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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7) 순종한 여인의 마지막은 영광 / 손용환 신부

복음생각

by 巡禮者 2010. 10. 8.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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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생각] (687) 순종한 여인의 마지막은 영광/ 손용환 신부

성모 승천 대축일 (루카 1,39-56) : 성모 승천
발행일 : 2010-08-15 [제2709호, 10면]

- 성모 승천. 티치아노 作 (1516-18)
티치아노(Tiziano, 1488-1576)는 베네치아의 르네상스를 이끈 화가입니다. 그는 1516년에 산타 마리아 데이 프라리 성당의 제단화를 의뢰받았습니다. 그는 2년여에 걸쳐 생기 넘치는 색과 빛으로 〈성모 승천〉을 그렸습니다. 결국 이 작품은 1518년 5월 19일에 제막되었고, 그 결과 베네치아 최고의 화가로 등극했습니다. 비평가 루도비코 돌체(Ludovico Dolce, 1508-1568)는 이렇게 평가했습니다. “이 작품에는 미켈란젤로의 위대함과 경이로움이 있고, 라파엘로의 아름다움과 즐거움이 있으며, 자연의 진정한 색채가 있습니다.”

야코부스 데 보라지네(Jacobus de Voragine, 1228-1298)가 쓴 〈황금전설〉에는 마리아의 마지막 지상생활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사무치는 마음이 마리아의 흉중을 사로잡습니다. 먼저 하늘에 오르신 예수님 생각 때문입니다. 그 순간 마리아는 천사를 목격했습니다. 천사는 손에 들고 있던 종려나무 가지를 마리아에게 건네줍니다. 임종의 순간이 다가온 것입니다. 마리아는 천사에게 두 가지를 부탁했습니다. 제자들을 보았으면 좋겠다는 소망과 사탄이 당신의 영혼에 근접하지 않도록 해 달라는 소망이 그것이었습니다. 그 소망대로 요한을 비롯하여 제자들이 구름을 타고 마리아의 집에 도착했습니다. 마리아는 죽었고, 죽은 지 사흘 만에 몸과 영혼이 천사의 보호를 받으며 하늘나라로 올라갔습니다.”

티치아노는 그 광경을 관례적 표현방식으로 그렸습니다. 아래에는 열린 무덤과 제자들이 있고, 중앙에는 떠오르는 성모 마리아가 있으며, 위에는 열린 하늘이 있어 모든 천사들과 하느님이 계십니다. 그러나 금색과 붉은색으로 그린 충만한 화면은 티치아노만이 그릴 수 있는 색채의 향연입니다. 바로 이 화려한 색채를 통해 그는 천상의 아름다움을 표현했습니다.

성모 마리아는 화려하고 밝은 금빛에 둘러싸여 승천하십니다. 크게 펼친 두 팔과 상기된 얼굴 표정은 승천의 기쁨을 대변합니다. 특히 성모의 베일과 옷은 아름다운 율동미를 보이며, 상승하는 순간의 역동성을 실감나게 해줍니다. 그분은 가난한 마음을 상징하는 청록색 베일과 하느님에 대한 열렬한 사랑을 상징하는 붉은색 옷을 입고 하늘로 오릅니다. 가난한 마음이 하느님에 대한 사랑과 결합할 때, 천국 문이 열림을 말해주듯이 말입니다.

아기 천사들은 성모 마리아의 승천을 도우면서 송가를 부릅니다. 축복 속에서 마리아의 얼굴은 천상을 상징하는 원형의 중심에 있습니다. 천상에서는 하느님께서 두 팔을 벌려 마리아를 받아들이십니다. 그분은 사랑스런 눈빛으로 마리아를 응시하십니다. 천상은 모두 금빛 광휘에 싸여 있습니다. 금빛은 하느님의 영광을 더욱 빛내고 있습니다. 하느님 곁에서 대천사가 하늘의 여왕이 되실 마리아를 위해 왕관을 준비합니다. 하느님께 순종한 여인의 마지막이 영광인 게 모든 이에게 위안이 됩니다.

그림 하단은 지상인데 열두 사도가 보입니다. 이들의 몸짓은 성모 마리아를 우러르며, 그분은 따르겠다는 약속처럼 보입니다. 베드로는 무릎을 꿇고 성모 마리아를 바라보며 간절히 기도합니다. 요한은 어머니와의 이별을 슬퍼하듯 옷깃을 여미고 눈물을 글썽이며 그분을 바라봅니다. 예수님의 부활을 의심했던 토마스는 손가락으로 그분을 가리키며 승천을 확인합니다. 어떤 사도는 두 팔을 크게 벌려 몸을 그분께로 향하고, 어떤 사도는 겉옷을 벗어젖히며 마리아의 뒤를 따르려고 합니다. 어떤 사도는 가슴에 두 손을 모으며 승천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어떤 사도는 자기를 위해 빌어달라며 그분을 향해 두 손 모아 기도합니다. 이것으로 제자들도 천국을 그리며 주님을 찬미하는 것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이 그림은 기쁨과 환희에 찬 순간을 화려한 색채로 표현함에도 불구하고, 고요하고 차분한 명상적 분위기가 감돌고 있습니다. 천국을 그리는 사람들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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