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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4) 쟁기를 놓고 따르라/배광하 신부

복음생각

by 巡禮者 2010. 7. 30.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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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4) 쟁기를 놓고 따르라/배광하 신부

연중 제13주일 (루카 9, 51~62) : 예수님을 받아들이지 않는 마음
발행일 : 2007-07-01 [제2556호, 6면]

- 스승 예수님을 따르는 길 -

뒤돌아보지 않는 삶

오늘은 연중 제13주일이며, 교황님을 위해 기도 드리는 교황주일입니다.

지난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교황님으로 칭송 받는 요한 23세 교황님은 기득권에 안주하려는 교회의 모습에 염증을 느끼신 분이셨습니다. 그분은 과감히 교회의 썩은 환부를 제거하려 하셨고, 가톨릭 교회의 이름처럼 보편된 모습의 교회를 만들려 애쓰셨습니다. 그리하여 교회의 창문을 열고 숨통을 트이게 하셨습니다.

짧은 5년간의 임기 중 가톨릭 교회의 가장 위대한 공의회로 평가받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를 열어 주셨습니다. 그분은 자주 과거에 안주하여, 그 영화를 되돌아보고 그것을 지키려는 세력들을 향하여 엄한 경고를 보내셨습니다. 그것은 마치 스승 예수님의 말씀을 끝까지 지키려는 교회의 으뜸 지도자의 살아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쟁기에 손을 대고 뒤를 돌아보는 자는 하느님 나라에 합당하지 않다.”(루카 9, 62)

썩은 냄새가 나는 교회의 창문을 열게 된 역사적인 제2차 바티칸공의회(1962. 11. 12) 개막연설에서 교황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과거에만 매달리면서 귀중한 보물을 지키려는 태도는 배제되어야 합니다. 우리 시대에 제기되는 과제를 알고 단죄보다는 설득력 있는 내용으로 현 상황을 인식해야 합니다. 전통적인 것에 안주하지 말고 계속 움직이고 새로운 만남을 시도하고, 이 시대의 정당한 요구를 언제든지 받아들일 준비를 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복음이 세상에 선포되고 인식될 것입니다.”

이 같은 일은 그리 놀랄만한 것이 아닙니다. 이미 2천 년 전에 예수님께서는 그 삶을 사셨습니다. 그리고 스승 예수님의 삶을 따랐던 바오로 사도는 신분과 남녀의 차이가 분명했던 그 옛날 놀랍게도 이렇게 선포합니다.

“그리스도와 하나 되는 세례를 받은 여러분은 다 그리스도를 입었습니다. 그래서 유다인도 그리스인도 없고, 종도 자유인도 없으며, 남자도 여자도 없습니다. 여러분은 모두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하나입니다.”(갈라 3, 27~28)

그리고 스승님께서 사셨던 자유와 해방을 위한 삶을 그대로 따랐던 것입니다.

자유와 해방의 삶

사도 바오로는 오늘 또다시 우리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살아야 할 길을 이렇게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우리를 자유롭게 하시려고 해방시켜 주셨습니다. 그러니 굳건히 서서 다시는 종살이의 멍에를 메지 마십시오.”(갈라 5, 1)

이스라엘 민족이 이집트의 종살이에서 해방된 뒤, 약속의 땅 가나안에 들어가지 못하고 40년간을 헤맨 까닭은 자꾸 옛 종살이의 이집트를 그리워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탈출 1세대들은 약속의 땅을 밟지 못합니다. 자유와 해방의 쟁기를 잡고도 자꾸 뒤인 이집트를 돌아보았기 때문입니다.

오늘 우리의 삶에서도 이 같은 우매함의 모습을 자주 보게 됩니다. 세례를 받고 그리스도의 제자가 되었음에도, 세례 받기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려는 유혹에 쉽게 빠집니다.

그 길이 자유와 해방의 길이 아님에도, 오히려 세속 종살이의 멍에를 메게 되는 길임에도 자꾸 과거로 돌아가려 합니다. 인류 역사에서 위대한 삶을 사셨던 성인들은 자신들이 찾았던 구원과 해방의 길을 그대로 사셨습니다. 결코 뒤돌아보지 않고 걸었던 분들입니다. 과거에 미련을 두지 않고 앞을 향하여 걸었습니다.

이제 분명한 길을 찾은 우리는 어리석은 길에서 헤맬 필요가 없습니다. 예수님께서 가르쳐 주신 길을 향해 용감히 걸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아직도 길을 찾지 못한 이들에게 자유와 해방의 길, 참된 안식의 삶으로 가는 길이 있음을 알려 주어야 합니다.

세상의 것들이 전부인줄 알고 미친 듯이 달려왔던 거꾸로 된 길에서 겨우 벗어난 우리들이, 아직도 그 몸서리치던 길에 허덕이는 이들에게 길이 있음을, 빛이 있음을 알려 주어야 합니다. 그 길이 그리스도를 따르는 길입니다.

사도 바오로는 옛 생활에서 해방된 우리에게 또다시 이렇게 경고합니다.

“성령의 인도에 따라 살아가십시오. 그러면 육의 욕망을 채우지 않게 될 것입니다. 육이 욕망하는 것은 성령을 거스르고, 성령께서 바라시는 것은 육을 거스릅니다. 이 둘은 서로 반대되기 때문에 여러분은 자기가 원하는 것을 할 수 없게 됩니다.”(갈라 5, 16~17)

그리고 토머스 머튼은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행복은 정확하게 ‘한 가지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는 것이다. 삶 속에서 그것을 찾아내면 나머지 모든 것을 기꺼이 포기할 것이다. 그때에 거룩한 역설에 따라 한 가지 필요한 것과 함께 다른 모든 것이 주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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