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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세속의 신을 벗어 던지자/배광하 신부

복음생각

by 巡禮者 2010. 7. 30.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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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세속의 신을 벗어 던지자/배광하 신부

사순 제3주일 (루카 13, 1~9) : 회개하지 않으면 멸망한다
발행일 : 2007-03-11 [제2540호, 6면]

- 받아들이는 삶 -

인생의 온갖 불만

똑같은 여건인데도 그것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는 반면, 언제나 부정적으로 받아들여 투정을 부리고 불평불만 속에 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우스갯소리 이지만 가끔 저희 피정의 집에 오시는 분들에게 이렇게 말씀 드리곤 합니다.

“징징 거리는 사람들은 죽을 때도 징징 거립니다. 그런 사람들은 평생소원이 ‘징’이었기 때문에 죽을 때 관속에 ‘징’ 하나씩을 넣어 주어야 합니다. 죽어 관속에서 누구에게도 징징거릴 수 없으니 혼자서 ‘징’이라도 치게 말입니다.”

이 같은 불평불만의 모습만 보이다 끝내 약속의 땅에 들어가지 못했던 본보기는 광야의 이스라엘 백성들이었습니다. “여러분은 투덜거리지 마십시오. 그들은 파괴자의 손에 죽었습니다. 이 일들은 본보기로 그들에게 일어난 것인데, 세상 종말에 다다를 우리에게 경고가 되라고 기록되었습니다.”(1코린 10, 10)

실로 이스라엘 백성들은 지옥같은 이집트 종살이에서 놀라운 은총으로 자신들을 해방시켜 주신 하느님의 은혜를 너무도 쉽게 잊어버렸습니다. 그리고 정화의 과정이었던 광야의 고달픔을 조금도 참지 못하고 끊임없는 불평불만 속에서 살았습니다.

“누가 우리에게 고기를 먹여 줄까? 우리가 이집트 땅에서 공짜로 먹던 생선이며, 오이와 수박과 부추와 파와 마늘이 생각나는구나. 이제 우리 기운은 떨어지는데, 보이는 것은 이 만나뿐, 아무것도 없구나.”(민수 11, 4~6)

우리 또한 인생의 광야에서 여러 시련의 과정들을 겪어야 합니다. 시련 없이 인생을 살아간 이들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러나 그 같은 시련 중에서 우리는 오늘 독서의 모세와 같이 하느님 은총의 말씀을 듣습니다.

주님께서 몸소 우리의 애달픈 울부짖음의 소리를 들으셨다는 위로의 말씀을 말입니다. 그러나 어떤 이들은 귀 막고 눈을 감아 버려 그 말씀과 자비의 얼굴을 볼 수 없어 늘 불평불만 속에서 자학의 탄식만 쏟아낼 뿐입니다.

오늘 하느님께서는 광야의 호렙산 타는 떨기나무에서 모세를 부르십니다. 그리고 그에게 신을 벗을 것을 명령하십니다. 모름지기 사람은 하느님의 거룩한 땅에 들어 서기 위해서 세속의 신을 벗어야 하는 것입니다.

나를 지켜주고 내가 굳건히 땅위에 서 있을 수 있도록 만들어 주었다고 생각하는 세속의 신을 벗어야 하느님 땅에 들어갈 수 있는 것입니다. 그 나머지는 하느님께서 알아서 준비해 주십니다. 인내와 믿음을 가지고 하느님 은총과 자비를 기다려야 합니다.

올해만 그냥 두십시오

성경을 공부하는데 있어 아주 중요한 명제중 하나는 ‘인간의 진보와 함께 진보하시는 하느님’ 입니다. 인간이 깨닫지 못하여 느리게 간다하여 결코 하느님께서 당신 혼자 앞질러 가시지 않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인간이 스스로 깨닫도록 기다려 주시는 분이십니다. 아무리 인간에게 회복될 기미가 없어도, 진흙 구덩이에 구르고 있어도 애타하시며 기다려 주시는 분이십니다.

마치 오늘 복음의 포도 재배인처럼 열매 맺지 못하는 무화과나무를 끝내 잘라 버리지 않고 또다시 열매를 맺도록 거름을 주는 모습을 보이십니다.

(루카 13, 6~9 참조) 또한 탕자의 비유에서처럼 하느님께서는 작은 아들이 뻔히 잘못된 길을 걸어 아버지의 재산을 탕진하여도 하염없이 기다리고 또 기다려 주시는 아버지 같은 분이십니다.(루카 15, 11~32 참조)

그리스도교는 시작부터 기다림의 종교로 출발하였습니다. 하느님 구세주 약속(창세 3,15 참조)의 첫 기다림에서부터 예수님 승천 후 재림 약속의 기다림까지, 그 시작과 끝은 기다림입니다. 그런데 그냥 넋 놓고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하루하루를 충실히 살아가며 기다려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할 때 오늘 모세에게 일러주신 하느님의 존귀하신 존함인 “야훼”, “나는 있는 나다”(탈출 3, 14) 라고 하신 그 하느님께서도 우리 곁에 늘 존재하실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그냥 계시는 분이 아니시라 매일을 우리 곁에서 우리를 책임져 주시는 분이십니다. 그러면서 우리가 당신께로 끊임없이 돌아오기를 기다리십니다.

하느님께서는 그토록 우리가 회개하여 돌아오기를 기다리시는데, 우리는 우리에게 잘못한 이들을 얼마나 기다려주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할 것입니다.

사실 성경의 용서받은 많은 인물들도, 교회 역사상 그릇된 자신의 길을 돌이켜 용서를 체험하였던 성인 성녀들도 기다려 주셨던 하느님을 만나고 이웃들에게 그렇듯 기다림과 용서의 삶을 사셨던 분들이셨습니다.

사순절, 진정한 회개는 용서와 기다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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