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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64) “이 성전을 허물어라” / 장재봉 신부

복음생각

by 巡禮者 2012. 3. 18.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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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생각 (764) “이 성전을 허물어라” / 장재봉 신부

사순 제3주일(요한 2, 13-25) 수리공 예수님
발행일 : 2012-03-11 [제2786호, 10면]

오늘 제1독서 말씀은 하느님께서 시나이 산에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직접 들려주신 십계명입니다. 모세는 하느님께서 계명과 규정과 법규들을 주신 이유가 “너희를 당신께서 만드신 모든 민족들 위에 높이 세우시어, 너희가 찬양과 명성과 영화를 받게 하시고, 너희가 주 너희 하느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그분의 거룩한 백성이 되게 하시겠다는 것”(신명 26,19)이라고 자세히 설명했는데요. 오늘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계명을 “먹물이 아니라 살아계신 하느님의 영으로”(2코린 3,3) 우리 마음에 새겨주셨습니다. 문득 그분의 십계명을 들은 마음가짐은 어떠한지, 그분의 계명을 실천할 각오를 새로이 하셨는지 여쭙게 됩니다.

성경은 십계명을 선포하신 하느님께서 “아론과 나답과 아비후와 이스라엘의 원로 일흔 명”(탈출 24,1)을 당신 계신 곳으로 초대하신 사실을 알려주는데요. 이를테면 모세 포함, 일흔세 명이 하느님을 직접 뵈온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주님을 뵙고, 그분 앞에서 먹고 마시기까지 했던 그들이 겨우 마흔 날도 지나지 않아 ‘변심’했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직접 눈으로 하느님을 뵈었음에도 “당신 손가락으로 쓰신, 돌로 된 두 증언판”을 빚고 계신 그분의 시간을 지루해하고 의아해하고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겠다”고 의심하며 결국 금송아지를 만드는 최악의 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을 믿기 어렵습니다.

무엇보다 그들의 행위가 마음 쓰린 이유는 말씀이신 그분께서 구태여 당신의 계명을 돌판에 새겨주시려 한 심정을 알 것 같기 때문입니다. 늘 말씀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눈으로 보여주면 믿겠다고 떼를 쓰는 우리를 배려하시어, 골백번 물러선 양보이며 사랑임을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우리 영혼에 당신의 정표를 새겨주신 때에, 우리 생각과 마음가짐이 어떠했는지 다시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날 이스라엘 백성들처럼 금송아지를 만들고 있지는 않았는지 심히 염려되는 까닭입니다. 문제는 그들의 행위가 결코 하느님을 부인하려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그들은 하느님을 곁에 두어 잘 섬기려고 계획했던 것 뿐이니까요. 이 때문에 그들은 수송아지상을 만들며 스스로 대견했을 터입니다. “이분이 너를 이집트 땅에서 데리고 올라오신 너의 신이시다”(탈출 32,4)라고 외치며 한껏 뿌듯했을 터입니다.

우리도 믿음을 그들처럼 오해하지는 않은지요. 자신의 생각대로, 그분을 만들어 내고 있지는 않은지요. 그분의 뜻을 내 생각대로 해석하며 세상에서 귀하다는 것들을 ‘하느님이다’라고 섬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꼼꼼히 따져봐야겠습니다. 주님을 축복과 안녕을 보장해 주는 부적처럼 여기는 허접한 신앙을 벗어나야겠습니다. 예수님을 자신의 잘못과 죄를 해결해 주는 도구쯤으로 여기는 철부지 신앙도 치워내야겠습니다.

우리는 그분을 모신 그분의 성전입니다. 그럼에도 외양만 갖춘 허수아비 신앙은 소용없다고 외치십니다. 그분께서 손수 영혼에 새겨주신 그분의 뜻을 묵살하는 우리에게, 그분을 금송아지처럼 섬기려는 우리에게 믿음으로 축복과 안녕을 흥정하려 들지 말라고 명하십니다. “이 성전을 허물어라.” 그분의 이름으로 세워진 그분의 성전다운 삶을 살으라는 명령이십니다. 그분의 것인 ‘척’하며 생각과 말이 다르고 말과 행동이 다르고 겉과 속이 다른 우리를 말끔히 고쳐주시겠다는 호소이십니다.

하느님의 것이 아닌 것을 버리고 부수고 허물어내는 사순입니다. 그분의 뜻에서 멀어져 송아지 우상으로 우글대는 영혼을 청소하는 때입니다. 예수님은 악한 마음을 “쫓아”내시고 불순한 생각을 “쏟아 버리시고” 그분의 것이 아닌 것들을 모조리 “치워”주실 수 있는 유일한 주님이십니다. 예수님은 우리 마음과 생각과 행위를 새로 만드실 수 있는 구세주이십니다. 당신께 나의 온 것을 고쳐주시기를 청하면 득달같이 달려와 말끔히 수리해주십니다.

창조주이시며 목수이신 예수님께 마음을 수선 받아 거룩하고 완전한 그분의 자녀로 거듭나는 은총을 누리기 원합니다. 다치고 상하고 흠집 난 행위를 그분께 고침받는 사순이기를 바랍니다. “하느님의 영으로 새겨지고, 돌판이 아니라 살로 된 마음이라는 판에 새겨진” 그분의 계명을 진실히 살아내는 참 그리스도인의 위상을 되찾는 우리이기를 소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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