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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4) 주님을 맞이하기 위해/배광하 신부

복음생각

by 巡禮者 2010. 7. 31.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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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4) 주님을 맞이하기 위해/배광하 신부

대림 제2주일 (마르 1, 1~8)
발행일 : 2008-12-07 [제2626호, 6면]

- 주님의 길을 내어라 -

인간의 탐욕

세계 경제가 총체적 위기에 빠져들고 연일 계속되는 불황의 늪에서 실업자들이 늘어나고 고통의 신음 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신문과 모든 뉴스의 첫머리는 경제 불황 소식이 자리를 차지하여 겨울 싸늘함과 함께 을씨년스러움을 더해 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때에 오시는 아기 예수님의 성탄을 운운하며 들뜬 마음을 갖는다는 것은 분명 커다란 사치이자, 현실을 너무도 모르는 처사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어두운 세상에 우리는 또다시 희망을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미국 흑인 인권운동의 지도자였던 ‘마틴 루터 킹’(1929~1968) 목사는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우리의 국가는 병들었습니다. 나라에 불안이 생기고, 혼란이 여기저기에… 하지만, 주위가 어두워야만 밤하늘의 별을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성공회대학교의 석좌교수이신 ‘신영복’ 선생은 또한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더욱 빛난다’는 사실보다 더 따뜻한 위로는 없습니다. 이것은 밤하늘의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어둔 밤을 걸어가는 수많은 사람들을 위한 이야기입니다. 옷이 얇으면 겨울을 정직하게 만나게 되듯이 그러한 정직함이 일으켜 세우는 우리들의 깨달음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같은 세계 경제의 위기를 맞으며 우리는 또다시 원론적인 이야기와 그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창세기 에덴 동산의 원조 아담과 하와는 분명 하느님으로부터 모든 것을 다 받아 누렸습니다.

“이제 내가 온 땅 위에서 씨를 맺는 모든 풀과 씨 있는 모든 과일나무를 너희에게 준다.”(창세 1, 29)

그런데도 금지된 마지막 과일나무까지 먹어치우려 합니다. 모든 것을 채워도 마지막까지 먹어치우려 하였던 탐욕의 게걸스러움이 원죄이며, 그 원죄를 우리는 오늘의 세계까지 끌고 왔습니다. 어쩌면 오늘의 슬픈 비극은 그로부터 비롯된 것일지 모릅니다.

모든 지하자원을 마지막까지 퍼내려는 욕망, 마지막 물고기까지 싹쓸이로 잡아버리는 탐욕, 마지막 남은 나무까지 베어버리는 잔인한 이기심이 오늘의 재앙을 키운 것인지 모릅니다. 이 같은 일을 예견하였는지 이미 수세기 전, 포획과 남획을 일삼는 백인들의 야수 같은 문명에 대해 크리족 인디언 추장은 이렇게 경고하였습니다.

“마지막 나무가 베어져 나가고, 마지막 강이 더럽혀지고, 마지막 물고기가 잡힌 뒤에야 그대들은 깨달으리라. 돈을 먹고 살 수는 없다는 것을.”

광야에서 외치는 소리

이 같은 탐욕과 욕망의 세상에서는 영광의 주님을 맞이할 수 없기에 오늘 이사야 예언자는 이렇게 외칩니다.

“너희는 광야에 주님의 길을 닦아라. 우리 하느님을 위하여 사막에 길을 곧게 내어라. 골짜기는 모두 메워지고, 산과 언덕은 모두 낮아져라. 거친 곳은 평지가 되고, 험한 곳은 평야가 되어라. 이에 주님의 영광이 드러나리니, 모든 사람이 다 함께 그것을 보리라.”(이사 40, 3~5)

이사야 예언자의 이 말씀을 인용하여 마르코 복음사가는 오시는 예수님을 맞이하기 위한 길을 닦았던 세례자 요한을 기억합니다. 그리고 인류의 긴 역사를 거치며 우리는 고난 가운데도 끊임없이 구세주 오실 길을 닦았던 슬기롭고 정의로웠던 선각자, 예언자, 착한 목동들, 그들이 광야에서 외치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들 중 한 명이었던 ‘킹’ 목사는 1963년 8월 23일 노예해방 100주년을 기념하여 워싱턴에서 열린 평화 대행진에서 그 유명한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라는 연설을 합니다.

“이제 절망의 계곡에서 헤매지 맙시다. 저는 오늘 저의 벗인 여러분께 이 순간의 고난과 좌절에도 불구하고 저에게는 여전히 꿈이 있다는 사실을 말씀드립니다. 지금 저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모든 계곡이 높이 솟아오르고, 모든 언덕과 산이 낮아지고, 울퉁불퉁한 땅이 평지로 변하고, 꼬부라진 길이 곧은 길로 바뀌고, 하느님의 영광이 나타나 모든 생물이 그 광경을 함께 지켜보리라는 꿈입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의 희망입니다.”

예언자들은 언제나 우리에게 ‘들으라’고 명령합니다. 그리고 들은 것을 ‘행하라’고 합니다. 이제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이 어두운 현실에 분명히 들었던 말씀을 마음에 간직하고만 있어서는 안 됩니다.

사막이 되어버린 세상에 희망의 나무와 숲을 가꾸어야 합니다. 모든 미움과 탐욕의 골짜기를 용서와 나눔으로 메꾸어야 합니다. 거칠어진 마음, 분쟁의 상처를 평화의 평지가 되도록 닦아야 합니다. 그럴 때 주님의 영광이 드러나 그분께서 오실 수 있습니다. 우리가 세상을 조금이라도 변화시키려는 애씀이 있을 때, 우리는 오시는 주님을 기쁘게 맞이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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