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린토 교회 머물며 전교 목적 집필
바오로 사도 열정, 신학 집약된 서간
드디어 로마서다. 로마서는 바오로 사도의 신학 결정판으로 불린다. 로마서는 동시에 지금까지 살펴본 바오로 사도가 쓴 편지 중 가장 마지막에 쓴 글이기도 하다. “콜로새 신자들에게 보낸 서간, 에페소 신자들에게 보낸 서간, 티토에게 보낸 서간 등도 모두 바오로 사도의 이름이 있는데 무슨 말이냐”고 반문할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콜로새와 에페소, 티토 등의 서간도 모두 바오로 사도가 쓴 것으로 되어있다. 하지만 이 서간들은 바오로 사도의 이름만 빌린 일명 가명 편지다. 친서가 아닌 것이다. 바오로 사도가 워낙 유명했기 때문에, 저자가 자신을 낮추고 바오로 사도를 높이기 위해 바오로 사도의 이름을 빌려온 서간들이다.
그래서 로마서는 바오로 서간 중에서도 특별한 위치를 차지한다. 친서 중 가장 마지막에 작성된 만큼 바오로 사도가 모든 정열을 쏟아 부어 자신의 신학을 정립해 작성한 서간이다. 따라서 어떤 이들은 이 서간을 단순한 서간이 아니라 신학 논문으로 봐야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일부 성당과 개신교에서 성경 암송 대회를 열거나 성경 교육을 할 때 로마서에 가장 먼저 접근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로마신자들에게 보낸 서간은 지금까지 살펴본 다른 서간들과는 내용상으로도 조금 성격이 다르다. 다른 서간은 그 교회에 문제가 발생해 문제에 대응하거나, 자신이 처한 상황을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저술된 것이다. 하지만 로마서는 순전히 전교 목적으로 저술됐다.
바오로 사도의 1·2·3차 전도 여행은 45년부터 58년까지 총 13년이라는 긴 시간이 소요됐다. 마지막 전도 여행인 3차 여행을 마칠 즈음인 57년 말부터 58년 초까지 약 3개월 동안 바오로 사도는 코린토 교회에 머물게 되는데 이때 작성한 것이 바로 로마 신자들에게 보낸 서간이다.
다니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일생을 바쳐 전교 여행을 한 바오로 사도. 이제 그도 늙었다. 몸도 많이 약해졌고, 이곳저곳 아픈 곳도 많다. 교통편이 제대로 없는 당시에 13년 동안 걸어서 전교 여행을 다녔다고 생각해 보라. 아무리 건장한 남성이라도 몸이 만신창이가 될 것이다. 할아버지가 된 바오로 사도가 이제 마지막 열정을 모두 불사르며 로마인들에게 서간을 쓰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이상한 점이 또 하나 발견된다. 바오로 사도는 편지를 쓰는 지금 이 순간까지 로마를 방문한 일이 없다. 그런데 로마에 교회가 설립되어 있다는 것이 이상하지 않는가. 물론 다른 사도들이 로마에 갔다는 흔적도 발견하기 어렵다.
그런데 어떻게 로마에 교회가 세워져 있었을까. 사도행전에 보면 성령강림 후(교회 창립 후) 베드로 사도 설교때 로마에서 온 사람들이 그 곳에 있었다는 기록이 있다. 아마도 이 때 로마에서 온 이들이 베드로의 설교를 듣고 돌아가 신앙을 전했을 가능성이 있다.
또 당시 로마는 시리아와 마케도니아 등 근동 아시아 지역들과 활발한 교류를 하고 있었다. 당시로선 로마가 세계의 중심이었다. 따라서 로마의 신자들이 다른 여러 아시아 교회와 교류를 하고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 로마가 세계의 중심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로마에 교회가 세워져 있었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는지도 모른다.
그럼 바오로 사도는 왜 로마에 편지를 썼을까. 바오로 사도는 로마에 꼭 한번 가려고 했다. 그 이유는 두 말할 필요로 없다. 당시 세계의 중심이었던 로마를 복음화 시켜야 세계가 복음화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오로 사도는 여러 이유로 로마를 방문하지 못했다. 결국 지금에 와서야 방문하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며 편지로 전교를 하고 있는 것이다. 성서학자들은 바오로사도의 로마서 집필 목적 중에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전교 의지도 있었다고 말하고 있다.
유럽의 서쪽 끝인 스페인과 포르투갈에 전교하기 위해 로마를 반드시 거쳐야 하는데 그 때를 대비해 로마교회의 도움을 요청하는 뜻이 로마서에 보인다는 것이다.
우리가 당시 로마인이라고 생각해 보자. 그리스도는 이미 30여 년 전에 돌아가셨다. 찾아오는 사도도 없다.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려고 하지만, 과연 그리스도가 누구인지, 또 하느님이 어떤 분인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그런데 우리들 앞에 소중한 편지 한 통이 도착했다. 바오로 사도가 보낸 편지다. 이제 그 편지를 떨리는 마음으로 한 줄 한 줄 천천히 읽어본다.
정영식 신부〈수원교구 영통성령본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