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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노벨 문학상 수상자 앨리스 먼로

노벨상(Nobel)

by 巡禮者 2013. 10. 11.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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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노벨 문학상 수상자 앨리스 먼로

 

노벨문학상 출범 이후 13번째 여성 수상자]
82세 癌 투병… 올해 초 절필
"딸이 깨워 수상 소식 알려줘… 여성 수상 고작13명… 언짢아"
작은 마을 보통 사람들 통해 삶·사랑·죽음 진지한 통찰
(AP, 뉴시스)

 

 

 

노벨 문학상이 최초로 단편소설 작가를 선택했다.

10일 스웨덴 한림원 노벨상위원회는 2013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앨리스 먼로(Alice Munro)가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먼로는 1968년부터 지난해까지 44년간 13권의 단편집을 내놓았다.

 

그동안 단편소설은 ‘짧은 이야기(Short story)’로 낮춰 보고, 장편만을 소설(Novel)로 취급하던 분위기가 문학계에 존재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먼로의 노벨 문학상 수상으로 이같은 분위기에 변화가 시작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페테르 엥글룬드(Peter Englund) 한림원 사무총장은 “그는 장편소설의 그림자에 가려진 느낌이 강했던 단편소설이라는 예술 형식을 선택해, 그것을 거의 완벽에 가깝게 갈고 닦았다”며 “그는 단 20페이지 작품을 통해 보통 장편소설 한 편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말할 수 있다. 단편소설 하나에다 수십 년 간을 성공적으로 집어넣을 수 있는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엥글룬드 사무총장의 말처럼, 먼로의 단편은 장편 못지않은 깊이와 정밀함을 보여준다는 극찬을 받아 왔다. 그는 노벨 문학상 수상에 앞서 미국 전미비평가협회상, 오헨리상, 영국 맨 부커 국제상 등을 탔다. 특히 2009년 맨 부커상 심사위원회는 “단편소설 작가로 널리 알려져 있는 먼로는 대부분의 장편소설 작가들이 평생을 공들여 이룩하는 작품의 깊이와 지혜, 정밀성을 작품마다 성취해냈다”는 시상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단편 작가 최초의 노벨 문학상 수상자이자 110번째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앨리스 먼로는 캐나다를 대포하는 여성 작가로, ‘캐나다의 안폰 체홉’으로 불려 왔다. 1968년 소설집 ‘행복한 그림자의 춤’으로 등단했으며 지난해 13번째 단편집 ‘디어 라이프’를 내놓고 절필을 선언했다.

 

먼로의 작품은 총 5권이 국내에 출간됐으나 현재 판매되는 책은 ‘행복한 그림자의 춤’, ‘직업의 광채’ 두 권 뿐이다. ‘디어 라이프’는 다음달 출간 계획이 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캐나다의 여성 작가 앨리스 먼로(Alice Munro·82)가 2013년 노벨문학상 주인공으로 뽑혔다. 스웨덴 한림원은 10일 "현대 단편소설의 거장(Master of the contemporary short story)"이라는 짧고도 명쾌한 선정 이유로 그를 올해의 수상자로 호명했다.

먼로는 2009년 독일의 헤르타 뮐러 이후 4년 만의 여성 수상자이며, 1901년 노벨문학상 출범 이래 13번째 여성 수상자다. 캐나다 국적 작가로서도 첫 수상. 해마다 유력 후보로 꼽혀 온 먼로는 연초 고령을 이유로 은퇴를 선언했다. 그녀는 "암 투병 중"이라고 고백했지만, 정확한 병명은 밝히지 않았다

 

 

한림원은 이 '캐나다의 체호프'에 대한 경의를 더 이상 미룰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먼로는 수상 직후 캐나다 라디오 인터뷰에서 "딸이 깨워서 소식을 알려주는 바람에 처음 알았다"면서 "어제까지는 후보에 오른 줄도 모르고 있었다"고 했다. 미 CBS는 먼로가 이에 덧붙여 "우리(여성 수상자)가 고작 13명이라니 언짢다. 이런 게 가능한 일인가"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먼로는 1931년 캐나다 온타리오 주 작은 시골 마을 윈헴에서 태어났다. 그의 작품 속 주인공들은 이 작은 마을의 평범한 보통 사람들. 하지만 작가가 탐험하는 주제는 인생이라는 우주에 대한 진지한 도전이다. 사악하고 비정한 남편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충동적으로 시외버스에 올라탄 아내, 어부를 만나 사랑에 빠지는 지식인 여성… 작가는 거창한 이야기보다 삶의 일상에 주목하면서 섬광처럼 번쩍하는 짧은 순간을 낚아채, 인간 존재의 자화상(自畵像)을 그려나간다. 조용하고 평범한 시골에 내밀하게 숨어 있는 정념과 사건이 섬세한 심리묘사와 함께 수면에 차분하게 떠오른다. 탁월한 단편만이 거둘 수 있는 성취. '관리의 죽음' '미녀' 등을 통해 근대 단편소설의 형식을 확립한 작가로 꼽히는 러시아의 안톤 체호프(1860~1904)가 먼로와 함께 거론되는 이유다. 한림원은 "먼로가 단편이라는 특별한 예술 형태를 완벽의 경지에 올려놨다"면서 "오랫동안 그를 체호프와 비교해 왔지만, 그는 스스로 정당한 자격을 갖춘 작가"라고 했다.

피터 엥굴룬드 한림원 종신서기는 수상자 발표 후 인터뷰에서 그의 문학을 '평범한 사람들, 위대한 감수성'(small people, big feelings)이라고 요약했다. 국내에서도 작지 않은 반향을 일으킨 영화 '어웨이 프롬 허'(Away From Her)도 그녀 소설이 원작이다.

지금까지 단편집을 16권 발표했고, 전 세계 20여개 언어로 번역 출간됐다. 국내에는 '행복한 그림자의 춤', '미움 우정 구애 사랑 결혼', '떠남', '오페레타 짝사랑… 그리고 슬픈 연인' 등 4권이 번역 출간됐다. 반응은 크지 않았다. 평균적으로 1000부 안팎이 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작가 중에는 동인문학상 수상자인 조경란씨가 먼로의 오랜 팬이다. 그는 "그녀가 평생에 걸쳐 '단편소설'에 주력해 써오고 있다는 사실을 좋아하지만 그것보다 더 좋아하는 것은 그녀가 단편소설을 쓰는 방식"이라면서 "먼로는 독자들에게 '일어난 일'이 아니라 그 일이'일어나는 방식'을 보여주고 싶어 한다"고 했다. 그리고 "그것이 단편소설이 가질 수 있는 큰 성과이자 우리가 앨리스 먼로의 문학에서 느낄 수 있는 생생하고도 희귀한 아름다움"이라고 전했다. 앨리스 먼로는 상금으로 800만크로나(약 13억2600만원)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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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 /사진제공=민음사(News1 DB)

 

 

 

일본 산케이 신문이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무라카미 하루키로 잘못 보도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산케이신문 인터넷판은 10일 노벨문학상 수상자 발표 5분 전인 오후 7시 55분께 '무라카미 하루키씨 노벨상'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잘못 실었다. 이와 동시에 자사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같은 내용의 알림메시지를 발송했다.

그러나 2013 노벨문학상은 캐나다 단편작가 앨리스 먼로(82)에 돌아갔고, 산케이는 수상자가 발표된 직후인 저녁 8시2분 해당 기사를 인터넷 판에서 내렸다.

산케이는 홈페이지를 통해 "온라인 신문을 발행하는 산케이 디지털이 확인작업을 게을리하는 바람에 잘못된 인터넷판 기사를 게재했다"며 "무라카미와 관계자, 독자들에 폐를 끼친 것에 대해 깊이 사과한다"는 사과문을 게재했다.

 

 

 

['2013 노벨문학상' 앨리스 먼로의 작품 세계]

劇的 변화 적고 절제된 문장 특징… 영화 '어웨이 프롬 허' 원작자이기도
그녀의 소설은 말한다… 구차한 의무를 견디는 것, 그게 삶


 


	김명주 충남대 영문과 교수
김명주 충남대 영문과 교수
앨리스 먼로의 소설은 강폭을 가득 메우며 흐르는 푸른 강물 같다. 빽빽한 숲 사이로 불쑥 나타나는 강물처럼, 갑작스러운 빛의 신비가 울컥 서러움으로 맺히는 서사다.

그녀의 작품들엔 민주를 위한 저항이나, 억압에 대한 투쟁, 자유를 향한 탈주 같은 거대 파란은 없다. 언뜻 보면 서사의 표면은 일없이 밋밋하고, 주인공들은 속절없이 머문다. 화려한 수사는 배제되고, 감정은 극도로 절제됐고, 극적인 변화도 없다. '강물 같다'하여 당대 삶의 현실을 담아내려는 야심 찬 대하 장편은 단연코 아니다. 먼로의 소설은 긴 강의 어느 굽이 한 풍경을 덤덤하게 그리는 대체로 짤막한 삶의 단면들이다.

그럼에도 오랫동안 노벨상 수상자로 거론되고, 마침내 단편작가로서는 처음으로 노벨문학상 수상작가로 선정된 게 놀라운 일은 아니다. 먼로의 작품은 다층적이고 분열된 인간의 욕망에 대한 속 깊은 통찰, 삶의 허다한 상처에서 피어나는 사랑과 연민, 삶의 한배를 탄 타자의 파괴는 곧 나의 파괴와 직결된다는 화엄적 인식이, 관념적이지 않고 구체적 일상 안에서 소소하게 펼쳐진다. 글은 짧지만 긴 여운, 표현은 밋밋하지만 깊은 감동을 주는 그녀의 작품을 읽으면, 팍팍했던 삶이 촉촉해지고, 옳고 그름에 매달려 동동거렸던 자신이 숙연히 낮아지고 넓어지게 된다.

구체적인 작품을 보자. 2004년 '떠남(Runaway)'이후, 미국에서 세 권의 단편집이 더 출간됐지만, 잊고 있었다. 부랴부랴 2009년 출간된 '너무 많은 행복(Too Much Happiness)'을 훑었다. 그중 30쪽 분량의 '차원(Dimensions)'은 먼로 소설의 반복되는 주제를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그래서 먼로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는 샘플로 조금 길게 소개한다. 몇몇 의학용어를 제외하고는 영어사전을 들추는 수고가 필요 없이 술술 읽힌다. 문장도 평이하다.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발표된 10일 저녁 교보문고에 급히 마련된‘2013 노벨문학상 수상자 앨리스 먼로’코너.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발표된 10일 저녁 교보문고에 급히 마련된‘2013 노벨문학상 수상자 앨리스 먼로’코너. 국내에 번역된 이 작가의 단편소설집은 4권에 불과하다. /뉴스1
"도리는 버스를 세 번 갈아타야 했다". 담담한 시작이다. 동시에 여러 생각을 한꺼번에 불러일으킨다. 캐나다의 80년대가 배경이라도(도리의 엄마가 히피 세대니까) 버스를 세 번 갈아타야 할 곳이 그리 많진 않을 것 같다. 벽촌에 사는 여자구나. 그 정도 교통이 불편하다면 제 차를 몰고 갈 만한데 생활도 그리 넉넉지 않구나, 금방 감이 잡힌다.

도리는 세 아이의 엄마, 현재 23세, 의처증 심한 나이 많은 남편의 간섭과 매도에 못 이겨 하룻밤 이웃집에 도피했다가 아침에 남편이 살해한 세 아이를 발견한다. 도리는 버스를 세 번 갈아타고 금치산자로 복역 중인 남편에게 가는 길이다. '엄마에게 버림받는 고통을 덜어주려 애들을 살해했노라' 변명한 남편에게 시시비비를 따지러 가는 길이다. 한때 그를 사랑했고, 그의 폭력성에도 불구하고 한 번도 대든 적 없는 도리다. 고요하고 수척해진 남편이 하는 말인즉, 아이들이 다른 차원에서 행복하더라고, 그러니 너무 마음 아파하지 말라고. 진짜 미쳐버렸는지 영 헛소리처럼 들린다.

그런데 어느 날, 언제나 목에 들어온 비수처럼 끔찍했던 아이들에 대한 기억이 처음으로 가벼워져 있음을 발견한다. 남편은 내 아이들을 죽인 자이지만, 내 아이들의 눈빛과 이름을 기억하는 유일한 사람, 아이들이 주는 기쁨과 슬픔을 가장 친밀하게 공유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사유의 '차원'이 달라진 것이다. 내 아이를 죽인 철천지원수지만 망망대해 한배에서 생존을 의지하는 자였음을 깨닫는다. 그러나 그런 깨달음의 환희가 호들갑스럽게 묘사되진 않는다. 그저 다시 덤덤하게, 남편에게 다시 가는 버스 길에서 우연히 만난 사고, 남편이 오래전 가르쳐 주었던 응급처치로 앳된 소년의 생명을 구하는 장면으로 끝난다.


	국내 출간된 먼로의 책.
국내 출간된 먼로의 책 - 행복한 그림자의 춤(곽명단 옮김·뿔·2010), 미움 우정 구애 사랑 결혼(서정은 옮김·뿔·2007), 떠남(김명주 옮김·따뜻한손·2006), 오페레타 짝사랑… 그리고 슬픈 연인(박미경 옮김·세한기획·1995)
숨 막히는 더블린을 구차한 의무 때문에 차마 떠나지 못하는 이블린의 처지를 '마비(Paralysis)'로 제시하는 제임스 조이스와는 영 딴판이다. 먼로는 구차한 의무를 견디는 고단한 인내의 가치를 재평가한다. 문제는 불편한 중력을 떠나 자유로운 우주공간으로 탈출하는 것이 아니라, 익숙한 환경과 사람들과 더불어 어떻게 잘 '사는가', 그것이 관건인 것이다.


☞앨리스 먼로는

1931년 캐나다 온타리오 주 출생. 웨스턴오하이오대 재학 중 첫 단편 ‘그림자의 세계’를 썼다. 1968년 첫 소설집 ‘행복한 그림자의 춤’이 캐나다 총독문학상을 받았다. 지금까지 ‘내가 너에게 말하려 했던 것’ ‘공공연한 비밀’ ‘떠남’을 비롯한 소설집을 16권 발표해 세계 13개 언어로 번역 출간됐다. 연작소설 ‘소녀와 여성의 삶’은 미국【� TV 드라마로 제작돼 큰 성공을 거뒀다. 국내에도 개봉한 ‘어웨이 프롬 허’의 원작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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