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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두완이 바라본 오늘의 세계

복음생각

by 巡禮者 2010. 7. 27.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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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두완이 바라본 오늘의 세계

발행일 : 2000-08-13 [제2213호]

역사에 남는 대통령이 되겠다?

김대중 대통령이 집권 후반기에 접어들었다. 반환점을 돌아 종착역을 향해 발을 내디딘 셈이다. 마라톤 선수가 반환점을 돌면 끝까지 완주하기 위해 숨을 고르고 힘을 조절하면서 기록에도 신경을 쓰는 것처럼 김대중 정부도 이제 역사를 생각할 때가 됐다. 당연히 달려온 2년 반의 평가와 달려갈 2년 반의 각오를 물어야 할 시점이다. 지금까지 김대통령이 국민으로부터 얻은 점수는 아주 후하다. 대다수의 국민이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개인 점수는 70점이 넘으니 말이다. 특히 남북 관계의 획기적 개선과 경제위기 극복에 대한 평가가 대단히 긍정적이고 적극적이다. 당연히 이 분위기는 앞으로도 지속되는 게 바람직하다. 그러나 국민의 정부 출범 이후 지난 2년 반에 걸친 국정운영의 평가는 심히 엇갈리고 있다. 남북정상회담 성사와 외환위기 극복이라는 성과에도 불구하고 소수정권이라는 태생적 한계에서 파생된 여야관계의 경색, 집단이기주의의 분출, 개혁 피로증, 일부 지도층의 도덕적 해이 등 혼란과 시행착오도 적지 않았다. 그래서 집권 후반기에 접어든 김대통령은 지금 정치 경제 사회면에서 심각한 도전을 맞고 있는 것이다. 무엇 때문일까? 상식적인 얘기지만 무게 중심이 얕은 배는 조그마한 파도에도 쉽게 흔들리기 마련이다. 권력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정권의 무게중심이 얕을수록 안정된 국정운영을 할 수가 없고, 조그마한 충격에도 정부가 흔들리게 된다.

정부부처와 장관들과 공직자들 그리고 집권당이 정부와 일체감을 갖고 국민적 관심이 높은 주요 정책 현안의 해결을 위해 그야말로 몸바쳐 뛰고 그 결과로서 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높아질 때, 권력의 무게 중심은 깊어지게 된다. 그러나 불행히도 김대중 정부는 권력의 무게중심이 얕아지는 국면을 맞고 있다. 대통령은 여전히 개혁의 완수를 강조하지만 국민들은 정책 혼선에 시달리며 오히려 무엇을 위한 개혁인가, 누구를 위한 개혁인가라고 되묻고 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일부에서 우려하듯 벌써 레임덕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일까? 공직 사회에서조차 민감한 정책에 소신을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거나 심지어 다음 정권을 염두에 두고 승진을 극구 사양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청와대 고위 당국자들까지 나서 "DJ정부에서 레임덕은 없다" 고 강조하는 모습에서 오히려 초조한 인상이 풍겨지기도 한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사태에서 김대통령이 보인 대응이나 처방도 전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정치도 티격태격, '현대' 도 우왕좌왕, 의약분업도 지리멸렬, 그리고 안보도 실종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김대통령의 집권후반기를 열어갈 내각의 면모를 보면 거기에는 진취적이고 도전적 이며 무엇인가 해보겠다는 의지가 엿보이지를 않는다. 이곳저곳에서 눈에 띄는 것은 도덕적 해이 뿐이다. 새경제팀은 집권 후반기 경제정책의 두가지 키워드를 개혁의 완수와 새로운 도약으로 잡았다. 그 토대 위에 시장경제 시스템 정립, 새로운 성장 동력 창출, 생산적 복지, 남북 경협 등 4개 분야 100여 가지의 핵심과제를 설정했다. 또 세계 10대 지식정보 강국진입, 1인당 국민소득 1만5000달러 달성이란 슬로건도 내걸었다. 과중한 정책목표일 수 밖에 없다. 그동안 수많은 국정목표 제시와 '제2의 건국' 이라는 식의 슬로건은 어떻게 되었는가!

정책목표 중 제대로 완성된 것이 몇 개나 되느냐는 데는 회의적일 수 밖에 없다. 캠페인과 여론조사의 정치에 맴돈다는 지적도 있었다. 우선 김대통령과 국민의 정부는 '업적주의' 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무엇이든 다 이뤄내고 모든 부문에서 국민과 역사로부터 갈채를 받겠다는 것은 과욕이다. 더욱 심각해진 경제위기감, 긁어 부스럼 낸 꼴인 의약분업, 부진하기 짝이 없는 공공부문 개혁, 심화된 지역갈등, 남북관계의 순조로운 연착륙, 그리고 정부에 대한 신뢰회복 등 집권 후반기를 맞아 풀어야할 장단기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어느 것 하나 만만한 게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국정 2기에 들어선 DJ정권이 당면한 일차적 과제는 실종된 정치를 복원시키는 일이다. 정치개혁, 정치안정 없이 경제안정은 없다. 과욕을 버리고 절반의 성공에 그친 전반기의 성과를 유지하면서 나머지 절반의 성공을 이뤄낼 때다. 정권재창출의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노벨평화상은 받고 싶다고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

봉두완이 바라본 오늘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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