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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3) 주님 위해 자신을 버려라 / 배광하 신부

복음생각

by 巡禮者 2010. 7. 31.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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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3) 주님 위해 자신을 버려라 / 배광하 신부

연중 제25주일(루카 9,23-26) : 불사의 희망
발행일 : 2009-09-20 [제2665호, 10면]

도움에 힘입어

금년은 한국의 103위 성인들께서 시성 되신지 25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입니다. 1984년 5월 6일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는 서울 여의도 광장에서 열린 103위 시성식 강론에서 이같이 말씀하셨습니다.

“그리스도 신앙에 더 깊이 들어가기를 갈망하던 여러분의 선조들은 1784년에 자기들 중 한 사람을 북경으로 보냈고, 그는 거기서 영세하였습니다. 이 좋은 씨앗으로부터 한국에 첫 그리스도 공동체가 태어난 것입니다. 그것은 전적으로 신도들 자신에 의해서만 세워졌다는 점에서 교회 역사상 유일한 공동체였습니다. 이 신생 교회는 아직 어리면서도 믿음에는 그토록 굳세어, 몹시 사나운 군란을 거듭 견디어 냈습니다. 그리하여 한 세기도 채 못되어 1만 명을 헤아리는 순교자를 자랑하기에 이르렀던 것입니다. 여러분 마음에는 1791년 신해, 1801년 신유, 1827년 정해, 1839년 기해, 1846년 병오, 1866년 병인 등의 해가 순교자들의 피로써 영구히 새겨져 있습니다. 그분들은 혈통으로나 언어로나 문화로나 여러분의 조상입니다. 아울러 그분들은 피로써 증거한 신앙에 있어서도 여러분들의 부모들이십니다. 열세 살 난 소년 유대철 베드로로부터 일흔 둘의 노인 정의배 마르코에 이르기까지 남자, 여자, 사제, 신도, 부자, 빈자, 상인, 양반 할 것 없이 모두 그리스도를 위해 기꺼이 죽어 가셨습니다.”

한마디로 한국 천주교회는 선교사 없이 자생으로 태어난 세계 유일의 교회라는 점과 갓 태어난 신생 교회는 곧바로 수없이 끔찍한 박해를 굳건히 이겨냈고, 진정 짧은 세월 안에 남녀노소 빈부귀천을 막론하고 모든 계층의 장한 순교자들을 배출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분명 순교자들의 후손이며, 그분들이 피로써 지킨 신앙의 유산을 물려 받았습니다. 순교자들은 끊임없는 고통 중에도 늘 하느님의 사랑을 기억해 내셨고, 그 사랑으로 희망을 사셨던 분들이셨습니다. 이는 오늘 사도 성 바오로의 말씀을 상기시켜 줍니다.

“무엇이 우리를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갈라놓을 수 있겠습니까? 환난입니까? 역경입니까? 박해입니까? 굶주림입니까? 헐벗음입니까? 위험입니까? 칼입니까? 그러나 우리는 우리를 사랑해 주신 분의 도움에 힘입어, 이 모든 것을 이겨 내고도 남습니다.”(로마 8,35.37)

자신을 버리고

예전에 <프린스>라는 전자오락 게임이 있었습니다. 마술에 걸려 높은 성채에 갇혀있는 공주를 구하는 게임인데, 10여 개의 장애물을 통과해야만 하는 어려운 게임입니다. 거미줄 같은 미로를 통과하는 과정은 너무 어려워 많은 이들로 하여금 포기하게 만듭니다. 그런데 풀 수 있는 해답은 아주 간단한 곳에 있습니다. 그냥 성채 앞에서 그대로 뛰어 내리면 하나 둘씩 다리가 생겨나 공주를 만나게 됩니다. 공주와 사랑하기 위해서는 그대로 자신을 버리고 뛰어 내리면 되는 것입니다. 한 인간을 사랑하는 데에도 자신을 포기해야 한다면, 절대자이신 하느님을 만나기 위해서는 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주님께서는 우리가 모든 것을 버리고 당신 사랑 안으로 뛰어 내릴 때 분명 모든 것을 주시는 분이십니다. 그때 우리는 그 어떤 것도 잃은 것이 없음을 깨닫게 됩니다. 이를 이탈리아의 영성가 ‘카를로 카레토’는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하느님께서 온전히 자신을 내맡기는 사람에게 당신 자신을 내어 주신다는 사실을 체험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오, 그분의 선물의 충만함이여! 오, 볼 수 있는 모든 것을 뛰어 넘음이여! 오, 모든 것을 극복하는 사랑이여! 이에 비교해 볼 때 다른 모든 것은 무엇이겠습니까? 성 토마스는 하찮은 것이라고 합니다. 십자가의 성 요한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합니다.”

때문에 예수님께서도 오늘 우리에게 자신을 버려야 당신을 따를 수 있다는 사실을 가르치고 계시는 것입니다.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따라야 한다.”(루카 9,23)

우리가 자랑스럽게 여기는 우리의 순교자들은 진정 주님 때문에 세상의 모든 것을 버릴줄 아셨던 분들이셨습니다. 그분들이 세상의 모든 것을 버릴 수 있었던 것은 세상 모든 것을 다 소유한다 하여도 하느님의 크신 사랑에 비길 수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기에 성 정하상 바오로 순교자는 자신의 글 「상재상서」에서 이렇게 가르치고 있는 것입니다.

“인간이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데 털끝만한 것도 모두가 하느님의 힘입니다. 낳으시고 기르시고 도와주시고 보호하시어 인도해 주십니다. 그러니 죽은 후에 받을 상은 그만두더라도 현재 받고 있는 은혜가 이미 무한하여 비할 데 없으니, 우리가 일생을 다하여 어떻게 하느님을 받들어 섬겨드려야만 그 만분의 일이라도 보답할 수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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