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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2) 평화가 너희와 함께!/ 최인각 신부

복음생각

by 巡禮者 2011. 5. 27.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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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생각](722) 평화가 너희와 함께!/ 최인각 신부

부활 제2주일 (요한 20, 19-31) 자비와 사랑을 실천하는 삶
발행일 : 2011-05-01 [제2744호, 10면]

 

예수님의 자비와 사랑 안에서 부활 팔부 축제를 잘 지내셨으리라 믿습니다. 오늘은 부활 제2주일로,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을 기억하는 ‘하느님의 자비 주일’입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나타나시어, “평화가 너희와 함께!”라는 인사를 세 번 하십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평화가 너희와 함께!”라고 첫 번째 하신 인사는 제자들이 두려워 문을 모두 잠가 놓고 떨고 있을 때 하신 것입니다. 제자들이 두려웠던 이유는, 자신들의 스승이시며 주님으로 모셨던 예수님이 죽을 죄인으로 몰려 십자가에서 처참하게 사형을 당했고, 조금 있으면 군사들이 들이닥쳐 자신들 역시 체포되어 예수님과 같은 처형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몇몇 사람은 예수님이 다시 살아나셨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예수님의 유령을 보았다고 하기에 제자들은 무서울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나타나시어, 평화의 인사를 나누시며, 당신의 두 손과 옆구리를 보여주십니다. 제자들은 다시 살아 돌아오신 예수님을 만난 것과 그분이 유령이 아니라는 것에 매우 기뻐합니다. 복음의 저자는 “제자들은 주님을 뵙고 기뻐하였다”라고 표현합니다. 예수님의 평화의 인사는 제자들에게 더없이 큰 기쁨의 선물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 두 번째로 “평화가 너희와 함께!”라고 인사하십니다. 이를 가만히 묵상해보면,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얼마나 인자하시고 자비하신지를 알 수 있습니다. 예수님을 다시 만나 기뻐했던 제자들은 부활하신 예수님 앞에서 더없이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었을 것입니다. 제자들은 스승이시며 주님이신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지고 골고타 산에 오르시고,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실 때 함께하지 못하고, 심지어 예수님의 제자임을 부인하거나 도망친 전적(前績)이 있었습니다. 제자들은 예수님을 뵐 면목이 없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제자들의 그런 마음을 잘 아시는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의 잘못을 묻지 않으시고, 오히려 “평화가 너희와 함께!”라고 인사하십니다. 그리고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처럼 나도 너희를 보낸다”라고 하시며, 그들의 죄를 묻지 않고, 오히려 사도로 임명하시는 모습을 보여주십니다. 이러한 예수님의 모습에 제자들은 한숨 놓았을 것입니다. 그때,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숨을 불어넣으신 다음, “성령을 받아라. 너희가 누구의 죄든지 용서해 주면 그가 용서를 받을 것이고, 그대로 두면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제자들의 배반과 부인의 잘못을 용서하시고, 또 다른 당신 자신인 성령과 용서의 권한을 선물로 주십니다. 정말 놀라운 선물이며, 은총입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세 번째로 “평화가 너희와 함께!”라고 인사하시는 장면은 더욱더 감동적입니다. 이 인사는 “나는 그분의 손에 있는 못 자국을 직접 보고 그 못 자국에 내 손가락을 넣어 보고 또 그분 옆구리에 내 손을 넣어 보지 않고는 결코 믿지 못하겠소”라고 말하며 완고했던 토마스에게 나타나 하신 말씀입니다. 보통 사람들이라면, 그렇게 믿지 못하는 이를 찾아가 핀잔을 주거나 비난을 하며, 꿀밤을 한 대 때릴 법합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토마스와 제자들에게 다가가 “평화가 너희와 함께!”라고 인자하게 인사하며, “네 손가락을 여기 대 보고 내 손을 보아라. 네 손을 뻗어 내 옆구리에 넣어 보아라. 그리고 의심을 버리고 믿어라”라고 말씀하십니다. 이 말씀을 듣고 의심 많던 토마스는 “저의 주님, 저의 하느님!”하며 무릎을 꿇습니다. 예수님의 부활 목격 현장에 처음부터 없었던 토마스는 이 말씀을 듣고, 두려운 마음,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을 넘어서는 평화를 선물로 받을 뿐만 아니라, 의심을 넘어선 믿음의 선물을 받으며, 행복한 사람으로 변합니다. 토마스의 고백은 단순한 고백이 아닌, 그의 내면 깊은 곳에서 흘러나온 기쁨과 고마움의 고백이었음이 틀림없습니다.

이렇듯 부활하신 예수님은 두려워 떨고 있는 이, 당신을 배반한 이와 의심하는 이를 찾아가시어 평화와 기쁨을 선물로 주시며, 자비와 사랑을 베풀어 주십니다. 오늘 복자품에 오르시는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도 그러한 삶을 사셨습니다.

우리도 부활하신 예수님과 교황님을 본받아 두려워 떨고 있는 이, 죄의식에 빠진 이, 믿지 못하고 의심에 쌓여 있는 이를 찾아가 평화의 인사를 나누며 자비와 사랑을 실천하는 삶을 살도록 노력합시다. 그러면 부활하신 예수님과 교황님과 함께 웃을 수 있지 않을까요?


최인각 신부 (수원가톨릭대학교 학생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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