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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1) 온유하고 겸손한 마음/ 최인각 신부

복음생각

by 巡禮者 2011. 7. 2.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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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1) 온유하고 겸손한 마음/ 최인각 신부

연중14주일 (마태 11, 25-30) 고생하는 이들아, 나에게 오너라
발행일 : 2011-07-03 [제2753호, 10면]

오늘 복음에서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너희는 모두 나에게 오너라. 내가 너희에게 안식을 주겠다.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 배워라. 그러면 너희가 안식을 얻을 것이다”라고 하신 말씀을 묵상하며,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주시고자 하는 것이 ‘안식’(安息)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그 안식은 우리가 지고 가야할 ‘짐’과 ‘멍에’를 없앰으로써가 아니라, 예수님께서 가르쳐 주시는 방법을 통해서 얻는 것임을 깨달았습니다. 그 방법은 바로 ‘당신께 다가가, 당신의 온유하고 겸손한 마음을 배우는 것’입니다.

특별히 오늘 복음말씀을 묵상하면서, 지난주에 있었던 ‘전국 신학교 교수 신부 협의회’에서 교회 안팎에서 일어나는 여러 종류의 ‘중독’에 대해 논의하며, 중독에 빠져 있는 이들을 도와주는 방법을 찾으려고 고민했던 것이 기억났습니다. 이 시대에 많은 이들이 중독에 걸려있고, 아니 그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중독에 걸린 사람에게 먼저 해야 할 일은 스스로 빠져나오도록 도와주는 것이고, 그것이 불가능할 때에는 약물, 격리 등의 방법으로 치료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이러한 것들을 나누며 알코올, 마약, 도박, 인터넷, 게임 등의 중독에 빠진 사람들이야말로, 이 시대에 또 다른 모습의 무거운 짐을 고생스럽게 짊어지고 가는 사람들임을 느꼈습니다. 그들이 그 힘든 ‘짐’과 ‘멍에’의 무게로 자유롭지 못한 모습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팠습니다.

이러한 ‘짐’과 ‘멍에’의 고통을 느끼면서 중독에 빠진 이들에게 예수님께서 ‘그동안 고생 많았다. 이제 그 고생에서 벗어나 네 인생을 다시금 멋지게 살아가도록 내가 도와주겠다. 너희는 스스로 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하지만, 나는 너희를 도울 수 있다. 걱정하지 마라. 나는 너희를 구원하는 하느님이다. 어서 오너라. 그리고 아직 나에게 오지 못하고 중독의 고통에 빠져 있는 이들이 있다면, 함께 나에게 데리고 오너라. 내가 그들을 고쳐주겠다. 너희들이 정말 낫고자 하면, 나의 온유하고 겸손한 마음을 배워라. 그러면 나을 것이다’라고 하시는 음성이 들리는 듯했습니다. 그러면서 중독에 빠지더라도 예수님께서 주시는 멍에를 메고 배우면,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오늘 말씀을 묵상하며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는 그 힘이 무엇인지 알았습니다. 바로 ‘예수님의 온유하고 겸손한 마음’이고, 이를 간직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치유의 여정임을 깨달았습니다. 즉 예수님의 온유하고 겸손한 마음을 간직하는 것이 중독을 치유할 수 있는 약이 된다는 것입니다. 이는 중독자에는 참으로 귀한 처방입니다.

그럼, 예수님의 온유하고 겸손한 마음이란 어떤 것일까요? 하느님 아버지께 온전히 순명하는 마음, 자신의 뜻보다는 아버지의 뜻을 헤아리는 마음, 아버지의 뜻을 이루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놓고 십자가 상 죽음을 맞이하는 마음, 하늘과 땅의 모든 권한을 받았음에도 인간에게 순명하는 마음, 배고프고 지친 이들과 병든 이들, 죽어가는 이들을 살려내시고도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마음, 죽을죄를 지은 이들을 용서하시며 새사람으로 만들어주는 마음, 제자들에게 마지막 순간에 당신의 살과 피를 내어주는 예수님의 온화하고 부드러운 마음, 하느님과 다른 사람을 향한 순명과 사랑의 마음, 자기보다 더 큰 가치를 사랑하는 마음입니다. 그 마음을 자신의 ‘짐’과 ‘멍에’로 여기고 받아들인다면, 중독에서 해방될 것이라는 예수님의 말씀입니다.

중독으로 고생하고 있는 이가 예수님의 온유하고 겸손한 마음을 간직하려고 목숨 걸고 노력한다면, 그는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 확신합니다. 중독의 증세가 보일 때, 예수님께서 가지셨던 마음을 가지려고 5분만 온전히 노력하면, 이미 치유는 시작된 것이고, 이를 반복하면 중독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예수님은 치유의 하느님이시기 때문입니다. 40년 동안 담배를 끊지 못하던 사람이 성경을 읽기 시작하면서 끊는 모습, 불륜을 끊지 못하던 사람이 성체조배를 매일 하며 정리하는 모습을 저는 실제로 보았습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알게 모르게 여러 가지 중독에 빠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중독에서 빠져나올 방법 또한 알고 있습니다. 바로 예수님의 온유하고 겸손한 마음을 배우는 것입니다. 그 방법을 따르지 않는 이들은 매우 고생스럽고 무거운 짐을 지고 가며 힘든 인생을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 주위에서 이러한 짐과 멍에로 힘들고 버겁게 살아가는 이들이 예수님의 온유하고 겸손한 마음을 배우며, 편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함께 도와주며 기도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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