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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9) 사랑 나누며 주님을 기다립니다/배광하 신부

복음생각

by 巡禮者 2010. 7. 30.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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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9) 사랑 나누며 주님을 기다립니다/배광하 신부

연중 제19주일 (루카 12, 35~40) : 깨어 있어라
발행일 : 2007-08-12 [제2561호, 6면]

- 행복한 기다림 -

믿음의 기다림

세계적으로 유명한 서커스를 보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은 동물들이 불이 붙어있는 둥근 고리 속을 통과하는 장면입니다. 대개의 동물들은 본능적으로 불을 무서워합니다. 털이 긴 동물일수록 더욱 그러합니다.

그런데 동물들이 자신의 큰 두려움인 본능을 뛰어넘어 불이 타고 있는 고리 속으로 달려가는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요? 그 같은 놀라운 힘은 불 속에 뛰어든 후에 주어지는 보상이나, 혹은 뛰어들지 않을 수 없는 가혹한 훈련이나 체벌이 아니라, 바로 동물과 조련사 사이의 믿음 때문이라고 합니다.

동물에게는 이제껏 조련사가 훈련시키는 대로 해서 목숨이 위험했거나 손해를 당한 적이 없다는 믿음, 죽을 위험으로 내몰지 않는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에 본능을 거슬러 가면서까지 불 속으로 뛰어 든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가끔 이런 체험을 합니다. 누군가 가족들과 언짢은 일이 있은 뒤 성당에 나왔는데, 그날 따라 성경 말씀이나 강론 말씀이 가족 간의 사랑과 평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내용이면, 그 말씀이 꼭 나 들으라고 하시는 말씀 같다는 체험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 말씀이 꼭 나 들으라고 하시는 말씀 같다”가 아니라, 분명 나 들으라고 하시는 말씀이라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침묵하시는 분이 아니십니다. 어떤 경로를 통해서라도 매일 우리에게 말씀을 건네시는 분이십니다. 우리에게 삶의 조언과 생명의 길을 안내해 주시는 분이십니다. 우리 인간을 너무도 사랑하시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 같다” 하신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절대 위험에 처할 명령이나 손해 볼 일들을 시키지 않으실 것입니다.

우리는 다만 온전한 믿음을 가지고 오늘 독서의 아브라함처럼 주님의 말씀에 따라야 할 것입니다.

“믿음으로써, 아브라함은 장차 상속 재산으로 받을 곳을 향하여 떠나라는 부르심을 받고 그대로 순종하였습니다. 그는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떠난 것입니다.”(히브 11 ,8)

동물들도 조련사를 믿고 그의 명령에 본능을 뛰어 넘어 따릅니다. 하물며 우리를 창조하시고 사랑하시는 주님의 명령과 말씀에 우리는 얼마나 더 큰 믿음을 가지고 따라야 하는지를 깊이 생각해 봐야 합니다.



사랑의 기다림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명령하고 계십니다.

“너희는 허리에 띠를 매고 등불을 켜놓고 있어라. 혼인잔치에서 돌아오는 주인이 도착하여 문을 두드리면 곧바로 열어주려고 기다리는 사람처럼 되어라.”(루카 12, 35~36)

그런데 이 같은 기다림에 앞서 하신 말씀은, “너희는 가진 것을 팔아 자선을 베풀어라. 너희 자신을 위하여 해지지 않는 돈주머니와 축나지 않는 보물을 하늘에 마련하여라.”(루카 12, 33) 입니다.

참된 기다림이란 무턱대고 넋 놓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사랑을 실천하는 기다림이라는 것을 가르치신 것입니다. 그것이 깨어 기다리는 신앙인의 모습이며, 그럴 때 비로소 행복해 질 수 있다고 하신 것입니다.

그 같은 실천적 의미의 사랑의 기다림에서 방글라데시의 ‘무하마드 유누스(Muhammad Yunus)’ 박사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분은 1940년 방글라데시 치타공 시에서 태어나 치타공 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반더빌트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습니다. 그 뒤 조국 치타공 대학 경제학 교수로 재직 중 1974년 방글라데시에 엄청난 기근이 몰려 왔을 때, 그가 강의하던 치타공 대학 인근 조브라 마을의 참상을 보며 마을 주민 42명에게 주머닛돈 27달러를 빌려주는 것을 시작으로, 1983년 방글라데시 말로 ‘마을’이란 뜻인 ‘그라민’ 은행을 설립합니다.

그라민 은행은 방글라데시의 가장 가난한 사람들에게 담보나 보증 없이 소액 융자를 줌으로써, 지난 26년 간 방글라데시의 인구 10%를 넘는 240만 가구가 희망과 용기를 가지고 살 수 있게 하였습니다. ‘무하마드 유뉴스’ 교수는 대학 강단을 뛰쳐나와 가난한 마을 사람들과 동거동락하게 된 배경을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사람이 죽는 데에도 여러 방식이 있지만, 굶어서 죽는 것처럼 끔찍한 죽음은 존재하지 않는다. 나는 강단에서 학생들에게 모든 문제에 해답을 제공하는 경제학 이론을 가르치면서 보였던 그 열성을 기억한다. 그리고선 이 모든 이론에 환멸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길바닥에선 사람들이 굶어 죽고 있는데, 도대체 경제학 이론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오늘 주님께서 가진 것을 팔아 자선을 베풀라 하신 것은, 진정 사랑의 실천으로 당신을 기다리라 하시는 명령인 것입니다. 이론이 아닌 사랑의 실천이 우리가 준비할 기다림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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