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4학년이나 되면서 왜 (밥을)못챙겨 먹어?'""집에 냉장고도 있는데 밥을 왜 굶느냐?" 전남 지역에 있는 한 무료 급식지원 민간단체에 나오는 26명의 초등학생들이 지난 7월 결식아동 실태조사를 한다며 찾아온 군청.읍사무소 공무원들로부터 들었 다는 말이다. 국민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으며 소외된 이들의 손과 발이 되어주어야 할 공무원들이 영문도 모르는 아이들 에게 쏟아낸 말들은 염치깨나 있는 어른이나 따뜻한 이웃의 배려가 아니었다.
쌀은 있어도 가스가 떨어져 불조차 피울 수 없는 소녀가장, 냉장고는 있으나 얼마 안되는 전기료조차 못내 전기가 끊긴 아이…. 그런 아이들을 앞에 둔 어른 들은 아무 조심성도 없었다. 아이 앞이라서 그런지 최소한의 예의도 차리지 않은 공무원들의 몰염치는 아이들에게 크나큰 상처만 남겼다.그렇게 하면서 방학 중 급식지원 대상자를 알아갔건만 아이들은 방학 내내 아무 지원도 받지 못했다. "왜 밥을 굶느냐. 도너츠라도 사먹지"라는 공무원의 말은 서글프기까지 하다. 교육부가 파악한 전국의 결식아동수는 모두 16만4000명, 대통령의 특별지시에 따라 보건복지부가 긴급지원을 위해 파악한 숫자만도 2만2000여명이다. 그나마 복지부의 숫자는 일주일만에 집계해낸 숫자여서 정부의 발빠른 노력을 칭찬해야 할 지 난감하게 만드는 수치다. 그러나 정작은 IMF 이후 가정의 붕괴로 결식아동의 수가 급증 했으나 정부의 공식적인 통계가 3년이 지난 지금도 없다는 현실이 더욱 난감하다.
IMF가 극복됐다고 하는 요즘에도 결식아동의 수는 줄어 들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한 사람의 가난은 그 사람의 책임이 아니라 그 사회의 책임'이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이런 말에서 너무 비껴 서있는 듯하다. "휴일에는 굶어야 하나요?" 결식 아동에 대한 정부의 휴일 급식 지원정책이 나오고 반년이 지나도록 아무 일도 하지 못하고 있는 어른의 한사람으로 이런 아이들의 목소리를 듣고 서있는 자신이 부끄럽다. 어른들이 준 상처 때문에 급식도 마다하고 굶겠다는 아이들이 적잖다는 소식은 부끄러움을 넘어서 우리가 딛고 선 현실을 아프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