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노르웨이·프랑스·네덜란드 정부 차원서 입양 조사
진화위 367건 진상 조사중…"이르면 내년 5월 결과 발표"
'판매될 아이들 : 한국인이 만들고 미국인이 산다.(Baby for sale : South Koreans make them, Americans buy them)'
미국 언론 '더 프로그레시브'가 1986년 메인 표지에 소개한 기사의 제목이다.
그로부터 37년이 지나 한국의 입양 문제를 해외에서도 문제삼고 있다.
시작은 스웨덴이다. 스웨덴 최대 입양기관인 '입양센터'는 내년부터 한국 아동의 입양 신청을 받지 않기로 했다. 한국 아동 입양을 시작한 1950년대 이후 70여년만이다.
입양센터는 현재 신청 절차를 밟고 있는 한국 입양아 5명까지만 받은 뒤 한국과의 입양 중개 업무를 청산할 예정이다. 사실상 입양 중단이다.
1953년 한국전쟁 이후 시작된 해외 입양 역사에서 특정 국가가 한국 아동 입양을 중단하는 것은 처음이다.
스웨덴 입양센터의 이번 결정은 과거 한국 아이의 입양 과정에서 서류가 조작됐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스웨덴 정부는 2021년부터 입양 사례를 조사했으며 올해 3월에는 안나 싱어 보건사회부 입양위원회 위원장 등 정부 조사 대표단을 한국에 보냈다.
스웨덴의 뒤를 이어 덴마크, 노르웨이, 프랑스, 네덜란드도 정부 차원에서 입양 사례를 조사하거나 이미 조사를 마쳤기 때문에 비슷한 결정을 할 가능성이 높다.
한분영 덴마크한국인진상규명그룹 대표는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스웨덴의 결정은 정부 차원에서 과거 입양 과정의 문제를 포착했기 때문"이라며 "스웨덴보다 더 적극적으로 조사하는 국가들이 비슷한 결정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는 진실화해위원회(진화위)가 지난해 말 시작한 입양 과정 진상조사 결과가 내년 상반기에 나올 전망이다. 의혹으로만 남아있던 문제들이 수면위로 드러날지 관심이 집중된다.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고아'로 호적 조작돼 입양…한건당 수수료만 2000만원"
한국의 입양 문제에서는 '고아·기아로 호적 조작'과 '입양 수수료'가 핵심이다.
지난 64년간 해외로 입양된 16만명의 아동 가운데 상당수가 친부모가 살아있는데도 고아로 호적이 조작됐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기아(버려진 아이)와 미아가 급증해 관리한다'는 명목으로 해외 입양 제한이 풀렸던 1970~80년대에는 고아호적 조작이 사실상 사각지대에서 활개쳤던 것으로 파악된다.
'고아호적'은 가족 정보란에 부모가 없다고 표시한 호적이다. 호적상 고아로 등록되면 부모 동의를 받는 절차가 생략돼 입양 기관이 보다 쉽게 아이를 해외로 보낼 수 있다.
아이를 쉽게 해외로 입양 보내는 이유로는 입양수수료가 큰 몫을 차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1988년 당시 한국 아동을 해외로 보낼 때 수수료는 5000달러였다. 당시 1인당 국민소득(4571달러)보다 높다.
해외입양을 담당하는 국내 기관들은 지금도 막대한 수수료 수입을 벌어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8부(재판장 박준민)는 이날 1979년 3살이었던 신 씨를 친부모가 살아있음에도 고아로 꾸며 미국으로 입양 보낸 홀트에 대해 1억 원을 배상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다만 정부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는 기각했다. 2023.5.16/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진화위 367건 사례 진상 조사중…"이르면 내년 5월 결과 발표"
지난해 말 조사에 들어간 진화위에는 진상 조사 신청이 376건 들어와 있다. 진화위는 "해외입양 과정에 국가 등의 불법행위와 아동과 친생부모에 대한 중대한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며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진화위는 과거 입양을 주도한 국내외 입양기관들로부터 관련 자료 등을 받아 전수 조사를 하고 있다. 의혹으로만 남아있는 입양과정의 문제가 실제로 밝혀질지 관심이 집중된다.
진화위 관계자는 "많은 입양인분이 진상 조사를 신청했고 관련 자료의 양이 많아 해야 할 일이 많다"며 "내년 5월까지 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kha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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