 수혜자가 된다는 것입니다.”(에페 3, 6)

우리 인생의 별빛

오늘 동방 박사들의 삶을 보면서 우리 신앙인들이 끊임없이 가져야할 교훈은 머물러 주저앉은 삶이 아니라 변화와 떠남의 영성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탈리아 밀라노 대교구장이셨던 마르티니 추기경님은 모세의 생애를 묵상하시며 그를 ‘파스카 인간’으로 이렇게 규정하십니다.

“파스카 인간이란 무엇을 뜻하는가? ‘건너가는’ 인간을 말한다. 자신의 삶 속에서, 한 체험에서 다음 체험으로 건너가는 사람이다. 크고 고통스럽고 참으로 인생을 뒤집어엎는 사건들 속에 끼어서 하나에서 다른 경험으로 옮아가는 사람이다. 자기 자신이, 또 자기겨레가 한 실존에서 다른 실존으로 옮아가고 옮아가게 만드는 사람이다. 모세는 구원의 역사를 산 사람이요, 자기 스스로 하나의 여정을 걸었고 자기 백성에게도 걷게 한 인물이다.”

가끔 신앙의 삶을 산다고 자부하는 이들에게서 볼 수 있는 안타까움은 변화와 진보에 대한 두려움과 용기가 없음입니다. 현재의 기도 생활에, 현재의 신앙생활에, 현재의 위치에서 만족을 느끼며 그곳에서 더 이상 진전을 이루려 하지 않습니다.

더 큰 인생의 별빛이 비추어도 일어서려 하지 않습니다. 장엄한 주님의 목소리가 울려도 들으려 하지 않습니다. 때문에 신앙은 퇴보하며, 믿음은 폐쇄적인 편협함으로 전락해 버립니다. 자기 신앙, 자기 가족, 자기 단체, 자기 본당에 발목이 잡혀 더 큰 것을 돌아볼 여지가 없어져 버립니다.

그 같은 눌러앉은 신앙, 움직이지 않으려는 신앙, 폐쇄적이고 편협된 신앙에 오늘 이사야 예언자는 또다시 준엄한 목소리를 높입니다.

“일어나 비추어라. 너의 빛이 왔다. 주님의 영광이 네 위에 떠올랐다. 자 보라, 어둠이 땅을 덮고 암흑이 겨레들을 덮으리라. 그러나 네 위에는 주님께서 떠오르시고, 그분의 영광이 네 위에 나타나리라.”(이사 60, 1~2)

우리는 분명 우리 인생을 밝혀줄 은총의 별빛을 보고 축복의 길을 걷는 복된 이들입니다. 그러나 주님 공현은 우리가 그 별빛을 독점하거나, 다 차지하였다는 자만에 빠지지 말 것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끊임없이 일어나야 하며, 세상이 여러 암흑과 고통의 어둠 속에 있음을 깨달아 내게 비추인 별빛을 세상 어둠을 향하여 다시 반사 시켜야 할 것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그 같은 실천이 있을 때, 주님의 현존을 뵙게 되며, 그분의 영광이 우리 위에 나타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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