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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5) 오병이어의 기적/ 최인각 신부

복음생각

by 巡禮者 2011. 8. 5.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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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생각 (735) 오병이어의 기적/ 최인각 신부

연중 제18주일 (마태 14, 13-21) 예수님께서 휴가중에 행하신 사랑
발행일 : 2011-07-31 [제2757호, 10면]

여름의 한복판에 있습니다. 아무리 더운 날씨라 하더라도, 그 더위가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우리를 떼어놓을 수 없음을 우리는 고백합니다. 불볕 같은 더위 속에서도 우리는 한결같이 주님을 찬미하고, 그분의 사랑을 뜨겁게 느끼는 은총의 시간이 될 수 있음을 우리는 압니다. 불볕더위, 찜통더위,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면 부릴수록 더욱더 주님 사랑 안에 머무르는 지혜로 모두가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더위에 짜증을 낼 것이 아니라, ‘더위야, 너 왔니? 함께 놀자.’ ‘더위야, 함께 주님을 찬미하자.’ ‘더위야, 주님의 뜨거운 사랑을 느끼게 해주니 고맙다.’라고 더위와 노니는 여러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더위와 노닐고, 주님을 찬미하는 여름의 뜨거운 시간, 그것이 참 기쁨이고 휴가였으면 좋겠습니다.

그동안 정말 열심히 살았던 분, 많은 일에 지쳤던 이들에게 휴가나 피서는 영혼에 많은 도움이 되리라 봅니다. “당신은 휴가를 다녀올 자격이 충분히 있습니다. 당신은 당신 가족과 직장을 위해 정말 많은 수고를 했습니다. 멋진 휴가를 다녀오시기 바랍니다.”라는 말을 누군가로부터 들을 수 있는 휴가가 되면 좋겠습니다. 하여튼 나름대로 행복한 몸과 마음 그리고 영혼에 도움이 되는 휴식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배를 타시고 따로 외딴곳으로 물러가셨다.”라는 표현을 통해 예수님께서 휴가를 떠나시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예수님이야말로 정말 휴가가 필요할 정도로 많은 일을 하셨습니다.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시며 병자를 고쳐주시고, 마귀를 쫓아내시며, 죄인들을 회개시키고 그들과 함께하시느라 정신이 없으시며, 밤에는 늦게까지 기도하시느라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지내셨던 분이십니다. 가족과도 함께하지 못한 시간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 배를 타고 외딴곳으로 물러가신 때는 당신께서 사랑하는 세례자 요한의 죽음 소식을 들은 후였습니다. 당신 앞에 오셔서 당신의 앞길을 준비하며, 당신에게 세례를 주고, 당신을 빛으로 증언하였던 이의 죽음 소식을 전해 듣고, 얼마나 마음이 아프셨을지 상상이 갑니다. 더욱이 헤로데 왕에게 ‘동생의 아내와 혼인하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라는 말을 여러 차례 한 것으로 말미암아, 원한을 품고 있던 이들에 의해 죽임을 당한 소식을 접하고, 그 마음이 얼마나 답답하고 무거웠을지 생각해 봅니다.

그런데 예수님의 휴가 계획은 어그러지기 시작합니다. 많은 군중이 예수님의 소문을 듣고 예수님을 따라나섰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 배에서 내리시어 당신보다 앞서 도착한 군중을 보시고 가엾은 마음이 드시어, 그들 가운데 있는 병자들을 고쳐주십니다. 이렇게 해서 예수님의 휴가는 자연스럽게 군중과 함께하는 휴가요, 병자들을 고쳐주는 휴가로 바뀌었습니다.

저녁때가 되자, 제자들이 예수님께 “여기는 외딴곳이고 시간도 이미 지났습니다. 그러니 군중을 돌려보내시어, 마을로 가서 스스로 먹을거리를 사게 하십시오.”라는 의견을 제시합니다. 이에 예수님께서는 먹을 것이 없어 배고픔으로 어려워하는 이들을 보시고 가엾게 여기십니다. “너희가 그들에게 먹을 것을 주어라.”라고 제자들에게 말씀하시자, 제자들이 “저희는 여기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밖에 가진 것이 없습니다.”라고 말합니다. 예수님께서는 그것을 가져오라고 하신 다음 군중에게 자리를 잡으라고 지시하시고는, 빵과 물고기를 손에 들고 하늘을 우러러 찬미를 드리신 다음 빵을 떼어 제자들과 군중에게 나눠주십니다. 사람들은 모두 배불리 먹었고, 남은 조각은 열두 광주리에 가득 찼으며, 먹은 사람은 남자만 오천 명가량이 되었다고 복음서는 전해주고 있습니다.

역시 예수님의 휴가는 다른 사람의 휴가와는 다릅니다. 혼자 가시지만 많은 이가 동행하는 휴가, 휴가지에서 혼자만의 휴식을 취한 것이 아니라 함께하는 이들 모두에게 참다운 휴식을 선물로 주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사람들의 마음을 읽고 그들에게 봉사하시는 모습, 아픈 이들을 고쳐주시고,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가지고 오천 명 이상을 먹이시며 아쉬움이 없도록 이끄시는 모습. 참으로 흐뭇하고 행복한 휴가의 모습입니다.

우리의 휴가도 예수님과 같은 모습의 휴가라면 좋겠습니다. 아주 작은 것 안에서도 정말 많은 기적을 체험하고, 사랑을 나누며 치유와 화해를 이루는 지혜를 얻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책과 씨름하며 논문과 원고를 쓰면서 방학을 보내야 하는데, 부족한 능력과 시간적 한계, 밀려오는 더위를 휴가 삼아 예수님과 같이 잘 보낼 수 있도록 정성을 다하겠습니다. 여러분의 여름 계획이 행복한 시간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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