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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필리피 신자들에게 보낸 서간(3)

성경자료

by 巡禮者 2010. 8. 2.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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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필리피 신자들에게 보낸 서간(3)

 

인간 되신 그리스도의 겸손 본받고

악습 버리고 하늘 시민으로 살아야

“여러분이 그리스도 안에서 격려를 받고 사랑에 찬 위로를 받으며 성령 안에서 친교를 나누고 애정과 동정을 나눈다면, 뜻을 같이하고 같은 사랑을 지니고 같은 마음 같은 생각을 이루어, 나의 기쁨을 완전하게 해 주십시오. 무슨 일이든 이기심이나 허영심으로 하지 마십시오. 오히려 겸손한 마음으로 서로 남을 자기보다 낫게 여기십시오. 저마다 자기 것만 돌보지 말고 남의 것도 돌보아 주십시오.”(필리 2, 1~4)

참으로 아름다운 말씀이다. 이 성구를 분석해 보면 이렇다.

바오로 사도가 필리피 신자들에게(오늘날 우리들에게) 묻는다. 당신들은 과연 그리스도로부터 사랑의 위안을 받고 있는가? 그리고 성령의 감화 속에서 서로 친교를 나누고 있는가? 서로 아끼고 사랑하며 애정을 나누며 동정하고 있는가? 만약 그렇다면(신자라면) 사랑을 나누며 마음을 합쳐서 하나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무엇이 필요할까. 겸손한 마음을 지녀야 한다. 다른 사람이 나보다 더 낫다고 생각해야 한다. 내 것만 챙기지 말고 남의 것을 챙겨야 한다. 이 말은 스무 살이면 깨달아야 하는 평범한 진리다. 20대가 되면 상대방이 나보다 낫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20대가 된 후에도 상대방이 낫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면 그 인생은 불행하다. 아직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런 불행 속에서 살아가는 모습이 안타깝다.

우리는 왜 겸손해야 하는가. 바오로 사도는 바로 다음 구절에서 그리스도를 그 기준으로 제시한다. 유명한 구절인 만큼 암기해 두는 것도 좋다.

“그분께서는 하느님의 모습을 지니셨지만 하느님과 같음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않으시고 오히려 당신 자신을 비우시어 종의 모습을 취하시고 사람들과 같이 되셨습니다. 이렇게 여느 사람처럼 나타나 당신 자신을 낮추시어 죽음에 이르기까지, 십자가 죽음에 이르기까지 순종하셨습니다.”(필리 2, 6~8)

숨소리도 안 나게 일 하셨던 것이 예수 그리스도의 방법론이다. 예수의 사목방법론은 숨소리조차 나지 않게 하는 것이다. 예수는 중요한 일 대부분을 산 속이나 외진 곳에 가서 했다. 열두 제자를 뽑을 때도 산 속에 가서 기도하면서 뽑는다. 마지막 십자가 죽음을 앞두고서도 겟세마니 동산에서 혼자 깊은 기도를 했다. 공생활 직전에도 광야로 가서 40일 동안 기도한다.

하지만 우리의 방법론은 다르다. 작은 일 하나 하면서도 앞서기를 좋아한다. 이런 행동은 예수의 방법론, 행동과 거리가 멀다. 큰 소리 내며 하는 행동 중 대부분은 하느님의 뜻과 거리가 멀다. 하느님의 일은 조용히 진행된다. 중요한 일은 소리를 낮춰야 한다. 그래서 중요한 일은 성체조배실에 가서 순종하는 마음으로 결정을 내려야 한다.

더 나아가 바오로 사도는 이어지는 3장에서 신자들이 어떤 마음가짐으로 공동체를 이뤄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말하고 있다. 바오로 사도가 말하는 진정한 구원의 길은 무엇일까. 가장 먼저 나오는 말이 사뭇 험악하게 들린다.

“개들을 조심하십시오.”(필리 3, 2)

스스로 잘났다고 생각하며 거짓 주장을 하는 사람을 조심하라는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서로 내가 잘낫다고 하면서 잘난 척 하는데, 사실 바오로 사도도 세속적으로 볼 때 잘난 사람 중 한 사람이었다. 이스라엘 민족으로 벤야민 지파 출신이고, 히브리 사람에게서 태어난 히브리 사람이며, 율법으로 말하면 바리사이였다. 율법에 따른 의로움으로 말한다면 사실 흠잡을 데 없는 사람이었다.(필리 3, 5~6 참조)

하지만 바오로 사도는 “나에게 이롭던 것들을, 나는 그리스도 때문에 모두 해로운 것으로 여기게 되었다”(필리 3, 7)고 고백한다. 그리고 “그리스도 때문에 모든 것을 잃었지만 그것들을 쓰레기로 여긴다”(필리 3, 8)고도 했다.

우리는 그리스도로 인해 새로운 길을 알게 됐다.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 잘못됐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다면 우리가 걸어가야 할 길은 명백해 졌다.

바오로 사도가 거듭 강조해 말한다.

“나는 내 뒤에 있는 것을 잊어버리고 앞에 있는 것을 향하여 내달리고 있습니다. 우리가 어디에 이르렀든 같은 길로 나아갑시다. 지금도 눈물을 흘리며 말하는데, 많은 사람이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원수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하늘의 시민입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구세주로 오실 주 예수 그리스도를 고대합니다.”(필리 3, 12~21 참조)

다시 읽어보면서 느끼지만, 필리피 신자들에게 보내는 서간은 그 분량은 짧지만 참으로 아름다운 서간이다.

정영식 신부 <수원교구 영통성령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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