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30일 서강대에서는 김수환 추기경과 '쌈장' 이라는 ID로 유명한 컴퓨터 프로게이머 이기석씨의 화상대화가 있었다. 미수를 바라보는 추기경 할아버지와 요즘 N세대를 대표하는 20대 젊은이의 이야기. 과연 어떤 내용이 오고갈지, 대화는 가능할지 의문이 들었다.
그러나 신세대와 미디어를 이해하려는 김수환 추기경의 열린 마음과 쌈장의 솔직함으로 40여분의 화상대화는 컴퓨터세대와 만년필세대간 이해의 폭을 좁혀가며 때로는 폭소를 터뜨리기도 하고 때로는 진지하게 진행됐다.
김추기경과 쌈장의 이번 화상대화는 서강대와 한국아벡스연구소가 디지털시대, 사이버시대에 발맞추어 일선 사목자와 종교관계자 들을 위해 매년 마련하고 있는 '사이버시대 종교지도자' 양성과정 프로그램 중에 하나였다.
정보화시대에 걸맞는 종교지도자를 양성하겠다는 이같은 노력은 한발짝 느린 한국교회의 정보화를 위해서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에 가톨릭 최고의 종교지도자인 김수환 추기경이 함께 했다는 것은 교회를 이끌어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그 필요성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준 것이라고 본다.
이번 프로그램에 참석한 50여명의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들은 수도회내에 시대에 부응하는 시스템을 이용하기 이해, 오늘날 종교매체가 갖는 영향과 현재의 모습을 조명하기 위해, 사이버시대 적극적인 선교를 시도하려고, 점차 줄어드는 중·고등부 청소년들에게 새로운 프로그램을 제공하기 위해서… 라며
다양한 참가동기를 밝혔는데 이런 문제점들의 해결이 교회 정보화를 앞당길 수 있는 작은 발판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정보의 격차가 빈부의 격차를 낳고 있는 오늘날 이같은 현실에서 젊은 사목자와 교회 관계자들이 어느 정도 관심을 갖고 변화에 대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에 앞서 더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연로한 문자세대 사목자들이 정보화사회를 이해하고 교회 안에서 이를 어떻게 수용하느냐 하는 것이다.
급속하게 변해가는 오늘날 추기경 할아버지와 주교 할아버지들이 컴퓨터와 친하게 지내며 정보화 마인드를 갖고 있다는 것은 교회 안의 많은 할아버지 사목자들이 디지털시대를 수용하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