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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8) “성령을 받으십시오”/ 최인각 신부

복음생각

by 巡禮者 2011. 7. 2.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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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8) “성령을 받으십시오”/ 최인각 신부

성령 강림 대축일(요한 20, 19-23) 주님이 주신 선물 ‘성령’
발행일 : 2011-06-12 [제2750호, 10면]

녹음이 짙어가는 예수성심성월의 한복판, 자연의 싱그러움과 아름다움을 만끽하는 시기입니다.

교회는 특별히 오늘, ‘예수님께서 부활하시어 두려워하는 제자들에게 나타나셔서 평화의 인사를 하시며 당신의 손과 옆구리를 보여주시고, 제자들에게 성령을 부어주시어 죄를 용서하는 권한을 주는 장면’을 묵상하며, 교회의 창립일인 성령 강림 대축일을 지냅니다. 우리에게 부활하신 예수님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성령 강림을 묵상하도록 초대하는 것입니다. ‘예수 부활’과 ‘성령 강림’은 서로 같은 맥락에서 일어난 사건입니다. 성령의 강림, 성령의 활동은 예수님께서 부활하시어 제자들을 찾아가신 바로 그 현장에서 일어난 사건이고, 더 나아가 새롭게 형성된 믿음의 공동체에서 계속될 사건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오늘 복음을 통해 장차 전개될 삶의 현장에서 성령께서 어떻게 역사하시는지 보게 됩니다. 성령께서는 그 모양과 형태는 다르지만,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다가가셨던 방식으로 함께 하시기 때문입니다.

성령께서는 말씀으로 함께하는 영,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 영, 제자들이 있는 곳은 어디든 찾아가는 영, 무언가 새롭게 시작하는 이들에 용기를 주는 영, 두려움을 없애주고 희망을 더해주는 영, 닫힌 마음의 문을 열게 하는 영, 평화를 전해주는 영으로서, 무분별하게 자행되는 불의와 부정, 밑도 끝도 없는 폭력과 전쟁, 이를 은밀하게 조직적으로 조정하는 집단들에 의해 두려워 떨고 있는 약한자들에게 다가가시어, 친히 친구가 되어 닫힌 마음을 열어주시고, 평화를 선사하십니다. 그리고 성령께서는 불신앙으로 인해 저질러진 상처와 아픔, 파괴와 죄들로 말미암아 굳게 얼어버린 영혼들을 녹이기 위해 불과 같은 성령을 내리십니다. 더욱이 성령께서는 불의와 부정, 폭력과 전쟁, 가난과 기근, 파괴와 죽음, 집단적 이기주의와 불신앙을 조장하는 이들의 회개를 위해, 예수님께서 올리브 산에서 기도하신 것처럼 탄식하시며 간구하십니다.

또한, 성령께서는 서로 믿지 못하고, 믿지 못하게 하는 세상,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저질러지는 생명 경시 풍조, 합리주의라는 이름으로 더럽혀진 자유 민주주의, 가장 가까운 이들 안에서도 끊임없이 타오르는 불신이 가득한 곳에 신뢰를 심어주시고, 서로의 사랑을 키워주시며, 행복이 깃든 삶의 터전이 되도록 행복과 기쁨의 영을 내려 주십니다. 그리하여 서로 믿어주며 행복이 싹트는 가정, 서로 신뢰가 바탕이 된 사회,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믿으며 영원한 행복을 위해 살아가도록 도와주십니다. 이를 위해 성령께서는 ‘숨결로’ ‘바람으로’ ‘비둘기 모양으로’ ‘얼로’ ‘불의 모양으로’ 다가오십니다.

예수님께서 인간의 모든 죄를 용서해 주시고, 새사람으로 만들어 주시기 위해 기꺼이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것처럼, 성령께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죄의 용서와 상처의 치유를 위해 그 어디든 찾아 나서십니다. 특별히 이웃과의 용서와 화해는 혼자 이루는 것이 아니라, 관계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공동체성을 전제로 합니다. 이 공동체성은 구체적으로 교회 안에서 이루어지는 관계들이고, 또한 세상을 더불어 살아가는 관계로서, 쉬운 것이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성령께서는 죄를 없애고 용서를 이끄시는 영, 서로의 관계를 개선하고 화해하도록 하는 영, 개인과 공동체의 평화와 성장을 원하시는 영으로, 하느님 나라가 이 땅에 이룩되도록 끊임없이 활동하십니다.

또한, 성령께서는 예수님께서 당신의 신부(新婦)로 삼으신 교회가 갈등과 반목으로 갈라진 것에 대하여 마음 아파하십니다. 그래서 성령께서는 서로를 갈라놓는 악마와 싸워 이기도록 당신 영의 갑옷을 입히고, 성령의 투구를 씌우고 성령의 칼로 중무장시켜주기 위해 땀을 흘리고 계십니다. 더욱이 성령께서는 우리가 더러운 영에 의해 휘둘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진리의 영을 보내주시어, 두려움 없이 떳떳하고 당당하게 거룩하신 하느님 앞에 설 수 있도록 졸지도, 잠들지도 않고 지켜주시는 영이십니다.

이처럼 성령께서는 예수님처럼 전적으로 우리를 향해 계신 분이며, 한없이 나약한 우리를 도와주시기 위해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탄식하시며, 우리가 모두 하느님의 뜻에 따르기를 간구해 주시는 분이십니다. 이러한 성령을 받아들인다면, 그 영혼은 행복 그 자체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믿지 않는다면, 그 손해는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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