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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9) 한결 같은 사랑과 은총 깨닫다/ 최인각 신부

복음생각

by 巡禮者 2011. 7. 2.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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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29) 한결 같은 사랑과 은총 깨닫다/ 최인각 신부

삼위일체 대축일(요한 3, 16-18) 삼위의 한 분이신 하느님
발행일 : 2011-06-19 [제2751호, 10면]

사랑을 베푸시는 하느님 아버지와 은총을 내리시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시는 성령께서 여러분 모두와 함께하시기를 빕니다.

삼위일체 대축일을 맞이하며, 하느님의 큰 사랑을 얼마나 많이 받고 있는지를 새삼 깨달으며 기쁨에 젖어듭니다. 나를 있게 해주시고 끊임없이 사랑과 자비를 베풀어 주시는 하느님 아버지! 죄와 죽음으로부터 나를 구해주시고, 인생의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 되어주시는 구원자 예수님! 하느님 아버지와 예수님의 사랑을 알게 해 주시며 더욱 깊은 일치를 통해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삶을 기쁘게 맞이하도록 이끄시는 성령님! 생각만 해도 기쁘고 행복합니다.

그분은 나를 위해 존재하는 위격으로서는 각각이시나, 나를 위한 하느님으로서는 한 분이시며, 나에게 기쁨과 영광과 행복을 주시는 면에서는 같은 분이십니다.

삼위일체 하느님께서는 절대권을 가진 분이시면서도 권위적이거나 일방적인 하느님이 아닌, 참으로 온유하고 겸손하게 가장 낮은 자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오십니다. 우리의 구원과 은총을 위해서는 당신의 존재 양식이나 이름이나 권위를 그렇게 중요하게 여기지 않으십니다. 그래서 그분의 인격을 만나는 사람이면 누구나 변화되고 새사람이 되어, 가슴 안에서 불과 같이 타오르는 그 무엇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삼위일체 하느님은 내가 알아듣고 체험하기 어려운 영역에 계시면서도, 나의 눈높이에 맞춰 다가오시어 당신이 누구이신지 알려주십니다. 당신은 같은 하느님이시지만, 가난하고 약하며 소외된 이들에게 찾아가시어 위로와 기쁨을 선사하실 때, 그들의 믿음을 성장시켜 주실 때, 하느님 자녀로서 품위를 지키며 하느님 나라를 향해 가도록 힘을 주실 때, 각각 다른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오십니다.

‘하느님이 사람이 되시어 이 세상에 오시는 모습’에서, ‘돌아가신 다음 부활하시어 제자들에게 다시 오시는 예수님의 모습’에서, ‘승천하신 다음 성령을 보내시는 모습’에서 그분의 한결같은 사랑과 은총을 깨닫게 됩니다. 우리에게 한없는 사랑과 은총을 선사하시기 위해, 기꺼이 사람이 되시고 돌아가시고 부활하시어 성령을 보내시는 하느님을 묵상하고 있노라면, 가슴이 뛸 정도의 기쁨이 샘솟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외아들을 내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셨다. 하느님께서 아들을 세상에 보내신 것은, 세상을 심판하시려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아들을 통하여 구원을 받게 하시려는 것이다. 아들을 믿는 사람은 심판을 받지 않는다”라는 오늘 복음 말씀은 읽고 또 읽어도 질리지 않습니다. 우리를 향한 하느님의 크신 사랑이 밀려옵니다. 그분의 사랑과 구원과 은총의 샘물이 퐁퐁 솟아오름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나를 위한 사랑과 구원과 은총의 샘물, 그 물을 마시고 있는 나를 생각하면 한없는 기쁨과 행복감에 젖어듭니다. 또한, 사랑과 구원과 은총의 샘물이 시냇물이 되어 주위를 생명으로 적시며 사방으로 흘러가면서 온 누리를 풍성하게 바꿔놓는 신비를 묵상하면, 큰 감탄에 빠지게 됩니다.

이처럼 나에게 다가오시는 삼위일체 하느님을 묵상하고 있노라면, 그분의 사랑과 은총을 고백할 수밖에 없고, 그 고백은 그분에게로 더욱 밀착된 삶으로 다가갈 수밖에 없게 됩니다. 오히려 더욱더 그분에게 귀속되어야 하고, 귀의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은혜롭게 다가옵니다. 그러면 그럴수록 그분의 자기 계시가 내 안에서 명확해짐을 느낍니다. 삼위일체 하느님의 자기 계시는 당신을 드러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살리고 조건 없는 사랑을 주기 위한 자기 전달의 방법임을 깨닫게 됩니다. 무엇보다 그분의 자기 전달(자기 계시)에 대한 이해와 깨달음에, 서투르고 우둔한 나를 대하시는 하느님의 인내와 사랑과 비움 앞에 무릎을 꿇습니다.

삼위일체 하느님은 나의 부족함과 나약함과 무능함 앞에서 침묵하시지만, 여전히 한 분의 하느님으로서 철저히 나를 위해 존재하시고 역사하시며 하느님으로서 자리하십니다. 시간이 지난 다음에야 그것을 느끼는 내 모습이 아쉽기만 합니다. 그래도 삼위일체 하느님께서는 여유로운 마음으로 서서히 깨달아가며 응답하는 우리의 모습을 흐뭇하게만 바라보시는 분이십니다.

하지만 아직도 삼위일체 하느님의 엄청난 사랑과 구원과 은총을 누리지 못하는 영혼이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아픕니다. 아니, 삼위일체 하느님께서 더욱 마음 아파하심을 느낄 수 있습니다. 많은 이들을 그분의 사랑으로 이끌기 위해 함께 기도해요.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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