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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3) 예수님을 믿는 삶의 참맛 / 장재봉 신부예수님의 특별한 계획

복음생각

by 巡禮者 2012. 3. 18.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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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생각 (763) 예수님을 믿는 삶의 참맛 / 장재봉 신부

예수님의 특별한 계획
발행일 : 2012-03-04 [제2785호, 10면]

우리는 사순절 동안 주님께서 고통당하신 십자가 뒤에 숨은 참 진리의 모습, 부활을 기리며 예수님의 수난과 고통에 참여합니다. 그렇지만 우울한, 슬픈, 기운이 빠지는 때는 아닙니다. 맑은 복음의 빛에 지난 삶을 비추어보며 하느님께서 약속해주신 영광을 소망합니다. 감사의 마음을 크게 크게 키우는 복된 기간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산에서 세 가지 일을 이루셨습니다. 첫 번째로는 참된 행복의 진복팔단을 산 위에서 설파하신 일이고 오늘 영광의 변모사건도 산에서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갈바리아 언덕, 십자가 사건입니다.

오늘 복음은 세 사도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그런데 주님께서 그들만 특별대우하신 사실은 쉬이 수긍하기 어렵습니다. 복음서는 그들이 다른 제자들에 비해서 특별히 대단했다거나 모범적이었다고 말하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매사에 설치고 나대던 베드로가 주님께 “사탄아 물러가라”는 호통을 들었다고 전합니다. 그리고 성질 급했던 요한과 야고보도 꾸중을 들은 사실을 기록합니다.

사실 그들의 ‘별 수 없음’은 겟세마니 동산에서 예수님께서 “함께 기도하자”고 청했을 때마저 “자고 있었다”는 점에서 확연히 드러나는데요. 그러고 보니 더욱, 별 수 없고 잘난 것 없는 세 제자를 끝까지 특별히 대우하신 이유가 의문스러워집니다. 예수님께서 그들만 따로 가까이 두시면서 중요한 현장마다 지켜보도록 조처하신 이유를 성경이 알려주지 않으니 알아낼 재간은 없습니다.

다만 변덕스럽고 자기 주장이 강했던 베드로를 교회의 수위권자로 높여 주신 일에서, “천둥의 아들”이라 불릴 정도로 성질 급했던 야고보에게 첫 순교자의 영광을 내리신 점에서 그리고 요한이 사랑의 사도로 자리매김하도록 이끌어주신 사실에서 예수님의 특별한 계획이 계셨다는 것을 헤아리게 됩니다.

또 하나, 영광의 변모사건에서 마음에 콕 집혀오는 것이 있는데요. 그날 그 자리에서 주님을 뵈었던 모세와 엘리야는 똑같이 ‘세상에 무덤이 없는’ 사람이라는 점입니다. 하많은 성인 가운데, 모세와 엘리야를 대표로 뽑아 보내신 하느님께서는 아들 예수를 마침내 부활시킴으로써 이 세상에 무덤이 없으리라는 사실을 예언해 주신 것이라 짐작해 보는데요. 이마저도 그분을 믿는 그리스도인을 향한 약속이라 헤아려져 감격하게 됩니다. 그분께서는 우리를 놓치지 않으시려고 “영으로는 하느님처럼 살게”(1베드 4,6) 지켜주시며 몸소 “온전하게 하시고 굳세게 하시며 든든하게 하시고 굳건히 세워 주실”(1베드 5,10) 계획까지 세우셨으니 감읍할 뿐입니다.

이렇게 그분의 심정을 엿보니, 아직 도래하지 않은 영광에 안주하려는 생각이야말로 절대금물이라는 걸 깨닫습니다. 그리스도의 영광된 모습에만 도취되어 구원의 약속을 마치 구원에 도달한 것처럼 곡해하지 않아야 옳겠습니다. 사실 베드로는 그날 얼마나 정신이 혼미했던지, 예수님과 모세와 엘리야의 초막은 지어드리겠다면서 정작 자신들이 지낼 초막은 묵살하고 있습니다.

따져보면 그분을 위해서, ‘이것을 하겠다’ ‘저것을 해드리겠다’고 장황설을 늘어놓는 우리와 닮은꼴이라 싶은데요. 오로지 생각으로만 말로만 믿음과 사랑을 논하며 그분의 영광만을 탐낸다면 ‘무용지물’이라는 일깨움을 듣습니다. 약속해 주신 영광의 모습에만 흠뻑 취해서 ‘헛된 공상’에 빠지지 않는 삶이야말로 깨어있는 믿음이라는 걸 배웁니다. 그분을 뵙고 그분과 함께 살기 위해서, 무엇보다 먼저 내 형편과 행실을 그분의 뜻에 맞갖도록 가꾸어야한다는 비법을 전수 받습니다.

우리는 그날 베드로도 몰랐던 진리, 수난과 부활의 수순을 깨달은 지혜인입니다. 그분의 애간장을 녹이던 열두 제자보다 월등한 신앙지식을 소유하고 복음의 은총을 누리는 그분의 자녀입니다. 베드로, 야고보와 요한이 대단하고 특출한 사람들이 아니었음에도 성령으로 변화된 사실이야말로 지금 우리들도 모두 성령으로 온전히 변화될 것이라는 희망의 증거라 믿습니다.

사순절은 고행 중에도 고통 가운데서도 기뻐하는 긍정의 힘을 익히는 때입니다. 우리에게는 그리스도를 믿는 특권뿐 아니라 그분을 위해서 고난을 물리치지 않고 수용하는 특권도 주어졌습니다(필립 1,29 참조). 이 맛, 새 사람 된 기쁨과 축복을 누리는 것, 예수님을 믿는 삶의 참맛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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