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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5) 예수님과 입장을 바꿔보세요/ 장재봉 신부

복음생각

by 巡禮者 2012. 3. 18.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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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생각 (765) 예수님과 입장을 바꿔보세요/ 장재봉 신부

사순 제4주일(요한 3, 14-21) 상황 따라 변하는 우리의 믿음
발행일 : 2012-03-18 [제2787호, 10면]

강론을 준비하다 문득, 한창 시편의 글귀에 맛들였던 시절, 오늘 화답송의 137편 마지막 구절에서 소름이 돋았던 기억이 났습니다.

“행복하여라, 네가 우리에게 행한 대로 너에게 되갚는 이! 행복하여라, 네 어린것들을 붙잡아 바위에다 메어치는 이!”라는 끔찍한 표현이 성경에 오른 사실을 이해하기 어려웠고 이 살벌한 저주의 표현을 삭제하지 않은 성경 저자의 의도가 의심되어 요즘 표현으로 ‘멍을 때린’ 일이 생각났습니다. 구석에서 옛 CD를 찾았습니다. 지금 저는 보니엠의 ‘Rivers of Baby

lon’을 거푸 듣는 중입니다. 이리 살벌한 시편 구절을 이리도 발랄 상쾌한 멜로디에 얹어 세상에 전할 수 있는 예술인의 감성에 한껏 존경을 드리고 있습니다.

그날 마음을 괴롭혔던 잔인한 구절을 이해하는 데는 제법 긴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그리고 한 구절, 한 문장에 묶이는 좁은 해석이 얼마나 영혼을 비좁게 하는지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이 시편은 포로살이 하던 이스라엘 백성의 고백입니다. 지배자 바빌론인들이 저지른 혹독한 만행을 결코 잊지 못해서 ‘우리에게 했던 그대로’ ‘우리가 당했던 그만큼’ 당해봐야만 우리 심정을 알 것이라고 탄원했던 피 맺힌 기도입니다. “내가 당한 폭행과 파괴를 바빌론에게 되갚아 주소서”(예레 51,35)라는 그들의 호소에 하느님께서는 “이 악독한 종자는 영원히 그 이름이 불리지 않으리라”(이사 14,20)는 약속으로 응답하십니다. 그리고 말씀대로 이루십니다.

오늘 1독서는 그분의 말씀은 꼭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거듭 확인시켜 주는데요. 오래전 모세에게 명하신 안식년 준수명령(레위 25,4 참조)을 입 싹 닦고 묵살했던 이스라엘의 죄를 정확하고 명백하게 따져 책임을 물으신 것을 일러주기 때문입니다. “이 땅은 밀린 안식년을 다 갚을 때까지 줄곧 황폐해진 채 안식년을 지내며 일흔 해를 채울 것이다”라는 말씀대로 그들의 포로살이는 칠십년 만에, 극적인 귀환으로 마무리된 점을 생각할 때, “반드시 내가 뜻하는 바를 이루며 내가 내린 사명을 완수하고야 만다”(이사 55,11)는 그분의 말씀이 진리라는 점이 확실히 증거됩니다. 따라서 성경말씀을 그저 좋은 말로, 그럴듯한 말로, 들을만한 말로 생각하는 일이나 ‘그렇고 그런’ ‘말씀대로 믿을 수 없는’ ‘뻔하고 괜스런’ 얘기로 폄하하는 일이, 모두 회개거리입니다.

오늘 역대기 저자는 이스라엘의 패망요인으로 “모든 지도 사제와 백성”이 이방인의 온갖 역겨운 짓을 따라 “주님을 크게 배신”한 결과임을 밝힙니다. 그분의 뜻을 조롱하고 그분의 말씀을 무시하며 그분의 예언을 비웃는 무엄한 짓이라 “구제할 길”이 없었다고 결론짓습니다.

그들은 하느님을 믿으면서 바알을 함께 숭배했습니다. 생활이 윤택해지는 것, 세상에서 잘나가는 것이 곧 성공이며 축복이라 여겼습니다. 그러고보니 형편과 상황에 따라 믿다 돌아서기를 번복하는 우리와 퍽도 닮았습니다. 오늘 주님께서는 이야말로 “어둠을 더 사랑”하는 것이며 빛이신 그분을 미워하여 뒤로 물러서는 어리석은 소행임을 분명히 밝히십니다. 주님의 백성이라면서 잡신을 함께 섬긴 결과에 주목하라 이르십니다. 그 “배신” 행위에서 철저히 돌아서라 명하십니다. 문득 “하느님은 사람이 아니시어 거짓말하지 않으시고 인간이 아니시어 생각을 바꾸지 않으신다. 그러니 말씀만 하시고 실천하지 않으실 리 있으랴?”(민수 23,19)며 천상유수로 진리를 읊었던 발라암이 생각납니다. 그분을 알고 그분의 말씀을 들어 세상에 전했던 그가 세상 재물에 눈이 멀어, 끝내 비참한 말로를 당한 일을 생생한 교훈으로 삼아야 하리라 싶습니다.

사순입니다. 그분 보시기에 좋도록 삶을 정리정돈하는 때입니다. 부디 우리 모두가 예수님의 입장에서 삶을 생각하게 되는 은혜가 있기를 청합니다. 당신의 아들을 내어주기까지 우리를 사랑하신 그분 심정을 헤아리는 때이기를 원합니다. 그분의 고통과 죽음을 철저히 그분의 입장에서 생각해 볼 것을 권합니다. 하여 억울하고 속상한 일, 치 떨리고 분해서 악을 쓰고 분풀이를 해도 직성이 풀리지 않는 손해를 당할 때에도 먼저 ‘상대의 입장’을 헤아리는 넉넉함으로 그분을 감동시키게 되기를 기도합니다. 그분과 입장 바꿔 생각할 때, 상대의 입장에서 헤아릴 때 매사, 그분의 은총을 누릴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야말로 진정한 사순의 의미이며 부활을 누리는 비결이라 확신합니다.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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