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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3) 언제나 깨어 지켜라/배강하 신부

복음생각

by 巡禮者 2010. 7. 31.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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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3) 언제나 깨어 지켜라/배강하 신부

대림 제1주일 (마르 13, 33~37)
발행일 : 2008-11-30 [제2625호, 6면]

- 하늘을 뚫고 내려오소서 -

저희는 진흙

금년 한 해도 무엇을 기다리며 살았습니까. 나는, 우리는, 우리 공동체는 과연 무엇을 그토록 열망하며 기다렸습니까. 무엇을 가치있는 것으로 여기며 소중히 생각하였습니까.

이제 곧 오실 주님께서는 세상이 바라는 것이 아닌, 인간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것을 주시겠다고 하셨는데, 우리는 눈이 멀고 귀가 닫혀 늘 약속의 말씀을 멀리하며 살았습니다. 언제나 목전의 이익만을 바라보며 참된 기다림과 거리가 먼 삶을 살았습니다.

부자 되라는 소리와 승진하라는 소리와 합격하라는 소리에 현혹되어 이리저리, 우왕좌왕 떠밀려 오는 삶으로 헉헉대며 바삐 살았습니다. 돌이켜보면 남는 그 무엇도 없는 공허한 메아리를 좇으며 살았습니다.

당신 면전에 섰을 때 무엇인가 꺼내놓을 가슴 뿌듯함의 보람된 시간을 보내지 못하고 이 해도 예까지 흘러왔습니다. 더구나 많은 악의 유혹을 끝내 이기지 못하고 영적인 상처투성이인 채, 비틀거리는 못난 걸음으로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하고 후회의 시간을 걸어왔습니다.

돌아보면 늘 아쉬움과 허망함만 가득 찬 우리의 한숨 섞인 세월을 이사야 예언자도 그 옛날 한탄한 적이 있지만, 오늘 우리의 모습이 그 때와 꼭 빼어 닮았습니다.

“저희는 죄를 지었고, 당신께서는 진노하셨습니다. 당신의 길 위에서 저희가 늘 구원을 받았건만, 이제 저희는 모두 부정한 자처럼 되었고, 저희의 의로운 행동이라는 것들도 모두 개짐과 같습니다.”(이사 64, 4~5)

그러나 우리가 또다시 일어나 당신을 뵈옵기를 갈망하며 기다림을 희망할 수 있음은 우리 모두가 그래도 당신의 자녀들이고, 당신께서 결코 우리를 내치지 않으신다는 믿음 때문입니다. 이 같은 믿음이 헛되지 않음을 이사야 예언자는 또다시 이렇게 고백합니다.

“그러나 주님, 당신은 저희 아버지십니다. 저희는 진흙, 당신은 저희를 빚으신 분, 저희는 모두 당신 손의 작품입니다.”(이사 64, 7)

세상 어떤 의인들도, 어떤 성인들도 깨달음의 길에서 완덕을 향한 오르막길을 쉼 없이 달려갔던 이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이제껏 걸었던 방황과 타락의 길에서 돌아섰건만, 돌아선 그 길 역시 끊임없는 유혹과 가시밭길이었습니다.

그러나 끝까지 포기의 인생이 아니었던 것은 이 같은 믿음 때문이었습니다. 이제 우리도 다시 오시는 주님을 맞이하기 위하여 또다시 일어나 걷습니다. 주님께서 빚으신 작품, 그 완성을 향하여 굽은 길을 펴고 골짜기를 메우는 일을 계속해야 합니다.

당신 손의 작품

‘하느님과의 인터뷰’라는 조금은 엉뚱한 제목의 글을 읽었습니다.

어느 날 시인은 꿈속에서 하느님과 인터뷰를 하게 됩니다. 시인은 하느님께 묻습니다. “인간에게 가장 놀라운 점이 무엇입니까?”

하느님께서 대답하십니다. “어린 시절이 지루하다고 서둘러 어른이 되는 것, 그리고는 다시 어린 시절로 되돌아가기를 갈망하는 것, 돈을 벌기 위해 건강을 잃어버리는 것, 그리고는 건강을 되찾기 위해 돈을 다 잃는 것, 미래를 염려하느라 현재를 놓쳐 버리는 것, 그리하여 결국 현재에도 미래에도 살지 못하는 것, 결코 죽지 않을 것처럼 사는 것, 그리고는 결코 잘 살아 본 적이 없는 듯 무의미하게 죽는 것이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 시인은 겸허하게 말합니다.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당신의 자녀들에게 혹시 더 하실 말씀은 없으신지요?”

그때 하느님께서 웃으시며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내가 이곳에 너희와 함께 있음을 기억하여라. 언제나 모든 방식으로 내가 여기에 있음을, 언제나 모든 방식으로 기억하기를 바란다.”

우리는 언제나 실수투성이이고, 잘못된 삶을 끊임없이 답습하며 살았습니다. 그러나 그 같은 잘못에도 불구하고 주님께서는 늘 함께 하셨습니다. 도무지 당신의 자녀다운 삶을 살지 못했음에도 한결같은 사랑으로 우리 인생의 동반자로 함께 계셨습니다.

우리가 아무리 부족하더라도 결코 깨뜨려 버릴 수 없는 당신의 귀한 작품이기에 그러셨습니다. 언제나 우리 곁에 계시는 주님이시건만 마지막 재림의 날을 상기시켜 주시려는 듯 교회력으로 새해가 시작되는 오늘, 주님께서는 또다시 우리에게 오시겠다고 말씀하십니다.

어린 시절의 아름다운 동심을 잃어버리고 사는 우리, 돈 때문에 당신께서 주신 소중한 시간과 건강을 잃어버리고 사는 우리, 현재와 미래 모두를 기쁘게 살지 못하는 우리, 결코 죽지 않을 듯 세상 것들을 움켜쥐며 살려는 가엾은 우리 인간에게 참된 소중함이 무엇인지를 또다시 확인시키기 위하여 오신다고 하십니다. 그리고 깨어 준비하라 하시며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조심하고 깨어 지켜라. 그때가 언제 올 지 너희가 모르기 때문이다.”(마르 13,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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