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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6) 땅에 보물을 쌓아두는 사람들/ 손용환 신부

복음생각

by 巡禮者 2010. 7. 31.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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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6) 땅에 보물을 쌓아두는 사람들/ 손용환 신부

연중 제18주일 (루카 12,13-21) : 돈이 보낸 편지
발행일 : 2010-08-01 [제2708호, 10면]

현대인의 우상은 무엇입니까? 현대인의 우상은 돈입니다. 사람들은 보물을 하늘에 쌓지 않고, 땅에 쌓아 두고 있습니다. 보물이 있는 곳에 우리의 마음도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시선은 항상 돈을 향해 있습니다. 돈이 사람들에게 편지를 보냈습니다.

“사람아 보아라. 너는 언제나 나를 움켜쥐고는 나를 너의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네가 내 것이다. 나는 아주 쉽게 너를 지배할 수 있다. 우선 너는 나를 얻기 위해서라면 죽는 것 말고는 무엇이든지 한다. 나는 사람들에게 있어 무한히 값지며 보배로운 존재다. 물이 없으면 한 포기의 풀도 살 수 없듯이, 내가 없으면 사람은 물론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이 죽고 만다. 회사도, 정부도, 학교도, 은행도, 교회도.

그렇다고 내게 어떤 신비의 생명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 나는 내 힘으로는 아무데도 갈 수가 없지만, 이상한 사람들과 수없이 만난다. 그들은 나 때문에 서로 인격을 무시하고, 사랑하기도 하고, 싸우기도 한다. 순전히 나 때문에 말이다. 사람들에게 욕망이 없다면, 난 어쩌면 아무 쓸모가 없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나는 거룩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나, 가난하고 굶주린 이들을 돕는 선한 사람들, 환자들의 고통을 줄이려는 이들과도 만난다. 나의 힘은 사실 무한하단다. 부디 나의 노예가 되지 않도록 조심스럽고 현명하게 나를 다루어라.”

그렇습니다. 돈의 노예가 되지 않고, 돈을 현명하게 다룬다면 보물을 하늘에 쌓는 것 아닐까요?

예수님께서도 사람들에게 이르셨습니다. “너희는 주의하여라. 모든 탐욕을 경계하여라. 아무리 부유하더라도, 사람의 생명은 그의 재산에 달려 있지 않다.”(루카 12,15) 그러면 사람의 생명은 누구에게 달려 있습니까? 하느님께 달려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어리석은 부자의 비유를 통해 그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어리석은 자야, 오늘 밤에 네 목숨을 되찾아 갈 것이다. 그러면 네가 마련해 둔 것은 누구 차지가 되겠는가?”(루카 12,20) 자신을 위해서는 재화를 모으면서, 하느님 앞에서는 부유하지 못한 사람이 바로 이러하다는 그분의 말씀이 충격입니다. 우리도 하느님에게 인색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어리석은 부자처럼 돈만 모으고 있습니다. 나중에 쉬면서 먹고 마시고 즐기기 위해 많은 재산을 쌓아둘 큰 곳간만을 짓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성당에 나와 하느님을 믿는 사람처럼 행세하고 있습니다. 물질의 노예로 살면서 하느님을 믿고 있습니다. 두 주인을 섬기기 때문입니다.

결국 돈을 따라 사는 사람은 믿음을 잃게 됩니다. 믿음을 잃으면 영원한 생명도 잃습니다. 귀한 목숨을 받아 태어난 한 번 뿐인 인생을 먹고 사는 일에 매여 허덕이다가 끝낼 수만은 없지 않습니까?

태양 아래에서 애쓰는 그 모든 노고와 노심으로 인간에게 남는 것이 무엇입니까? 그의 나날은 근심이요, 그의 일은 걱정이며, 밤에는 그의 마음은 쉴 줄을 모르니, 모든 게 허무입니까?(코헬렛 2,22-23) 세상살이가 허무입니까? 아닙니다. 예수님께서 우리의 안식처가 되시기에 세상살이가 허무가 아니라 축복입니다.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돌아가는 인생입니다. 헛된 것에 얽매여 일생을 허비하지 맙시다. 영원한 생명을 주시는 그분께 의지하며 사는 것만이 우리의 생을 복되게 하는 것입니다.

사도 바오로도 우리에게 말합니다. “여러분은 그리스도와 함께 다시 살아났으니, 위에 있는 것을 생각하고, 땅에 있는 것은 생각하지 마십시오. 여러분의 생명은 그리스도와 함께 하느님 안에 숨겨져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여러분 안에 현세적인 것들, 곧 불륜, 더러움, 욕정, 나쁜 욕망, 탐욕을 죽이십시오. 탐욕은 우상숭배입니다. 그리스도만이 모든 것이며, 모든 것 안에 계십니다.”(콜로새서 3,1-3.5.11)

탐욕을 버리고 그분만을 위해 사는 것만이 헛된 삶을 복된 삶으로 바꾸는 유일한 길입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분을 버리고 돈을 섬기고 있지는 않습니까?


손용환 신부 (군종교구 쌍용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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