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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5) 기도는 하느님과의 마음나누기/ 손용환 신부

복음생각

by 巡禮者 2010. 7. 31.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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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5) 기도는 하느님과의 마음나누기/ 손용환 신부

연중 제17주일 (루카 11,1-13) : 주님의 기도
발행일 : 2010-07-25 [제2707호, 10면]

기도가 뭡니까? 기도는 하느님과의 마음나누기입니다. 하느님의 뜻이 무엇인지 깨닫고, 우리가 바라는 것을 청하는 것이 기도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우리가 어떻게 기도해야 할까요?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기도할 때 이렇게 하라고 가르쳐주셨습니다. 우리는 그 기도를 주님의 기도라 부릅니다.

“아버지, 아버지의 이름을 거룩히 드러내시며, 아버지의 나라가 오게 하소서. 날마다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저희에게 잘못한 모든 이를 저희도 용서하오니, 저희의 죄를 용서하시고,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소서.”(루카 11,2-4)

주님의 기도를 살펴보면 먼저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길 바라고, 이어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청합니다. 그렇다면 하느님의 뜻이 뭘까요? 하느님의 나라가 이 세상에 오는 것입니다. 그것도 죄를 심판하는 하느님으로 오시는 것이 아니라, 자비를 베푸는 하느님으로 오시는 것을 말합니다. 그래서 아버지의 이름을 거룩히 드러내시라고 간구하는 것입니다.

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뭘까요? 첫째는 날마다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입니다. 나에게 일용할 양식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일용할 양식이란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남는 양식은 없는 이들과 나누어야 하고, 날마다 일용할 양식을 주시는 하느님께 감사해야 합니다.

둘째는 죄의 용서입니다. 양식이 없으면 육신이 살 수 없듯이 용서가 없으면 영혼이 살 수 없습니다. 그래서 모든 사람은 하느님의 크신 용서를 받아야합니다. 그런데 용서를 받기 위해서는 전제조건이 있습니다. 우리에게 잘못한 모든 이를 우리가 먼저 용서해야합니다.

셋째는 유혹에서 벗어남입니다. 지금 우리를 하느님과 멀어지게 하는 가장 큰 유혹은 무엇일까요? 돈으로 대변되는 물질의 유혹입니다. 물질에 지배를 받으면 정신은 마비되고, 정신이 마비되면 하느님을 떠나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물질의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달라고 청해야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하느님께 청하는 것들은 뭘까요? 대부분 물질의 풍요입니다. 그러니 우리가 하느님께 졸라대도 필요한 것을 얻지 못하는 것 아닐까요?

분명히 예수님께서도 우리에게 청하는 대로 얻는다고 하셨습니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청하여라, 너희에게 주실 것이다. 찾아라, 너희가 얻을 것이다. 문을 두드려라, 너희에게 열릴 것이다. 누구든지 청하는 이는 받고, 찾는 이는 얻고, 문을 두드리는 이에게는 열릴 것이다.”(루카 11,9-10)

그런데 왜 우리가 청하는 대로 얻지 못할까요? 왜 생선을 청하는데 뱀을 얻고, 달걀을 청하는데 전갈을 얻을까요? 하느님 아버지께서 악해서 그러실까요? 아닙니다. 그분은 우리에게 더 좋은 것을 주시는 분입니다. 그 더 좋은 것이 물질이 아니라 성령이란 게 우리 마음에 들지 않을 뿐입니다.

성령은 무엇입니까? 우리를 하느님께로 이끄시는 보이지 않는 거대한 기운입니다. 성령께서 이끄시면 우리는 헛된 것을 청하지 않습니다. 성령께서 이끄시면 우리는 하느님과 멀어지게 하는 것들을 찾지 않습니다.

성령께서 이끄시면 우리는 지옥의 문을 두드리지 않습니다. 성령께서 이끄시면 우리는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청하고, 하느님의 나라만을 찾고, 천국의 문을 두드립니다. 그러면 하느님과의 마음나누기가 완성됩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성령의 이끄심을 외면합니다. 성령의 힘으로 살지 않고, 물질의 힘으로 삽니다. 그래서 기도하지 않습니다. 하느님과 마음나누기를 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우리는 오늘도 입술로만 기도하고 있습니다. 기도의 양으로만 승부하고 있습니다. 마음은 하느님과 떨어져 있고, 물질의 풍요만을 간구하면서 말입니다. 어떻게 하느님의 뜻을 이룰까를 생각하지도 않으면서 기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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