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 빠진 갈라티아인 ‘믿음’ 강조
분열 조장 율법주의에 전면전 선포
갈라티아서는 바오로 사도가 54년경 쓴 편지다. 바오로 사도가 3차 전도여행 중인 시점이다. 갈라티아서에서 바오로 사도가 강조하는 것은 ▲믿음과 ▲이웃사랑이다.
조금만 눈썰미가 있는 사람은 여기서 이상한 점이 있다는 것을 눈치 챌 수 있을 것이다. 분명 예수는 우리에게 ▲하느님에 대한 사랑과 ▲이웃 사랑을 말했다.
“네 마음을 다하고 네 목숨을 다하고 네 힘을 다하고 네 정신을 다하여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하고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루카 10, 27; 마르 12, 29~31; 마태 22, 34~40 참조)
그런데 바오로 사도는 “사랑하라”고 하지 않고 “믿어라”라고 말한다(갈라 2장 참조). 왜 그럴까.
바오로 사도는 제 3차 전도여행 중에 갈라티아 신자들이 분열되어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분열을 어떻게든 막기 위해 지금 이 편지를 쓴 것이다.
분열은 지금 여기서도 늘 일어나고 있다. 지금도 많은 본당에는 레지오마리애파가 있고, 꾸르실료파가 있고, ME파가 있고, 성령기도회파가 있다. 이런 저런 단체에 가입하지 않는 신자들도 “난 본당신부파” “난 수녀님파”한다.
이 모든 문제는 왜 생길까. 바로 하느님 사랑은 둘째치고, 하느님께 대한 믿음 그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갈라티아서 1장을 읽어보자.
“그리스도의 은총 안에서 여러분을 불러 주신 분을 여러분이 그토록 빨리 버리고 다른 복음으로 돌아서다니,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실제로 다른 복음은 있지도 않습니다.”(갈라 1, 6~7) 오직 하나밖에 없는 복음을 믿어야 한다는 말이다.
당시 상황 속으로 좀 더 깊이 들어가 보자. 바오로 사도는 갈라티아 지방에 가서 열심히 예수님을 전하고 교회를 세웠다. 그리고 다른 지방으로 전도 여행하기 위해 갈라티아를 떠났다.
그런데 바오로 사도가 없는 사이에 이 지방에 유다인 그리스도교 신자들(유다인으로서 그리스도를 믿는 신자)이 들어왔다. 그들은 갈라티아 신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복음만 믿어서는 구원을 받을 수 없다. 우리들처럼 율법을 함께 지켜야 구원을 받을 수 있다.”
갈라티아 신자들은 혼란에 빠졌다. 예수님도 유다인이 아닌가. 유다인들은 신앙의 본토에서 온 사람들로서 갈라디아 신자들에게 “율법을 지켜야 한다”고 말하니 헷갈리지 않을 수 없다. “전에 왔던 바오로 사도는 그런 말씀 없으셨는데요”라고 말해 보았지만 유다인들은 막무가내다.
결국에는 몇몇은 율법은 지키고 몇몇은 지키지 않는 분열상황이 왔다. 지금 우리도 이런 경험을 많이 한다. 하느님 믿고 열심히 따르는데 갑자기 어떤 사람이 다가와 “그것만해서는 안 된다. 이것도 해야한다”고 말하곤 한다.
혼란에 빠진 갈라티아인들에게 바오로 사도는 단호히 말한다. “복음은 하나다.”(갈라 1, 6~10 참조) 이 문제에 대해 바오로 사도가 얼마나 단호했는지는 “우리는 물론이고 하늘에서 온 천사라도 우리가 여러분에게 전한 것과 다른 복음을 전한다면, 저주를 받아 마땅합니다.”(갈라 1, 8)라는 글에서 알 수 있다.
바오로 사도는 이어 자신의 말(복음은 오직 하나)을 설득하기 위해 자신이 전하는 복음은 사람이 만들어낸 복음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한다.
“내가 전한 복음은 사람에게서 비롯된 것이 아닙니다. 그 복음은 내가 어떤 사람에게서 받은 것도 아니고 배운 것도 아닙니다.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계시를 통하여 받은 것입니다.”(갈라 1, 11~12)
그리고 자신도 유다인으로서 누구보다 열심히 율법을 지켰다고 말한다.(갈라 1, 14 참조) “그랬던 내가 이렇게 복음을 전하는데, 내 말 좀 믿어 달라”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주장하는 바를 직설법으로 말한다.
“사람은 율법에 따른 행위가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으로 의롭게 된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율법에 따른 행위가 아니라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으로 의롭게 되려고 그리스도 예수님을 믿게 되었습니다. 어떠한 인간도 율법에 따른 행위로 의롭게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갈라 2, 16)
예수님은 하느님에 대한 사랑과 이웃사랑을 강조했다. 그런데 지금 중요한 것은 하느님 사랑은 둘째치고 믿느냐 믿지 않느냐는 문제가 대두된 것이다.
바오로 사도는 드디어 이 율법과의 전면전을 선포한다.
정영식 신부〈수원교구 영통성령본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