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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0) 영원한 생명을 얻다/ 최인각 신부

복음생각

by 巡禮者 2011. 7. 2.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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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0) 영원한 생명을 얻다/ 최인각 신부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요한 6, 51-58) 생명의 양식
발행일 : 2011-06-26 [제2752호, 10면]

얼마 전 학교의 총학생회장이 학생들에게 ‘아름다움’이라는 말은 ‘앓은다움’으로서, ‘앓고 난 사람답다’의 말에서 연유한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고통을 앓은 사람, 아픔을 겪은 사람, 고뇌한 사람, 혼돈의 현실 속에서 번민하고 갈등하고 아파한 사람 등 앓은 흔적이 느껴지는 사람은 ‘아름다운 사람’의 향기가 난다는 총학생회장의 이야기에 감동하였습니다. 더욱이 누군가를 위해 대신 아파하고 고뇌하며 손해를 보는 사람의 앓은다움은 아름다움이 몇 배가 될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지금 우리가 겪는 시련과 앓음은 훗날 우리를 아름답게 하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말하며, 사제로서 아름다움이 완성되는 그날까지 최선을 다하자고 학생들에게 격려하고 용기를 주는 모습에서 행복을 느꼈습니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오늘 복음 말씀을 읽으며, 가장 아름다운 분은 예수님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느님이시면서도 인간의 고통과 아픔을 겪은 그분께서 자신의 살과 피를 우리의 양식과 음료로 내어주시는 모습을 보며, 무어라 표현할 수 없는 전율이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을 얻고, 나도 마지막 날에 그를 다시 살릴 것이다. 내 살은 참된 양식이고 내 피는 참된 음료다.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사람 안에 머무른다”라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 이 얼마나 장엄하고 숭고한 선언이며, 큰 선물입니까? 그 어떤 누가 자신의 살과 피를 내어줄 수 있을 것이며, 누군가를 살리기 위해 자신을 먹을 양식으로, 음료로 내어놓을 수 있겠습니까? 예수님이시기에 가능한 것입니다. 이를 통해 예수님의 사랑이 얼마나 큰지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습니다.

참으로 놀라운 사실은, 예수님 자신은 하느님이면서 한낱 ‘빵’과 ‘포도주’의 모습으로까지 자신을 낮추신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가장 먹기 쉬운 재료가 되는 것까지 감수하십니다.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 있는 빵이다. 누구든지 이 빵을 먹으면 영원히 살 것이다. 내가 줄 빵은 세상에 생명을 주는 나의 살이다”라는 말씀을 통해, 당신은 분명히 먹히는 존재이지만, 먹히는 대상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을 먹는 이를 영원히 살리는 존재이심을 드러내십니다. 당신은 쉽게 먹는 빵으로 전달되지만, 그 빵은 실제로는 세상의 빵이 아니라 하느님의 몸이라는 사실을 말씀하십니다. 밀가루로 만든 빵은 지상의 삶을 영위하는 양식이지만,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있는 빵은 하느님 나라(천상)의 삶을 영위하는 양식으로서, 그 빵은 당신 살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께서 당신의 살과 피를 먹고 마시라고 내어 놓은 것은 우리에게 천상의 삶을 영위하라고 하신 것보다 훨씬 더 큰 의미가 있음을 깨닫습니다. 당신의 살과 피를 우리에게 내어주심은 당신께서 우리를 위한 희생물이 되겠다는 뜻으로, 당신 자신보다 우리를 더 귀하고 가치 있는 존재로 여기신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우리’와 ‘당신’(희생물) 사이에 더 귀중하고 가치있는 것이 ‘우리’라는 표현이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 자신보다 우리를 더 귀하게 여기시기 때문에, 당신이 하늘나라에서 누리던 영광과 행복, 당신의 권세와 권능을 기꺼이 내려주시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 이로써 예수님께서는 우리를 위해서 존재하시고, 우리에게 당신의 살과 피, 아니 그보다 더한 것도 주시는 분이심이 명백히 증명됩니다. 이 증명은 예수님께서 얼마나 사랑하시는지를 다시금 깨닫고, 더 큰 기쁨에 빠지도록 도와줍니다. 이 사랑에서 벗어나고, 이 혜택에서 제외된다면, 그야말로 불행 중에 불행이 아닐 수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하느님의 아름다운 사랑과 극진한 대접을 받을 사람은 누구일까요? 예수님은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이 그 대상이라고 분명하게 표현하십니다. 빵을 통해 하느님을 먹는 사람, 빵 안에서 하느님을 발견하고 하느님을 믿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사람의 결과는 어떻게 되겠습니까? 예수님은 ‘너희가 내 살과 피를 먹고 마시지 않으면 너희는 생명을 얻지 못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즉 ‘죽는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죽음과 생명은 아주 단순한 곳에서 결정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그 누구도 영원히 죽기를 원치 않으십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지금도 십자가 위에서, 좁은 감실에서 가슴앓이 하며 우리가 당신께 다가오기를 애타게 기다리고 계십니다. 세상 일이 좀 바쁘고 힘들더라도 모든 것을 잠시 내려놓고 예수님 앞에 다가가는 아름다운 영혼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한 주간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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